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째 참가입니다.

첫 참여글 링크 걸어두겠습니다.


https://gall.dcinside.com/m/reading/506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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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읽었던 책입니다. 여전히 따뜻한 이야기였고 기억에서 잊혀졌던 부분들이 새롭게 와닿아서 너무나 좋았습니다.

'꼭 알아야할 역사와 진실을 모른다면 그것은 반쪽짜리 성장이다' 이 책의 뒷표지에 쓰여있는 문장입니다. 맞습니다. 정말 맞습니다.


요근래 읽었던 책 2권이 제 마음을 너무나도 아프게 난도질 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차라리 몰랐더라면 좋았을텐데'하는 비겁한 마음을 품기도 했습니다. 참 묘하게도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알아서 다행이다'하는 마음과 아픔을 얼마든지 대면할 용기가 생겼습니다.


이 책은 제게 용기를 주었기 때문에 꼭 소개를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이 작품의 주요 무대는 '데다노후아 오키나와정'이라는 류큐 요리 전문점입니다. 주인공 후짱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음식점입니다. '데다'는 태양 아니면 신이라는 뜻이고 '후아'는 아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데다노후아는 태양의 아이, 신의 아이라는 뜻이지요. 이 식당을 개업할 때 후짱이 엄마의 뱃속에 있었습니다. 태어날 아이가 씩씩하고 밝게 자라라는 뜻으로 지은 이름입니다. 이 가게에는 주로 오키나와 출신의 이웃들이 식사를 하러 옵니다. 다 같이 옛날의 오키나와 이야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죠.


하지만 주인공은 그럴때마다 지루해합니다. 후짱은 고베에서 태어났고 줄곧 고베에서 자랐기 때문에 오키나와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전혀 즐겁지가 않습니다. 그런데도 이웃들은 언제나 "너는 오키나와의 아이다."라고 말합니다. 특히나 '기천천'이라는 단골 손님이 주인공에게 오키나와 말을 알려주는 등 오키나와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심어주려 많이 노력합니다.


그러던 중 한 번은 가게에서 싸움이 납니다. 단골 손님인 '기천천'과 '깅'이 말다툼을 하던 중 서로 선을 넘어버린 것입니다.


"너야 고베에서 나고 자랐으니 말 때문에 겪는 고생 따위는 모르겠지만, 오키나와 사람이 도회지에 나오면 첫째 고생이 바로 말이야. 그 때문에 사람이 엇나가고 심하면 자살하는 경우도 있단 말이야."

"그거야 죽는놈이 바보지."

"뭐라고?"


둘은 심하게 싸웠고 후짱이 울게되면서 그만두게 됩니다.

다음날 후짱은 기천천과 깅을 화해시키기 위해 책을 참고해서 옛날 오키나와 장난감들을 만들어 가지고 갑니다. 화초로 만든 장난감을 보며 모두가 즐거워하는 가운데 '로쿠'아저씨만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로쿠 아저씨는 풍차를 가지고 밖으로 나가더니 흐느껴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을 본 후짱은 이튿날 아침 엄마에게 이유를 물었지만 대답해주지 않습니다.


"왜 전쟁 이야기만 나오면 그렇게 모른 척을 하는 얼굴을 하는 거야? 옛날 오키나와가 좋았다는 이야기를 할 때는 시시콜콜 다 늘어놓으면서."

후짱은 엄마만 그런 게 아니라 모두들 그렇다고 못마땅한 듯 말했다.

"다들 쓰라리고 슬픈 일이 많았다고 말하지만 어떤 쓰라린 일이 있었는지, 어떤 슬픈 일이 있었는지 아무도 말해주지 않잖아."

엄마는 아무 말이 없었다.

"왜들 그래? 응, 엄마?"

"내가 어린애라서 그래?"

"그건 말이야...... 누구나 쓰리고 아픈 이야기는 하루라도 빨리 잊어버리고 싶지 않겠니?"


