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목적을 둔 작업을 해나가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가령, 매카시는 핏빛 자오선이라는 자기만의 원형 소설을 하나 지어두고 그것을 끊임없이 변형시켜 국경 3부작, 더 로드 등의 작품을 지은 것이 아닐까 싶음. 솔직히 더 로드에서 특정 무리의 갑작스런 출현 같은 것도 핏빛 자오선 속 인디언들의 습격 아포칼립스 ver이라고 생각됨.
근데 이 원형이라는 것이 작가 생애의 초기 즈음에 만들어질 수 있으나, 말년에 '추출'의 방식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다고도 생각됨. '정수'라고 해도 좋을 것 같은데 예를 들자면, 톨스토이의 '하지 무라트'랄까.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읽으면서 동일 작가의 타 작품에 비하면 매우 얇으나 톨스토이가 여태 다뤄온 소재(불륜, 투쟁, 신앙 등)와 주제(생의 의지, 도덕적 양심)을 모두 다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음.
내가 좋아하는 프랜즌의 소설들도 결국 인생수정이 너무나 큰 원형이 되어 있고…
물론, 원형이라는 게 단지 '소설'의 형태로만 적히지는 않는다고 생각함. 마르케스의 마꼰도 마냥 하나의 세계가 원형으로 자리잡을 수도 있고, 가즈오 이시구로의 기억이라는 소재조차도 그 자체가 하나의 원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함. 물론 이 기억은 수식어가 더 붙어야 더 적합하게 표현될 수 있을 것 같긴 하나…
결국 작가는 이러한 자신의 원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음. 외려 너무 폭넓고 다양하게 적는 작가(필력에 따라 이걸 전부 멋있게 묶을 수도 있겠으나)는 독자들이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 같음. 뭔가 고뇌하는, 작가로서의 이상적인 모습이 안느껴진다 생각해서 그럴지도 모르겠으나..
아무튼 작가란 평생에 걸쳐 나무 한 그루를 '만드는' 데에 투신한 자들이 아닐까 싶네요. 경우에 따라선 뿌리 없는 나무가 만들어져버려 깊이가 없거나 중구난방 식의 싱거운 작가가 되버릴 수도 있으나, 초기든 말년이든 간에 어쨌든 자기만의 개성이 될 수 있는 원형, 그러니까 뿌리를 만들 수 있다면…
책도 안읽혀서 그냥 곰곰이 생각하다 주저리 적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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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말로 원형 좋은말로 자기복제ㅋ
팩트 폭행 ㄷㄷ
그 원형이 얼마냐 깊냐에 따라 작가 내공이 갈리는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