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럽게 들려오는 쇠금속 소리, 짜증 섞인 미싱사들의 언성, 무엇이 현재의 실재의 인지를 분간 못하면서도, 그 속에서 나도 부지런히 그들과 같이 해나갔다

무의미하게 내가 아는 방법 그대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 이외에는 무아지경이다. 아니 내가 하고 있는 일 자체도 순서대로, 지금 이 순간에 해야 될 행동만이 질서정연하게 자동적으로 행하여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의 나는 이런 일의 방관자나 다름없다. 내 육신이 일을 하고, 누가 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때까지의 육감과 이 소란스런 분위기가, 몇 인치 몇 푼을 가리키는 것이다. 다 긋고 나라시가 되고, 다 되면 또 재단기계를 잡고 그은 금대로 자르는 것이다. 누가 잘랐을까? 이렇게 생각이 갈 때에는 역시 내가 잘랐다. 왜 이렇게 의욕이 없는 일을 하고 있는지 나 자신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렴풋이 생각이 확실해질 때는 퇴근시간이 될 때이다. 세면을 하고 외출복으로 바꿔입고, 인사를 하고 집으로 오면 밥상이 기다리고 있다. 밥을 먹고 몇 마디 지껄이다가 드러누으면 그걸로 하루가 끝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