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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편을 읽을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대학 과제 때문에 읽었다. 그리고 나는 교수를 저주하기로 했다. 정말 별로였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박하사탕>을 떠오르게 만드는 구성과 주제를 보여주고 있지만, 당연하게도 작품의 질은 그보다 훨씬 못하다. <박하사탕>은 독재의 희생양이 되어버린 자의 아픔을 리얼리즘을 통하여 훌륭하게 그려내었고, 역사를 찬찬히 성철할 시간을 주었다. 그러나 <내겐 휴가가 필요해>는 ‘박정희와 전두환은 나쁜 놈이다. 우리의 말을 들어라.’하며 관성적으로 외쳐왔던, 역사를 이용해왔던 자들의 모습과 닮아 보인다.

자살자의 과거를 직접 전해듣지 못해 낄낄대는 자들과, 자살자로부터 그의 과거를 직접 전해들어 눈물 흘리는 자의 차이. 이 차이를 문장 속에 담아내는 방식은 마치 작가의 특권 의식처럼 보인다. 최는 자살자의 진정한 속마음을 알지 못해 낄낄댔다. 그러나 강은 자살자의 속마음을 알기에 슬퍼하며 휴가를 낸다. 작가는 이 차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역사를 일부 진영만의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처럼 보인다. ‘너희들은 독재라는 역사의 희생양이 아파했다는 사실을 알 자격이 없다.’며 반대 진영에 잘난 척하려는 듯 보인다. 아무리 상대가 싫다고 하더라도, 이런 방식은 잘못됐다.

역사를 알지 못한다면, 역사로부터 도망치려고 한다면, 가르쳐주어야 한다. 우리가 지나온 역사를 가르쳐주고, 함께 손을 맞잡아 더 살기 좋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하지만 이 단편은 어떤가? 내가 보기에는 진실된 역사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우민으로 몰고, 자신의 진영만이 모든 것을 깨우쳤다며 미화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깨우친 역사가 과연 진실일까? 자, 나는 우익이다. 그러나 나는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승만과 박정희에게는 국가 발전의 명과 독재라는 암이 공존하고, 전두환은 희대의 씹새끼다.

그래서 나는 이 단편을 읽으며 묘하게 불쾌했다. ‘나는 작가와 반대되는 정치 사상을 갖고 있지만, 분명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나름대로 올바르게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작가는 자신과 같은 정치 사상을 공유하는 자들만이 역사 앞에서 눈물 흘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이 보인다.’ 이것이 내가 김연수의 단편 <내겐 휴가가 필요해>를 읽으며 내린 결론이다. 분명하게 말해두고 싶다. 좌익만이 역사를 슬퍼하며 휴가를 요청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익도, 중도도,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들도 마땅히 그러할 수 있다. 이 단편을 읽지 않은 뇌를 사고 싶다. 나 다시 돌아갈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