후짱은 로쿠 아저씨가 흐느껴 울던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기천천의 집으로 갑니다. 기천천은 오키나와에 관한 책을 많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곳에서 오키나와 전쟁에 관한 책을 읽게 됩니다. 후짱은 적나라하고 징그러운 전쟁 사진을 보고 토를 합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책을 읽으며 진실을 알아갔습니다.


저는 이 장면을 읽으면서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최근에 <고래의 눈>이라는 소설을 읽은 적이 있는데 저는 그 때 도망치고 싶었거든요. 이 소설을 읽지 않았더라면, 몰랐더라면 좋았을거라는 비겁한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 어린 소녀도 아픔을 제대로 마주하는데 내가 그러지 못한 다는 게 정말로 부끄러웠습니다.


'기요시'라는 아이가 등장하면서부터는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거칠어지기 시작합니다. 이 위험한 소년은 기천천이 돌보고 있던 아이인데 어느날 기천천의 돈을 모조리 가지고 사라집니다. 후짱은 기요시가 무언가 사정이 있어서 그랬을 뿐 본디 나쁜 아이가 아닐거라 생각하며 그를 찾아다닙니다. 기요시의 행방을 찾는 과정에서 후짱은 일본에서 오키나와 출신이 어떤 대우를 당하고 있는지 알게됩니다.


"불쌍해서 써줬더니 역시 오키나와 것들은 못쓴다니까."


이 말을 듣고 후짱은 분노했습니다. 반면 저는 분노보다는 서글픔이 느껴졌어요. 왜 사람들은 출신지를 걸고 넘어질까요?


한국에서도 지역관련으로 참 이슈가 많습니다. 가장 흔한 케이스가 전라도 차별일 것입니다. 인터넷 상에서 모욕적인 말을 내뱉는 사람들을 너무나도 쉽게 볼 수 있고 서부 경남에서는 실제로도 많이 목격됩니다. 그 외에도 조선족이 어떻다, 중국인이 어떻다, 일본인이 어떻다 등등 말을 만들려고 하면 끝도 없습니다.


'기요시는 바보야. 저런 인정사정 없는 곳만 골라서 떠돌아다니는 탓에 마음이 삐뚤어지는거야.'


후짱은 결국 기요시를 찾아냈고 오키나와 정으로 데리고 옵니다. 기천천은 기요시를 이해해줍니다.


"오키나와 출신이라는 딱지 때문에 세상에서 고통받고 있는 그런 부류지. 참 안타까운 일이야."


세상에서 학대 받고 있는게 기요시 뿐일까? 이 넓은 일본 땅에서 오키나와 사람을 그렇게 대하지 않는 우리 식당 같은 곳이 몇 군데나 될까? 후짱은 세상에서 고통 받고 있는 기요시가 백 명, 천 명, 아니 만 명, 아니 그보다 더 많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자 세상이 괴물처럼 느껴집니다.


후짱의 어머니는 기요시를 가게의 점원으로 채용하게 됩니다. 가게 일을 하면서 기요시는 변합니다. 야생마 같았던 거친 면모는 사라지고 점점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게 되고 특히나 후짱에게는 자신의 누나가 죽은 이야기를 들려줄 만큼 신뢰하고 의지하게 됩니다.


후짱은 '슬픈 일은 왜 모두 오키나와에서 오는걸까?' 하는 의문을 품은 채 계속해서 오키나와에 대해 알아나갑니다. 그 과정에서는 '가지야마'선생님이 많이 도와주게 됩니다. '진짜 공부'를 하자고 호소했던 사람도 가지야마 선생님이었습니다. 그리고 후짱이 흔들릴 때, 다시금 바로서게 지탱해주며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던 것도 가지야마 선생님입니다. 후짱이 어떻게 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 선생님에게 편지를 쓴 적이 있는데 그 답장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편지 잘 읽었다.

