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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중순부터 읽어서 오늘 롤리타를 다 읽었다. 대충 1달 반 정도 되는 시간이 걸렸으며, 하루에 대충 15~30분, 10~20페이지씩 읽었다.(허나 아예 읽지 않은 날도 많다.)
롤리타는 나에게 아주 자극적인 작품이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노골적으로 성적인 부분을 묘사한 소설이... 최일훈의 "광장" (이 소설은 애초에 그걸 목표로 삼지도 않았지만) 정도였다. 아무튼 서론은 이 정도 하고, 롤리타 후기를 간단히 적어보겠다. 최대한 스포일러 없이 적을 것이니, 롤리타를 읽거나 읽고 싶은 사람이라면 참고하길.
1. 전개
롤리타의 전개는 일상편과 여행편으로 나눠서 봐도 무방하다.
일상편은 험버트 (주인공의 가명이며, 실명은 언급되지 않는다.) 라는 인간이 어떤 인간인지, 여행편은 험버트와 롤리타의 관계를 묘사하는데 집중한다. 물론 이 두 구분이 작가가 의도적으로 구분한 것은 아니기에, 어떨 땐 일상 편에서 그들의 관계를 묘사하고 어떨 땐 여행 편에서 험버트를 서술하지만, 대충 이렇게 나눠도 문제는 없다. 일상편에선 주로 험버트를 극단적인 상황에 처하게 한 뒤, 그의 선택과 방백을 보여주며 그의 더러움 (왜 더러운지는 후에 서술하겠다.) 에 집중한다. 여행 편에선 이런 더러운 그와 (정신적으로 좀 과하게) 어린 롤리타의 불안한 관계와 이 과정에서 미쳐가는 험버트를 보여준다. 작가가 좀 시험적으로 쓴 작품같은 느낌이라, 전개에서 크게 특이할 점은 이 이상 없다고 생각한다.
2. 읽는 방법
이 소설은 작가가 좀 띄엄띄엄 오래 쓴 소설로, 애초에 러시아인이 쓴 영어 소설이기에 소설 속 의미나 비유보단 영어라는 언어 자체를 재밌게, 보기 좋게 쓰기 위한 노력이 담긴 소설이다. 그러니 문장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교훈을 얻으려고 하기보단, 그냥 즐기고 그 순간순간의 언어유희와 상황의 아이러니를 감상하는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 (작가도 후기에서 의미를 찾거나 교훈을 부여하려는 독자들은 이 소설을 다 읽는 것조차 힘들 것이라고 적었다.) 그게 가장 이 소설을 즐기기 좋다. 그 외에도 험버트의 변화, 롤리타의 변화, 그 둘의 동상이몽적인 대화 등이 이 소설의 백미이다.
3. 단점
1950년대 소설이다 보니, 작가가 그 당시의 고전 명작에 관한 언급을 많이 적었다. 문제는 이걸 다 읽어봤을 사람은 1950년대에도 드물었을 것이다. 게다가 당시 50대였던 작가이다 보니, 아마 그 당시에도 좀 오래된 작품들을 따온 부분이 많다. 그래서 모든 언어유회와 비유를 알아듣기는 좀 힘들다. 일단 나로써는 불가능했다. 이 부분은 단점이라기보단 아쉬운 점에 가깝겠다.
또 다른 아쉬운 점이라면 분명 내용은 가볍게 읽기 좋은 소설인데 분량이 490페이지 정도라서 집중이 조금 힘들다. 특히 중반부. 집중도가 점점 증가하며 읽어지는 것이 보통의 소설인데, 오락에 집중한 소설의 특성상 그 집중도를 만족시킬만한 부분이 조금 부족하다. 앞에서 이 소설을 90년대 가족영화적 분위기 (내용은 그렇지 않지만) 라고 묘사했는데, 분량까지 고려한다면 이 소설은 3시간짜리 가족영화가 될 것이다. 아무리 재밌는 가족 영화라도 그 정도의 상영 시간은 무리 아니겠는가.
4. 전체적 1줄 평
소설의 오락적 재미를 극대화시킨다면 이런 명작이 나올 것이다.
5. 기타
이 소설은 아름다운 언어유희와 상황 묘사로 그 현실적인 내용을 가린다. (애초에 그게 소설의 목표이기도 하다.) 만약 이것이 영 구분이 어려운 독자가 있다면, 책 끝부분에 소설의 내용을 연대로 정리한 파트가 있으니 그걸 읽어보아라. 정신이 확 깰 것이다.
현재 독일은 12시인지라 너무 피곤해서 글이 갈수록 짧아졌다. 아무튼 다음 소설은 폭풍의 언덕이니, 그거 다 읽으면 다음 후기 적으러 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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