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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꽤 많이 읽어온 편이라고 스스로 자부하지만
읽고 난 후의 감상을 써 보는건 처음이기에
솔직히 많이 떨리고 감상문을 어떻게
적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중학교 때 나를 유독 괴롭히던 친구가 있었는데
(물론 나는 내가 당한 억울한 일에 대하여
남들이 알아주길 바란다는 마음은 추호도 없다.)
돌이켜보면 그 친구로 인해
내 삶의 전체가 달라진 것 같다.
그 친구로 인하여 나는 15살부터
학교에 다니기가 싫어졌으며
혼자서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는
시간이 더 많아졌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예술에 관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러나 부모님은 내 예술에 반대가 엄청 심하셨고
나는 일종의 조헌병 증세를 보이며
완벽한 예술을 해야만 한다는 자기 강박을
가지고 살았다. 중학교를 자퇴한 것도
이 무렵이다.
아무튼 완벽한 예술을 해야겠다는 내 다짐은
결국 실패로 끝났으며 예술의 꿈을 접고
정신과진료도 받으며 내 삶은 안정을 되찾았다.
17살의 나는 검정고시를 땄고 수능 공부를 한다.
지끔까지 내 인생을 짧은 글로 요약했다.
감상문을 적는 것이 처음이고
책을 읽고 얻은 감상을 전달하기 위해선
내가 살아온 삶을 어느 정도 소개하는게
좋지 않을까해서 구구절절 적었다. 죄송하다.
내가 이상을 알게 된 건 어느 날 무심코 들은
이 앨범에 누가 “이상의 오감도 같다“ 라는
댓글을 적어둔 덕분이다. 이 앨범을 듣고 꽤
큰 감명을 받았던 나는 이상의 오감도가 궁금해져
동네 서점에 가서 무작정 이상 시 전집을 샀다.
위에 적었듯이 영적인 예술에 관심이 있었던 나는 아름다움과 사랑을 말하는 무의미한 시들보다
천재적인 감각을 자유롭게 발휘하는 작품에 훨씬
관심이 많았기에 이상의 오감도는 말 그대로
내 취향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작품이었다.
오감도를 중학교를 자퇴한 날 바로 읽었던게
아직도 기억 나는데 15살의 나는 시제 1호를 읽고
정말 많이 울었던게 기억이 난다.
내 부모님은 나에게 기대가 크셨는지
어린 나이에 학업 문제로 나와 자주 다퉜는데
(다행히 지금은 사이가 매우 좋다)
시제 1호를 읽고 싸우며 경쟁하는 사회로부터
자유롭게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요즘 사회에 경쟁하지 않는 분야가 없다보니 그 때의 나는 조금 유치했을 지도 모르겠다.
이상의 작품세계는 폐병, 이별 등이 주 소재인데
15살의 난 폐병, 이별에 관련된 시는 큰 감흥을 못 느꼈고 이런 비판적인 시들에 더 감흥을 느꼈다.
(물론 이젠 다른 시들에서도 아름다움을 느낀다)
시제 7호는 15살땐 큰 감흥을 못 느껴서 넘겼는데
17살의 나는 오감도 중 이 시제가 가장 마음의 든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란이란 영화를 인상깊게
봐서 그런지 이런 동양적인 미를 표현하는 시가
개인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영적인 예술에 부합하는 것만 같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비판적에서 감상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 사람이 나이가 들며 몸의 고통을
겪으면 정신적인 위안을 필요로 한다.
난 이상이 여동생에게 쓴 편지도
요즘 너무 좋아한다.
어떠한 전생, 우울, 초월적 힘이 느껴지는 감성
적인 글들이 이상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것 같다.
물론 이런 감정을 자세히 설명하긴 불가능하다.
시제 12호도 15살의 내가 굉장히 좋아했던 시다.
비둘기와 빨래라는 소재로 우연히 일어난 일에
전쟁과 평화를 포착해낸 이상이 존경스러웠다.
15살의 나는 비둘기처럼 우연한 타인의 행동에
상처를 많이 받았었나 보다. (물론 난 누가 “내가 힘든걸 알아줘”라고 말하는걸 매우 혐오한다. 그냥 그랬다는 것이다.)
시제 13호는 15살에 읽고 정말 엄청 울었던 시다.
이렇게 시제 하나마다 울었다고 표현하는게
과장된 것 같지만 그 때의 나는 정말 그랬다.
자신이 가진 예술의 꿈을 포기해야만 하면서도
스스로가 원하는 것에 미친듯이 노력을 했단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고 표현한 글이
내게 큰 감동과 위안이 되었나보다.
시제 10호는 17살의 내가 좋아하는 시다.
15살 땐 이해조차 못했던 시이기도 하다.
나의 죽음 앞에서 나비의 환생이 극적으로
이루어 지는게 일종의 영적인 소름을 줬다.
다른 시제들에 대해서도 감상을 적고 싶지만
몸이 너무 졸려서 이만 글을 마친다.
마치 이상이 오감도를 연재 중단한 것 처럼
나도 졸려서 감상문을 중단하는 센스.
(아니라면 죄송하다)
이해력이 부족해 이해하기 어려운
시들이 많았지만 민음사 판이 해설이 자세해
어느 정도 이해하며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15살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17살에 다시 책을
읽었더니 감회가 새로워 이렇게 글을 적었다.
의미 없는 긴 글을 읽어줘서 감사를 표하며
글을 읽고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못한
사람들에겐 정말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싶다.
(진심으로..)
기회가 되면 다른 작품에 대해 감상도 적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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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게이야
왜 아름다움과 사랑을 말하는 게 무의미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