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수 많은 책이 있다. 마르틴 하르니체크의 고기, 멋진 신세계, 1984, 톰 아저씨의 오두막, 변신, 이방인 등 다양한 책을 접하면서,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아가며 나는 몇가지 해소되지 않는 질문을 내 안에 품고있다.
사람은 왜 동물적 본능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을까?
무리에서 높은 서열을 차지하고자 하는 본능은, 개인으로써 소속된 모든 곳에서 일어난다. 극히 내밀한 공간인 가정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인간은 다른 무리 동물들이 그렇듯, 역할이 분담된 사회를 살아왔다.
일반적으로 수컷은 동물을 사냥했으며, 암컷은 아이를 키웠다.
현대 사회에서 돈을 제대로 벌어오지 못하는 남편이, 아내에게 바가지가 긁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것이 남편으로써는 기분이 나쁜 이유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이 동물적 본능 때문이라고 본다. 단순히 내 아이와 아내를 더 풍족하게 만들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싫은 소리를 들은 것에 대한 분노 등으로 이루어진 복합적 감정 때문이 아닌,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수컷과 암컷의 관계 말이다.
짝을 지을때 무언가를 선물하거나 과시하는 행동은 다양한 동물, 심지어 곤충들에게서도 흔하게 볼 수 있으며, 무리 간의 전쟁, 영역 다툼 등의 폭력적 행동 끝에 승리한 무리에게 다른 무리가 흡수되는 행동 또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렇기에 수컷은 ‘ 주는 사람 ‘ 으로써, 암컷은 ‘ 받는 사람 ‘ 으로써 정해졌으며, 남편은 수컷이기에 ’ 사냥에 실패하고, 짝을 빼앗겨 더이상 후손을 남기지 못하는 것에 대한 공포 ‘ 가 동물적 본능으로 느껴질것이기에 바가지 긁히는것이 싫을것이고
암컷은 ’ 더 우수한 수컷의 유전자를 남겨야 한다 ‘ 와 함께 ‘ 개인, 그리고 아이에 대한 생존욕구 ’ 따위로 표현할수 있는 동물적 본능이 느껴질 것이기에 ( 무리가 흡수되면, 그 무리의 높은 서열 암컷들이 자신의 아이를 죽이는 행동 또한 자주 목격되니 ) 바가지를 긁는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린 아이 역시도 자신의 우수함을 증명하고 싶어하고, 권력자, 우두머리로 대표되는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어한다. 그렇기에 형제자매가 생기면 다툼이 생기거나, 일시적인 유아퇴행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왜 그럴까?
‘ 낙오 되는 것에 대한 공포 ’ 가 본능적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일것이다. 쓸모없다고 판단될 경우 낙오되면 후손을 남기기는 커녕 제대로 성장하기도 전에 생을 마감한다는것을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무의식 속 깊은 영역에서 이해하고 있을것이다.
그 외에도 마찬가지다. 친구 관계에서 내가 ‘ 무언가를 주는 사람 ’ 인 것이 당연한 관계가 왜 싫을까?
나 개인에 대한 손해가 싫다던지, 응당 주는 것이 있으면 받는것이 있어야 한다던지... 혹은 ‘ 나를 아랫 사람으로 보는 것 ‘ 이 싫을 것이다. 이런 것 역시도 왜 싫을까?
나는 이것도 마찬가지로 ’ 무리 내에서 낮은 서열이 되는것 ‘ 나아가 ’ 무리에서 낙오 되는것 ‘ 이 싫은 동물적 본능 때문이라고 본다.
늑대 등 일반적으로, 개과 동물은 이 서열제가 확실하다. 특히 늑대의 경우 우두머리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열심히 사냥을 했음에도 우두머리부터 먼저 먹는것. 대부분의 유교 국가에서 보이는 ’ 어른이 먼저 수저를 든 뒤에 수저를 드는 것이 예의 ‘ 등의 행동 역시도, 여기에서 비롯했다고 본다.
그렇기에 ’ 같은 서열인줄 알았던 ‘ 다른 개체가 ’ 내가 힘들게 잡은 먹이를 먼저 먹는다 ‘ 같은, 중요한 식량에 관련된 문제는 본능적으로 싫을것이다.
이런 수많은 동물적 본능으로부터 우리는 벗어날 수가 없다.
허나 우리는 동물과는 스스로 다름을 규정하며 인간찬가를 노래하고, 많은것을 발전시켜왔다.
다양한 철학이 있으며 찬란한 과학 문명을 이루어냈고, 삶의 소중함과 인간의 가치를 부르짖는 현 시대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이상적인 사회를 구축해내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하지 않은것일까.
시대에는 수많은 부조리가 있다.
인종차별로 대표되는 소수자, 혹은 주류세력이 아닌 것에 대한 차별.
인간의 악의의 끝인 전쟁.
빈부격차로 대표되는 격차에 대한 문제.
