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이 글을 쓰기 전에 망설였다.

무수한 작가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누군가의 날개를 꺾는 일이 되지 않을까. 소설을 쓰는 것은 고독한 일이고, 그 결과물이 어떻든 모니터 속의 텍스트에 괴로워하며 이야기를 창작하는 일이 힘들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한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 한다. 모든 소설가가 비슷하게 노력하기에, 그 결과에 대해 더 정확하게 논할 필요가 생기는 것이다. 나는 신간소설들을 자주 확인한다. 매주 출간되는 목록 중에서 우리가 익히 아는 고전작가들의 책을 발견하기도 하고, 최근 이름을 들어본 신진작가들의 소설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 중에서 앞서 말한 두 종류의 책들과 비슷한 빈도로 나타나는 책이 있다.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 작가들의 책. 문단에 갓 등단했거나, 아니면 다른 경로로 등장해 출판에 성공한 책들. 혹은 아직 유명하지 않은 작가들이기도 하다. 그런 새로운 책들의 미리보기를 클릭해 읽어보면 이따금 한 가지의 느낌이 오는 때가 있다.


이건 정말 쓰레기구나.


그래서 글의 서두에 미리 밝혀두었다. 그 책을 쓰신 작가에게는 정말 죄송하지만, 노력이 가상하다고 억지로 고평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실력이 떨어져도 너그럽게 봐야되는 시기는 한참 전에 지났기 때문이다. 내가 당시 읽은 어떤 책은 정말 첫 장만 보고 덮을 만큼 쓰레기였다. 굳이 비유하자면 어느날 아무도 모르게 도서관에 들어왔다가, 훗날 누구에게도 대출되지않아 그대로 폐기도서에 처박히는 책이라 할까. 모든 책은 의미를 담고 있지만, 개중에서 어떤 책은 형편없는 의미를 갖고 있기도 하다. 그 책은 형편없는 종류였다.


내가 이쯤에서 밝혀두고 싶은 주제가 하나 있는데 필력과 독창적인 소재의 관계다. 만약 무라카미 하루키가 마약난교섹스를 하는 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섹스는 있지만 재즈가 없어 화난 그는 불쾌해하면서 억지로 글을 써내겠지만, 내가 읽은 그 쓰레기책처럼 초반이 형편없지는 않을 거다. 필력의 차이를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 쓰레기책이 속하는 신진소설들은 소재가 새롭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그 특징처럼 필력도 새롭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 많다. 너무나 새로워서, 단번에 이건 아니라고 내가 경고받거나, 정독하기엔 문장이 아쉽다는 감상을 주는 필력이다. 물론 소재의 독창성이 중요하긴 하다. 하지만 필력을 헤치면서까지도 새로운 소재를 사용할 필요가 있는가. 그건 의문이다(사실 그저 필력이 모자랄 뿐인 경우가 더 많다, 좋은 필력은 이상한 소재를 극복한다). 


독창성만 따지자면 여러 유명 소설가들을 뛰어넘지만, 말 그대로 독창성만 뛰어나기에 여러 사람들에게 읽혀지지 못하고 나 같은 변태에게나 발견된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내가 하고싶은 말은 소재도 중요하지만, 제발 필력을 먼저 키우자. 대강 이런 부탁2('부탁ㅇㅣ'가 왜 금지어??)다. 정도를 넘어버려 이야기마저 틀에 박혀버린 문창과 학생들처럼 좋을 필요는 없으니, 제발 평균 이상은 해달라는 말이다. 이렇게 하면 또 오해하는 사람있을 것 같은데 필력이라는 개념은 문장이 끝이 아니다. 만약 미시마 유키오와 한국여성작가 홍길순(동)에게 같은 소재를 준다면 같은 글이 나올까? 같은 전개를 써달라고 글의 방향성을 고정해도, 결코 비슷한 작품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작가의 품격을 보여주는 글이 나오겠지. 


그러므로 신진작가들에게 기본이상의 필력을 함양해주시기를 요청드린다. 물론 지금 당장 가지실 필요는 없다. 필력이란 어느정도 재능이고, 짧은 시간내에 성장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작품에서는 소위 '쓰레기'여도 좋으니, 점차 나아지는 발전성을 보여주시라는 것이다.새로 나온 신진소설들을 보다가 흥분에 차서 이 글을 쓴다. 요즘시대에 소재는 어떨지 몰라도 필력은 좋지않은 문학들이 너무나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