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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초부터 시작해서 4개월 반 정도 지난 오늘, 에드문트 후설의 『유럽학문의 위기와 초월론적 현상학(Die Krisis der europäischen Wissenschaften und die transzendentale Phänomenologie)』을 "본문만" 완독했음. 전체 700페이지에서 "본문"이 400페이지, 그리고 이 책에 관한 후설의 유고, 논문 등을 실은 "부록"이 200페이지인데, 부록까지 다 읽기에는 너무 힘들어서 일단은 본문까지 읽었고, 부록은 나중에 생각날 때 읽어볼 예정.

일단 전체적으로는 매우 좋았던 책이었고, 또 매우 대단하다고 느꼈음. 단지 이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론과 실천이 직결되어 있는 후설 현상학이 매우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음. 사태 자체로 부단히 궁극적으로 되돌아가 묻기를 통해 모든 앎의 원천과 근거를 필증적으로 근거짓고 자아론적 본질을 이론적으로 탐구하려는 현상학이 또한 그것을 통해 절대적 자기책임의 삶, 궁극적 자기이해와 타인이해를 통해 공동체 속에서 철학하는 인간으로서 그리고 일상적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것을 도모한다는 것은 내 삶에 큰 변화를 줄 것만 같음.

또 자연과학의 자연주의적-객관주의적 편견을 비판하고 사태 자체로 되돌아감으로써 인문학에도 고유한 영역적 권리를 인정한다는 것, 나는 후설의 이 분석이 오늘날의 과학주의, 이른바 "이과주의"적 사회에서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음. 갈릴레이의 객관적 세계파악에 관한 이념이 어떻게 그 극단적 객관주의와 과학주의로 이어졌는지, 그리고 심리학이 과학주의 패러다임에 사로잡혀 자기의 고유한 작업을 수행하지 못하고 어정쩡한 학문이 되었다는 분석도 흥미로웠고.

또 흥미로웠던 점 하나는, 16~27절에서 전개된 후설의 목적론적 철학사분석이었음. 현상학을 철학의 최종형태로 상정하고 그 관점에서 역사를 되돌아봄으로써 자신 이론의 역사적 토대들을 바라보고 새롭게 해석하고 비판하는 후설의 태도는 정말 참철학자라고 느꼈음. 특히 칸트보다 흄을 더 높게 평가한 점, 데카르트를 현상학의 기초적 동기를 제시한 철학자로 해석한 점도 좋았음.

여기까지가 내 짧고 간단한 소감이고, 나중에 이 책에 관련해 일부 번역수정글, 또 관련 정보글도 올려볼 예정인데, 언제쯤 가능할지 모르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