이 중 어느것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은 전부 ‘ 욕심 ’ 으로부터 비롯된, ’ 동물적 본능 ‘ 의 대표가 아닌가?
나와 너가 다르다는것을 받아들인 차별하지 않는 사회.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사회.
격차가 나뉘어지지 않는 사회.
이런 이상론을 펼치면 누군가는 그것은 단순한 이상론일 뿐이라며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정말 아이러니 하다고 생각하는게, 이것은 현대 사회의 중요한 가르침 중 하나가 아니던가?
베푸는 것, 나누는 것, 남을 돕는 것, 정의로운 것 ... 도덕으로 정의되는 그 수많은 선량한 인간으로써의 기본 소양들 말이다.
허나, 수많은 메시지를 수많은 사람들이 외치며 이상론을 펼치지만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죽어가며 누군가는 버림받고 누군가는 지옥보다 더 한 현실의 구렁텅이 속으로 떨어진다.
어째서 대중은, 개인이 무리지었을 뿐임에도 개인의 변화로는 바뀌지 않는것일까?
그렇기에, 단순히 동물적 본능을 버린다면 해소될 수 있는것 아닐까?
무리 내에서의 서열을 신경쓰지 않는다면 우리는 더 상냥할것이고
다른 무리와의 영역 다툼, 단순한 물리적 다툼을 신경쓰지 않는다면 차별은 없어질것이고
식량이 부족한 것에 대한 공포와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끼지 않게 된다면 우리는 기꺼이 타인에게 베풀것이다.
돈으로 인해 일어나는 수많은 문제들이 전부 사라질것이다.
나는 시대를 꿈꾼다. 평화로운 시대, 모든 부조리와 범죄가 사라진 행복한 시대를 꿈꾼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인간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야 하지 않느냐는 의문 또한 든다.
아주 긴 시간이 흘러 우리가 우리 스스로 이 동물적 본능들을 버린다면, 선과 악 모두 가지고 있는 입체적인 우리 자신의 일부를 기꺼이 잘라낸다면.
혹은 위대한 AI가 나와 모두 그것의 명령대로 사고하고 행동한다면, 우리는 과연 인류 스스로가 주체라고 할 수 있을까?
정말 평화로운 시대라는것은 올 수 없는것일까? 선과 악, 신과 죄 모두 인간이 만들어 낸 것임에도
어느샌가 그것은 우리를 초월한 무언가가 된 것 처럼 느껴진다.
우리 역시도 단순한 인간목 동물에서 벗어날 수 없을것일까.
시대는 우리를 어느 방향으로 진화시킬까. 동시에 과연 유토피아는 디스토피아가 아닌것이 확실한 것일까.
고기의 주인공이 마켓에서 단순히 누워있다, 수상한 사람을 발견하면 경비에게 팔을 빙빙 돌려 알리고 고기를 받아먹으며 단순히 연명하는것이 행복하다고 느꼈듯이.
뫼르소가 자신의 죽음이 가치있음을 이야기하였듯이.
톰 파슨스가 끌려가면서도 자신의 딸을 자랑스러워 하였듯이.
인간이란 아이러니 하기에, 만들어낸 것들 또한 아이러니 한 것일까.
생각이 깊어지는 밤이지만, 단 한가지 내게 확실한 것은
지금의 시대는 분명히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죽을때까지 명쾌한 해답을 알 수 없으리라는 것이 참 안타깝다.
thinking emoji
공감합니다 저도 인간의 행동 원리가 궁금해서 이런저런 책들을 읽으며 생각해보니 많은 행동들이 동물적 본능에 기인하는거 같더라구요 개인적으로 인간은 동물과 신 중간에 있는 존재라 생각하는데, 그렇다면 신은 무엇인가 라는 생각만 해봤지 님처럼 왜 동물적 본능에서 벗어나지 못할까라는 생각은 안해봤네요 잘 읽었습니다 - dc App
인간은 인간이기도 하고 동물이기도 한 것인데
본능을 벗어날 수 없긴 함. 체온 유지 본능 없이는 생존 불가능임. 근데 본능이 대체 무엇인지부터 정의내려야 하는데 난 본능이 도대체 뭔지 모르겠음 - dc App
그러게요 본능이라는것이 인간뿐 아니라 육체를 가지고있는 생명들에게도 적용되는것이 신기하네요 "본능을 가진 갓난아기"의 내용에 관한 책이있다면 궁금해지네요
경쟁심이나 질투심, 권위심, 인정욕구와 같은 감정은 발전을 위해서 저버릴 수 없는 요소이기 때문에 본능인게 아닐까요 우리는 늘 타인과의 경쟁속에서 살아가며 균형을 유지하는 집단동물이기 때문에 차별없는 사회, 격차가 없는 사회는 머잖아 혼란에 빠질 거 같다고 생각해요
클루지 책 추천드립니다 원하시는 해답이 되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