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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인 + 세상 혐오라는 키워드 보고 워낙 좋아했던 다자이 오사무 삘 나서 읽어봤는데 내가 왜 다자이 오사무를 좋아했는지만 확인한 책 같다.

많이 읽지 못해본 여성 작가라서 성 묘사라던가, 남성의 감정 묘사가 남성 작가의 그것과는 다른 건 귀엽고 신선하게 느꼈음.

첫키스 중에 자지가 발기 되었다고 아프다고 구가 말하는 장면에선 아무리 남고생이라도 그렇지ㅋㅋ 하면서 피식했음. 아마, 여자들이 남성 작가가 여성을 묘사할 때 느끼는 인상이 이런 게 아닐까 싶었음.

글 자체도 가슴속에 푹 적셔서 건져낸 누군가의 일기장을 읽는 것처럼 맛있었던 건 좋았는데, 딱 거기까지라는 느낌?



솔직히 이 사람 빚을 가져본 적은 있는지 궁금했음. 빚에 대한 서술이 너무 희박하고, 이를 둘러싼 갈등에 대한 묘사도 쓰다 만 느낌이야. 남자로서 자기 여자 하나 감당 못한다는 사실이 엄청난 박탈감과 자기 부정을 안겨주는 소재인데, 이 값진 소재를 겉 핥기로만 끝냈다는 것도 아쉽고. 

직접 우려 나온 인간에 대한 고찰보다는 울적해지고 싶은 날의 트렌디한 정서를 모작했다는 느낌.


그리고 무엇보다 그래서 작가가 뭘 말하려는지가 없어.

자살 자살만 외치던 다자이 오사무도 인간 실격만 읽어보면 답이 없다는 인상이 들지 모르지만, 다른 단편들이나 죽기 일 년 전에 발표한 사양을 읽어보면 당시의 일본에선 주목 받지 못한 서양의 기독교나, 여성 주의 등등에 주목하면서 절망적인 현실에서도 희망을 찾으려는 필사의 노력이 엿보임. 그래서 내가 다자이 오사무를 사랑하는 이유인건데, 구의 증명은 그게 없다.


쓰다 만 일기장을 읽는 느낌이라 너무 맥 빠졌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