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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러 전쟁이 아직까지도 끝나지 않고 식량과 에너지에서 전세계를 천천히 늪에 빠뜨리고 있는 동안, 우리는 독재자 푸틴이 시작한 전쟁을 탓하고 젤렌스키를 위시한 우크라이나를 단순한 선역으로 보는 데에 익숙하다. 물론, 우러 전쟁의 원인은 당연히 러시아에 있다. 다만 문제는 누가 선역이고 악역이나가 아니라 어째서 이런 일이 발생하고 다시금 또 발생하게 되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조지아와의 전쟁과 크림 반도 합병 등, 단지 여전히 제국주의적인 러시아의 야욕 때문인가? (사실 이것도 깊게 따져봐도 틀린 말은 아니기는 하다) <우크라이나>는 우크라이나라는 참 애매한 국가와 민족이 어떻게 창조되었고 이것이 러시아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시초부터 20세기까지의 흐름을 통해 파악하고자 하는 책이다.



대한민국이라는 세계에 몇 안 되는 특이한 케이스로서-아직도 인터넷의 극단적인 민족주의자 커뮤니티에서는 한국이나 일본이 '단일민족의 우월성'을 입증하는 예시로 자주 회자되곤 한다-우크라이나 민족주의의 창조 과정을 보면 참 생소하기 짝이 없을지도 모른다. 우크라이나라는 명칭 자체도 일종의 경계를 의미하는 말로서, 동유럽의 농노화를 피해 달아난 이들이 어떻게 단지 약탈자라는 뜻의 카자크 이름을 달고 살다가 점차 자신을 카자크로서 자각하게 되는지, 이들이 어떻게 주변과 자신을 구별지으며 자신들이 점거하고 있는 땅을 하나의 독립적인 지역으로서 인식하게 되는지는 참 흥미로운 사례다.



물론 그런 카자크라는 인식은 근대적인 민족과는 거리가 먼 것이고, 제정 러시아와의 합병 과정에서 문제는 그저 이 지역에서의 특권적인 지위를 러시아라는 큰 틀에서 인정받고 싶었다는 점과, 러시아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는 것 뿐이다. 인정 받지 못하는 엘리트들은 예전과는 다르게 제정 러시아와 자신들 사이의 어떠한 구별, 차이를 두고 싶어 했고, 옛 과거의 카자크를 소환하여 "루스"의 적통, 소러시아인으로서 자신들을 새롭게 명명한다. 이 과정에서조차도 그들은 그저 루스라는 큰 무리 속에서 대러시아(제정 러시아)보다 더 주도권 있고 더 정통성 있는, 대러시아를 포함하는 문화권의 종주로서 스스로를 자리매김하고 싶었을 뿐이다. 여기에서의 핵심은 당대의 우크라이나 지역의 사람들은 너무나 당연하게 자신을 러시아와 동일한 묶음에서 바라보고 있었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라는 민족과 국가를 독립시키기 위해서는 이런 과거의 기록과 인식에 약간의 창조적 조작이 필요했다. 우크라이나 민족사관은 러시아가 바라보는 역사에서 우크라이나의 몫을 독립시켰고, 처음으로 우크라이나를 루스의 적통으로 바라본 <루시인의 역사>를 토대로 우크라이나적 원형 신화를 만들었다. 이러한 두 중첩되는 역사 인식은 러시아가 바라보는 세계와 우크라이나가 바라보는 세계를 충돌시키며, 둘을 공존할 수 없는 어떤 것으로 만들고자 하였다. 이것을 일반적 '우크라이나인'이 동의하느냐는 당시에는 중요하진 않았다. 그리고 이 독립적 우크라이나를 만들기 위해 우크라이나는 2차 대전이라는 기회를 잡아 나치 독일과 협력하여 소련에 대항했다. 비록 나치 독일이 소련만큼이나 자기들을 핍박했더라도.



저자는 이 역사적 흐름을 짚어나간 뒤 책의 말미에서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하나 한다. "푸틴 정권에 맞서 오랜 시간 목숨을 걸고 투쟁해 온 나발니와 같은 가장 강경한 반체제 인사들조차 크림 반도 병합과 돈바스 내전 개입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것은, 우크라이나가 역사적으로 러시아와 떨어질 수 없는 동슬라브 문명의 일원이며 향후에도 러시아의 영향권 내에 반드시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푸틴 정권의 역사 인식을, 심지어 푸틴을 누구보다 증오하는 러시아 내의 반푸틴 세력까지도 공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것은 우러 전쟁과 그 이전까지의 문제를 어느 문제적 개인에게로 국한시키는 손쉬운 생각을 부정하는 좋은 예시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앞날이 앞으로도 순탄치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예시이기도 하다. 원인을 아는 것은 문제를 악화시키지 않게 도와줄 수는 있지만, 그 이상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