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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을 읽다보면 절반을 읽어가면서도 이 책이 말하는 싶은 것이 진정 무엇인지, 내가 진정으로 배울 수 있는 가치있는 것이 무엇인지 도통 감이 안잡히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면 작자는 찐빵을 먹는 것처럼 느껴진다.
한 번쯤 경험해보지 않았는가? 한 입 크게 찐빵을 베어물었지만 앙금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하얀 빵 부분만을 먹을 때가.
작자가 먹는 것 같다고 느끼는 찐빵 또한 이러한 찐빵이다.
이 찐빵은 아무리 베어물고 베어물어도 앙금은 나오지않는다.
계속해서 심심한 빵만을 입에 욱여넣다보면은 내가 이걸 도대체 왜 먹고 있지? 라는 생각에 다다르게 된다.
책 또한 이와 비슷하다. 한 페이지 두 페이지, 한 챕터, 두 챕터 원고에 글들은 가득 자리를 채우고 있지만 정작 읽어보아도 당최 그 본론이 무엇인지, 글의 요지가 무엇인지,
무엇을 말하기 위해 이토록 장황한 설명을 하는 것인지 느껴지지 않을 때가 있다. 흡사 책에 물을 타 밍밍하게 만들었다고도 생각하게 된다.
영양가는 없는 공갈빵 같은 책, 앙금이 없는 찐빵 같은 책.
사람 중에도 이러한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그 사람과 어느 정도 친해지고 그의 마음 속 세계의 문을 열어보자마자 찐빵의 하얀 단면을 마주하게 되고 이내 당황하게 된다.
그 사람에게 혹시 아직 나는 친한 사람이 아닌 것인지, 마음의 문을 열어줄 생각이 없는 것인지 의구심도 들지만
사실 자기 자신에 대해 깊게 고민해 본 적이 없고 내면 속 정원을 가꿔 본 적이 없는 사람들,
팥앙금은 없고 찐빵으로만 이루어진 사람들이 있다.
한껏 달콤하고 맛있는 팥앙금을 기대하고 찐빵을 베어물지만 그 속을 확인하고 실망하게 된다.
책에게, 사람에게, 찐빵에게.
물론 그 사람이 속이 비어있다는 뜻은 아니다. 다른 이의 필터로 바라보면 그 사람은 팥앙금이 가득한 사람일 수 있고 보통 정도 팥앙금을 갖고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
다만 이것이 팥앙금인지 찐빵인지 판단하는 필터는 사람마다 다르기에. 이 사람의 팥앙금을 찾지 못하는 것은 어찌보면 나의 필터로 보았기 때문일 수 있다.
빵 자체가 맛있으면 앙코가 저 깊은 곳에 있어도, 혹은 없어도. 먹을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