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과 <고요한 돈강>을 세 번씩 읽었다. <독일 이데올로기>도 한 번 읽었다. 원주율도 소수점 이하 열여섯 자리까지 외울 수 있다. 그래도 그들은 나를 비웃을까? 아마 비웃을 것이다. 실컷 비웃을 것이다. (중략)
"이봐요" 하고 나는 운전사에게 물어보았다. " 원주율을 알아요?"
"3.14 말입니까?"
"그래요. 그런데 소수점 이하 몇 자리까지 외울 수 있어요?"
"서른두 자리까지는 압니다. 그 이상은 좀..." 하고 운전자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서른두 자리?"
"네, 좀 특별한 기억법이 있거든요. 그런데 왜 그러십니까?"
"아니, 됐어요" 하고 나는 기가 죽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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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쯤 전에 선생님께서 가르쳐주셨습니다" 하고 느닷없이 운전사가 말했다.
"무얼요?"
"하나님의 전화번호 말입니다"
나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미친 걸까, 아니면 그들이 미친 것일까?
"당신에게만 살짝 가르쳐주셨나요?"
"그렇습니다. 저에게만 살짝 가르쳐주셨어요. 훌륭하신 분이죠. 선생님도 알고 싶으십니까?"
"가능하다면" 하고 나는 말했다.
"그럼 알려드릴게요. 도쿄 945의..."
"잠깐" 하고 말을 끊은 나는 수첩과 볼펜을 꺼내 그 번호를 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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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어디 보자" 라고 운전사는 고양이를 향해서 말했지만, 역시 손은 대지 않았다. "이름이 뭐죠?"
"이름은 없어요"
"그럼 뭐라고 부르지요?"
"부르지 않아요" 라고 나는 말했다. "그저 존재하고 있을 뿐이에요" (중략)
"정어리 어떻습니까? 즉 이제까지 정어리와 똑같은 대접을 받고 있었던 셈이니까요"
"나쁘지 않은데요"라고 나는 말했다.
"그렇죠"라고 운전사는 우쭐해서 말했다. (중략)
"정어리 이리 온" 하고 운전사는 말하며 고양이를 안았다. 고양이는 겁을 먹어 운전사의 엄지손가락을 물고 방귀를 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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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의 근본이 생명의 의식 교류 작업에 있다면 왜 역이나 공원, 야구장에는 이름이 붙어 있지요? 생명체가 아닌데도 말입니다" (중략)
"호환성이 없기 때문 아닐까요. 예를 들어서 신주쿠 역은 하나밖에 없고 시부야 역과 바꿀 수는 없잖아요" 운전사가 말했다.
"신주쿠역이 에코다에 있으면 좋은데"라고 여자 친구가 말했다.
"신주쿠역이 에코다에 있으면, 그것은 에코다역이지요"라고 운전사가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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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하하하~
하루키 책은 피하고 있었는데 읽어 보아야겠군요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으니 즐길일만 남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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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읽을 때마다 느낀 건데 나 하루키 유머랑 은근 취향 맞을지도
놀숲이랑 단편은 약간 건조하다고 해야하나 물기 싹 빼고 감각으로 밀고 가는 느낌이었는데 이건 재밌네 양쫓모 말고 혹시 비슷한 작품 또 있음?
하루키식 유머가 마음에 드신다면 에세이가 최고긴하죠. 장단편에서 웃기게 쓰시는 분은 아니라 :/
하루키는 이런 맛이 좋아
존재하고 있을 뿐이죠 호환성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요? 신주쿠, 하느님, ㅅㅂ쌌다
독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