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문학 작품을 읽다 보면,
작가들이 추구하는 바를 어느 정도 나눌 수 있게 되는 것 같음.
제일 익숙한 것이 메시지를 위해 내러티브를 쓰는 경우,
그리고 예술적 시도나 스토리 그 자체의 재미를 위해 쓰는 경우임.
전자는 프로파간다에 가까운 교조주의적인 작품부터
재밌는 이야기에 작가의 철학이 깊게 녹아있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작품까지 다 포함됨.
개인적으로 톨스토이가 이쪽이라고 생각함.
후자는 진짜 순수 재미를 위해서 쓰는, 스토리나 캐릭터 중심인 작품들임.
가끔 영화 같은데 보면 작가들이 '뭔가 영감이 떠올랐다!'하면서 쓰는 그런 작품들.
아빠 뒤마처럼 이야기꾼으로서의 스텟이 존나 쩌는 경우들 있잖아.
물론 딱딱 칼로 자르듯 나뉘는 것은 아니고,
정도의 차이거나 궁극적인 목적의 차이일 뿐이라고 생각함.
톨스토이도 스토리로서 재밌고, 뒤마도 우리에게 생각할거리를 주니까.
그런데 종종 둘 다 아닌 작품들이 있음.
작가의 혼잣말이나 비명에 가까운 문학 작품들임.
작가 개인의 고통스러운 삶이 작품 곳곳에서 보이는 경우들이 있음.
예를 들어 인간실격. 이건 혼잣말에 가까운 경우고.
개인적으로 카프카도 여기에 좀 해당된다고 생각함. 비명보다는 울음에 가깝긴 함.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를 읽고 변신 같은 작품들 다시 읽으니까 처음 봤을 때보다 더 비참하더라.
어린 시절 자신이 얼마나 아버지 때문에 열등감과 두려움을 느꼈는지 쓴 글을 읽고,
변신에서 그레고르가 아버지를 피해 도망다니다 사과에 맞는 장면을 보니
카프카 자신에게 '가정에서의 나'는 그런 벌레같은 존재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슬펐음.
물론 픽션을 사실에 일대일로 대응할 수는 없겠지만.
당연히, 이 경우도 메시지나 스토리가 강할 때가 있음. 정도의 차이니까.
당장 변신도 아무것도 모르고 읽어도 첫 문장부터 흥미롭잖아.
다만 읽다보면 확실히
'이 작가는 이야기꾼으로서 우리를 즐겁게 하거나,
지식인으로서 무언가 전달하고 싶기 때문에 이 글을 쓴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너무 괴롭고 힘들었기 때문에 이를 글쓰기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었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글들이 있음.
나는 이걸 굉장히 좋게 봄.
'건전한 승화'의 대표적인 방법이 예술적 승화, 창작 활동이고
또 이를 통해서 자신을 돌아보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경우도 많음.
실제로 그런 케이스를 본 적도 있음. 상담사도 부모도 발견하지 못한 자신의 결핍을 자기 글에서 찾아낸 케이스였음.
또, 그냥 일기장에 욕 휘갈기고 끝내거나
주변을 향한 폭력으로 나쁘게 발전할 수 있었던 내면의 고통이나 결핍을
역사에 남을 작품으로 바꾸어낸 것 자체가 무척 멋짐.
조개가 진주를 만드는 과정을 보는 느낌임.
물론 여기에 너무 과몰입하면 안 된다고도 생각함.
예술적 승화에 지나치게 몰두해서 자기 인생을 통으로 갈아넣고 인간관계도 스스로 망치거나,
그런 예술가를 보며 주화입마에 빠져서는 예술이랍시고 개지랄을 하거나...
이런 케이스 역시 자주 봤음.
뭔가 승화할 것을 찾겠다고 억지로 고생을 사서 하려는 사람도 봤음.
금수저 예술가들한테 고생을 안 해서 작품에 깊이가 없다고 욕하는 사람도 봤음.
그런 말 듣고 나도 뭔가 고생을 해야할까 진지하게 고민하는 케이스도 있었음.
하지만 그렇다고 예술적 승화 자체가 비난받을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음.
예술가들이 모두 사회적 의무심으로 무장하여 철학적 메시지를 던지는 깊이 있는 작품만 써야 함?
아니면 콘텐츠 제작자로서 모두가 깔깔 웃고 손에 땀을 쥐며 볼 재미난 작품만 써야 함?
펜을 쥘 수 있는 인간으로서, 자기 고통을 글로 표현하면 안 되는거임?
물론 그런 글은 늘 개인적이기 마련이니까,
너무 어둡다, 이해가 안 간다, 공감을 못 하겠다 이런 평가를 들을 수도 있다고 생각함.
하지만 그런 행위 자체를 비난하면, 인간으로서의 작가는 어디로 가야 함?
애시당초 그들의 승화 자체가 우리에게 같은 인간으로서 울림을 주는 것 아니었음?
그런 글에 메시지가 부족하다고 하는 건,
재미를 위해 쓴 스토리 위주 작품에 메시지가 없고 휘발성이 강하다고 비난하는거랑 뭐가 다름?
그런 작가들을 향한 말 중 가장 어이가 없는 것이
'그 사람은 우울하지 않았으면 글도 안 썼을걸? 그거 그냥 도피야.'임.
지옥변 같은 작품 쓰고 훗날 자살한 아쿠타가와도 재밌는 단편 많이 썼음.
카프카도 다양한 단편을 많이 남겼고, 다자이 오사무도 달려라 메로스 같은 작품을 냈음.
만약 우울하지 않았더라면,
메시지나 스토리가 중요한 작품들 위주로 왕성하게 활동했을 사람들임.
같은 작가가 때로는 메시지를, 때로는 스토리를, 때로는 내면의 표현을 강조하며 여러 작품을 낼 수 있는건데
왜 앞선 두 개는 칭찬을 받으면서 마지막 것은 '그냥 도피에 그쳤을 뿐'이라는 비판을 듣게 되는걸까?
그냥 도피면 어때.
그걸 글이라는 형태로 남긴 것 자체에 나름의 의미가 있는건데.
좋아하는 작품들이 욕 먹는 걸 보고 조금 슬퍼서 주말 점심부터 구구절절 써 봤다.
전문가가 아니라서 저 문학 분류도 그냥 야매로 한 거라 부족하게 보일 수 있음....
프루스트: 어리석게도 사람들은 수많은 사회 현상들에 대한 폭넓은 일반화를 통해서 인간 영혼의 핵심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한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이 있는 천착만이 이러한 현상들을 이해할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너는 생각을 좀 정리하고 글을 써야겠다
쉼표 마침표 존나 써대네
그냥 도피면 어때. 그걸 글이라는 형태로 남긴 것 자체에 나름의 의미가 있는건데. ㄴ 요 맥락에서 논리가 무너졌네 도피를 어떻게 보는가에 대한 시각 차이라고 본다. 뭐가 맞다고 볼 순 없지만 도피에 대해서 일반적으로는 "그럴 수 있다" 정도지.. "좋다"고 표현할 수는 없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