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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딱 한 번 출판사와 고소고발을 경험하였습니다.
제 자신이 직접 고발을 당한 것은 아니므로 딱히 크게 긴장하지는 않았는데,
어떻든 제가 인터넷 게시판에 쓴 글을 포함하여 'A 출판사'가 고소장을 날리는 사태가 벌어졌죠.

   

대략 13년 전인 2003년 여름,
'A 출판사'로부터 (간접적으로) 고발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사단은...
추리문학을 좋아하는 매니아 분이 만든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벌어졌습니다.
저는 그 분이 운영하시는 추리문학 사이트에 종종 접속하여 글을 남기곤 했습니다.
(2000 년대 초에는 한국 최초로 셜록 홈즈 전집, 뤼팽 전집 등이 잇달아 번역되어서
일반 독자들 사이에서도 추리문학 붐이 급격하게 일었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 분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추리소설 중 좋은 번역 / 구린 번역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고,
몇몇 사람들에 의하여 'A 출판사'에서 오래 전에 나왔던의 번역본들이 좀 까임을 당했습니다.
사람들이 뭐라 하든 저는 <빨강머리 앤> 시리즈 전집만큼은 보기 드문 명역이었다고 한 마디 참견을 했구요.
   
그런데... 'A 출판사'가 그 홈페이지 운영자를 고소해버렸습니다.
더불어 게시판에서 사람들이 주고받은 의견을 모두 화면 캡쳐하여 근거로 제시하였구요.
제가  <빨강머리 앤> 시리즈 전집 번역이 좋았다고 칭찬한 글도 함께 캡쳐되어 증거자료 중 하나로 제출되었는데,
희한하게도 자기네 출판사의 책을 칭찬한 글을 가지고 왜 자사를 비방한 근거로 넘겼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경찰서로부터 전화가 왔죠.
해당 사건의 피고소인(홈페이지 운영자)을 조사하고 있는데,
저도 참고인으로 경찰서에 와서 진술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출판사가 증거화면이라고 제출한 캡처 화면을 프린터로 출력하고,
집에서 읽던 박순녀 번역의 <빨강머리 앤> 전집 중 한 권을 들고 경찰서로 갔습니다.
   
그리고 경찰서의 담당자에게 가서 들고 간 자료를 보여 주었는데...
경찰서에서도 "비방이 아니라 칭찬한 내용을 왜 고발 시 증거자료라고 제출하였는지 모르겠다"고 했고,
홈페이지 운영자의 경우에도 전반적으로 딱히 그렇게 큰 죄를 지은 것은 없으므로
더 수사할 일은 없고 그냥 출판사와 개인 간에 화해하고 합의하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후 'A 출판사'와 그 홈페이지 운영자는 원만히 잘 합의하였구요.
   
어떻든 잘 끝나기는 했는데,
그 사건을 겪은 후 특정 출판사를 지목해서 뭐라고 비판하는 것은 신중하게 하게 됩니다.
아마도 고소장을 날린 출판사가 노린 것 역시 마찬가지 이유에서라고 생각합니다.
  
여기 독서갤러리에서도 출판사 간의 여러 번역본을 비교하거나,
좋은 번역본이 필요하다고 추천을 부탁하는 게시물, 추천에 응하는 댓글이 꽤 많은데...
'A 출판사'의 사례처럼 어느 출판사의 책을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까대는 것이 알려지면
어느 순간 그 출판사에서 임계점이 넘게 열받을 경우 고소고발로 대응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항상 유념하면서 지낼 필요가 있다고 봐요.
    
한 사람의 독자가 웃자고 한 이야기인데, 그 출판사가 죽자고 덤비면...
그런 일을 정말로 직접 겪어보면 의외로 상당히 골치아픕니다.
딱히 책 읽는 것 가지고 죽자살자 그럴 필요 있나 싶어요.
세상 사는 게 그렇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