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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덤을 주제로 한 자기계발서임. 한 때 홀덤을 찍먹해본 경험이 있는 나로선 꽤 재밌게 읽음. 더그 포크 같은 반가운 이름도 보였음. 책 내용은 사람의 마음을 공부한 심리학자가 자기가 가진 지식을 바탕으로 홀덤을 친다는 내용인데, 자계서로 읽어도 좋지만 약간 홀덤 성장물? 같은 걸로 봐도 좋을듯. 실제로 온라인 부터 시작해서 자선행사에 라스베가스 까지 전통적인 왕도물 구성임.


일단 첫번째로 알 수 있는 건 "아는 것"과 "하는 것"은 천지차이라는 거임. 꽤 오랫동안 심리를 공부한 심리학자답게, 사람의 편향성, 매몰비용, 편견, 리스크 회피, 도박사의 오류 등 홀덤을 치면서 자주 보이는 심리적 편향성이나 오류 들을 정확히 알고 있음. 근데 문제는 알면서도 당한다는 거임ㅋㅋㅋ 죽어야 할 자리에 매몰비용 때문에 죽지 못하거나, 배드빗을 당한 뒤 틸트(감정이나 컨디션 문제로 원래 실력이 나오지 않는 상황)가 되는 모습 등 하지 말라는 걸 골라서 하는 걸 볼 수 있음.


두 번째로 느낀 건, 운이라는 개념임. 고대 로마에서는 운을 예측불가한 난폭한 여신인 "포르투나"라고 불렀음. 그러나 포르투나가 정말 난폭하고 무질서한 여신으로 격하당한 건 중세 시기 이후이며, 로마에서는 오히려 이러한 포르투나를 이용하거나 스스로가 운이 좋다고 주장하는 등 운 역시 일종의 능력으로 보았음. 실제로 술라는 스스로를 행운아로 지칭했을 정도임. 그리고 이는 실제로 그럴듯한 내용인데, 스스로가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실제로 어떤 일을 잘 처리하는 경향을 보임. 그리고 이러한 차이는 관찰력에서 나옴. 홀덤을 치는 사람 누구에게나 기회는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눈 역시 공평하게 있는 것은 아님. 결국 운이 좋은 사람은 뒤집어 말하면 기회를 잡는 사람이며, 기회를 잡은 것은 끊임없는 관찰이 핵심이라는 걸 보여줌.


세 번째로는 포기라는 개념임. 초보가 승리할 수도 있다는 건 뒤집어 말하면 너가 최선의 선택을 해도 실패할 수 있다는 거임. 문제는 이걸 인정하는 거임. 내가 패배할 수도 있다. 내가 질 수도 있다. 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언젠가 정말 처절하게 패배할 거임. 모든 전쟁에서 승리할 순 없음. 하지만 그렇다고 싸우지 않으면 안됨. 중요한 건, 질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싸우는 거임. "이길 수 있어서" 싸우는 게 아니라, "싸워야 하기 때문에" 싸워야 함. 100% 이기는 승리 따윈 세상에 없으며, 유일한 반드시 이기는 방식은 싸우지 않는 거임.


네 번째는 전략임. 체스에서는 "나쁜 전략이 전략이 없는 것보단 낫다"라는 말이 있음. 이처럼 틀려도 되지만, 틀린 것에 이유가 있어야 함. 그래야 자기의 선택이 왜 잘못되었는지 알 수 있고, . 그런데 문제가 있음. 홀덤은 나의 실수가 반드시 대가를 치르진 않음. 다시 말해, 어떤 경우에도 옳은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음. 이게 다른 스포츠와 운의 요소가 강한 홀덤의 차이점임. 그렇기 때문에 홀덤을 치기 위해선 기민해야 함. 중요한 건 어떤 공식, 정답, 전략이 아니라,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서 그때그때 적용하는 유연함이라는 거임. 저자는 세상 역시 체스처럼 올바른 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중요한 건 유연함이라고 강조함.


사실 이런 경쟁하는 류의 스포츠에 빗대어 인생을 설명하는 책들은 다 비슷비슷한 얘기를 하긴 함. 복싱이라던가, 체스라던가, 다 전략의 중요성, 복기의 중요성, 감정을 빼고 생각하기, 상대와 나의 수준 차이를 확인하기, 먼저 유리한 상황을 만들고 공격하기 등 이기는 전략은 다 거기서 거기임. 다만 이 책은 "전략"보단, 전략 뒤에 있는 "심리"에 조금 더 집중하고, 노력과 능력보다는 운이라는 요소를 조금 더 집중하는 책이라 조금 신선하게 다가올 여지는 있는듯.


홀덤을 좋아하거나, 아니면 자계서가 다 비슷비슷한 얘기만 하는 거 같아서 질릴 때 한 번 읽어보는 걸 추천함.


p.s. 이 책은 자계서에 가깝고, 좀 더 실용적인 홀덤 칠 때의 마음가짐은 The Mental Game of Poker라는 책을 추천함. 이건 골프 선수 하다가 포커 선수로 전직한 사람이 쓴 책인데, 초보자가 하는 심리적 실수를 잘 설명해주고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알려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