답장을 보낸다. 후짱의 편지는 나에게 힘을 더해 주었단다. 고맙구나, 후짱이 편지의 마지막에 써준 말은 초등학생이 한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알아야 할 일을 알려 하지 않고 그냥 지나쳐 버리는 용기 없는 인간이 되고 싶지 않다.' 얼마나 장한 생각이냐. 나는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꼈단다. 이렇게 온몸으로 열심히 살고 있는 아이들이 이 세상에, 더구나 내가 담임을 맡은 반에 있다고 생각하니 진심으로 교사가 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러나 후짱, 너의 편지가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했다. 네가 쓴 편지가 선생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핵심을 찌르고 있었기 때문이란다. 알아야 할 일을 알려고 하지 않고 지나치고 있는 것은 네가 아니라 바로 나였구나. 기요시에게, 로쿠 아저씨에게, 물어보고 싶어도 물어보지 못하는, 너의 따뜻한 마음씨와 괴로움을 이해하지 못했던 나는 교사 자격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자격도 갖추지 못한 사람이었구나.

그런 선생이 어떻게 생생히 살아있는 역사를 너에게 가르칠 수 있겠니. 나는 지금 너무나 부끄럽단다. 후짱, 너와 함께 걸어갈 수 있도록 해 주렴. 나는 지금 후짱이 생각하는 것을 함께 생각하고, 후짱이 괴로워하는 일을 함께 괴로워하는 선생이 되는 것으로 후짱과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단다.

후짱이 온 정성을 다해서 편지를 써 준 것처럼 나도 이 편지를 정성을 다해서 썼단다. 어린아니까라든지, 초등학생이니까라든지 하는 생각으로 쓴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그 때문에 이해하기 어려운 데가 있다면 참고 읽어다오. 읽고 또 읽으면서 선생님의 마음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학교 공부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공부하겠다는 대견한 후짱을 본 받아서 선생님도 이 편지를 내 자신을 위해서 썼단다. 그리고 이 편지는 우리들의 새로운 공부를 위해서 앞으로 계속해 나가기로 하자꾸나.



후짱, 기요시, 가지야마 선생님, 기천천, 깅, 로쿠 아저씨.

모두가 아픔을 딛고 성장해갑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지요.


기요시의 누나가 그랬고 또 후짱의 아버지가 그랬습니다. 소설의 마지막에 후짱의 아버지는 자살해버리고 맙니다.

어쩌면 작가는 모두가 아픔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해주려고 한 것 같아 보였습니다. 씁쓸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슬픔을 극복하지 못하고 좌절하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현실은 소설이 아니니까요. 학교에서, 군대에서, 직장에서, 어디에서나 아픔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삶을 끝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그거야 죽은 놈이 바보지." 하는 속 편한 질타를 던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후짱이 오키나와를 몰랐듯이 우리도 그들을 모르니까요.

슬픈 일은 비단 오키나와에서만 오지 않습니다. 저 또한 다른 이의 자살을 지켜보았습니다. 지인이라는 위치에 있는 제가 그들에 대해 할 수 있는 말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저는 그들의 슬픔을 모르니까요. 그래도 남겨진 사람들은 슬픔을 극복했고 잘 살고 있습니다. 땅을 딛고 일어섰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 소설이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합니다. 후짱과 기요시는 아픔을 이겨내고 잘 살아갈테니까요. 저도 그들을 닮고 싶습니다. 언제나 태양같은 사람이고 싶습니다.


"야마구노치 바쿠라"라는 오키나와 출신 시인의 시 <방석>을 소개해드리면서 독후감을 이만 줄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바닥 위에 마루
마루 위에는 다다미
다다미 위에 있는 것은 방석
그 위에 있는 것은 안락
안락 위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일까.
어서 깔고 앉으세요, 권하는 대로
안락하게 앉은 쓸쓸함이여,
바닥 세계를 멀리 내려다보고 있는 듯이
낯선 세계가 쓸쓸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