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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직접 경험을 통해 너무나 잘 알게 되었듯이, 뇌건강 문제는 '그들 대 우리' 의 상황이 아니다. 누구나 이 병에 걸릴 가능성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살면서 한 번은 그런 일을 겪는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치아 관리, 영양 균형, 용돈 관리의 중요성 등을 가르친다. 아이들에게 자기 뇌의 건강을 잘 살피라고 가르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자기 뇌건강을 건사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나는 몰랐다. 내 삶에서 가장 큰 후회는 딜런에게 그걸 가르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1999년 4월 20일에 미국 콜로라도 주의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2명의 고등학생이 총기를 난사해서 13명을 죽이고 24명을 다치게 한 사건이 일어남. 가해자 중 한명인 딜런 클리볼드(당시 나이 17세)의 어머니가 사건 16년 후 사건 전-중-후를 돌아보면서 쓴 일종의 회고 에세이임

수 클리볼드는 장애인 학생들을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던 보조 교사였는데, 사건이 나고 난 다음에 "어떻게 부모된 사람이 자식이 저런 미친놈인 걸 모를 수가 있느냐"라는 엄청난 비난에 시달리게 됨. 후에 경찰의 조사로 가해자였던 에릭과 딜런이 평소 인종차별적인 행위를 하고 동영상을 찍었으며, 범행도 계획적인 대량 학살 행위라는 걸 알게 되고 충격을 받게됨.


...... 앞으로 나서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콜럼바인의 호된 시련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 도움이 된다면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이 나의 도덕적 의무다. 입을 열기는 두렵지만, 그게 옳은 일이다. 더 잘 알았더라면 다르게 했을 일들의 목록은 길고도 길다. 그게 내 실패다. 그렇지만 내가 배운 것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행동에 나서라고 촉구하고, 우리 아들이 저지른 것과 같은 비극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의 감춰진 고통까지 막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폭넓게 조망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책은 크게 두 부로 나눠져서 전개됨. 1부'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 에서는 사건당일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들었다가 자기 아들이 가해자가 된 것을 깨닫고 "우리 애가 그런 사람이었다니" 하고 스스로를 방어하고 현실부정 하던 작가의 모습과, 경찰의 정식 사건 조사결과를 듣고 크게 충격을 받고 "자기가 알던 아들" 과 "자기에게 숨겨져 있던 아들" 이 전혀 다른 존재였다는 걸 깨닫게 되는 내용까지고,

2부 '이해를 향해' 에서는 여러 신경정신의학자들의 소견과 자신의 오랜 고찰을 통해 '어떻게 그런 끔찍한 일이 있을 수 있었는가'를 사건 전-중-후의 여러 에피소드에서 나오는 단서로 이해하는 16년 간의 과정을 다루고 있음. 2부에서 작가는 경찰이 압수했던 딜런의 일기를 다시 들여다 보기도 하고, 여러 정신의학자들과 대화해 가면서 사건의 퍼즐을 다시 맞추어 보게 되고, 육아 과정에서 아이들의 뇌건강(이 책에서는 "정신건강" 이라는 단어 대신 "뇌건강"이라는 단어를 고수하더라고. 정신적 건강상태를 구체적이고 쉽게 납득할 수 있는 영역으로 만들기 위한 신경과학자 제레미 리치먼의 조언에 따른 거라고 함.)을 발전시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다룸.


이책이 나에게 정말 인상적이었던 건 크게 네가지임

1) 가해자였던 자기 자식의 행위에 대해서 옹호하려고 하거나 행동의 혐의를 줄이려는 어떤 행동도 하지 않음. 글에서 이게 정말 많이 느껴지더라. 나는 가해자 엄마가 쓴 수기라길래 징징 우리애는 그런애 아니었단 말이에요 조의 신파적인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더라.

2) 가해자인 에릭과 딜런이 '자살자'라는 논의를 깔면서 2부에서 논리를 전개해감. 물론 모든 자살자가 파괴적 성향을 가진다고 넘겨짚는 건 절대 아님. 다만 '자살을 실행할 정도로 망가진 정신'이 어떻게 공동체 파괴적인 행동으로 나가게 되었는지를 냉철하게 전개해 나감. 이부분에서 솔직히 감탄했다. 자기파괴를 이미 결심한 놈들이었기에 남도 거리낌없이 파괴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니까

3) 사건이 일어나기 전-중-후 30년동안 틈틈히 작가가 일기를 쓰고, 그 일기를 집필의 주요한 참고점으로 사용했다는 점. 내가 일기를 쓰는 습관이 최근에 생겼는데, 30년동안 꾸준히 일기를 썼다는 자체가 존나 대단해보이더라고... 그리고 나중에 경찰 조사로 가해자인 딜런도 일기를 썼었고, 이 가해자인 딜런의 일기와 관찰자이면서 서술자인 작가(엄마)의 일기가 책을 구체적으로 전개하는 데 큰 자산이 된걸 보고 앞으로 죽이되든 밥이되든 일기로 기록을 꾸준히 남겨야 겠다고 생각함

4) "그럼에도 불구하고 딜런은 내 아들이기 때문에, 아들은 죽고 없지만 책임도 비탄도 내가 지고 갈 것이다" 는 작가의 겸허한 자세. 나같으면 내 아들이 총기난사 같은 끔찍한 범죄자라면 존재를 부정하거나 책임에서 도망치려고 할 거 같은데, 이런게 모성이라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평범한 사람의 자세로 감당할 수 없을거 같다는 생각을 함..



두서없이 썼는데 진짜 좋은 책인거같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쓴 추천사는 육아에 대해 생각해볼 만한 꺼리를 주는 책 이런식으로 썼는데, 난 단순히 "육아"라는 틀에 이 책을 가두기 보다는 삶에 대한 자세나 자기자신의 정신적 건강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해보는 좋은 책인거 같았다. 독갤럼들도 읽어봐서 손해는 안볼듯. 번역도 몇몇 부분에서 번역체(~에 있어서의, ~으로부터의)가 눈에 거슬리는 거만 빼면 좋은 문장으로 잘 된 번역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