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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에 대한 세간의 평-생물학자로서의 본분보다는 너무 멀리 나가지 않았나-과는 별개로, 도킨스는 확실히 올바른 생물학적 개념을 알기 쉽게 풀이해 쓰는 좋은 학자다. 우리로서는 다소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종교계에서 많은 비판을 편지와 방문의 형태로 받았다는 것을 생각해보면-이 책이 1986년에 나온 책인데, 이미 이 책에서도 그런 언급이 있었을 정도다-좀 과할 정도로 공격적으로 사람이 변해가는 것도 나름 이해할 수 있겠다, 생각하며 이 책을 읽었다. 아마 어릴 적에 읽은 <이기적 유전자>와 <만들어진 신>을 제외하면 처음으로 읽는 도킨스의 책일 테다. 그리고 확실히 지금 읽어도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눈먼 시계공>은 점진적인 발전 과정에서 얻는 이득을 통한 진화에 대한 올바른 개념과 진화 및 분류에서 불거지는 여러 학술적인 논쟁을 소개하고 이에 대해 저자 나름대로의 해답들을 제시한다. 일전 굴드가 쓴 <풀하우스>나 <원더풀 라이프>에서 상정하던 진화에 대한 생각과는 조금 다른 방식이기도 하다. 굴드가 진화 과정에서 생기는 생물체의 복잡도의 증가를 단지 복잡도라는 척도에서 한쪽 벽이 0으로 막혀 있기 때문에 생기는 자연적인 현상으로만 보았던 것과는 달리, 도킨스는 진화 과정에서 얻는 이득은 어떤 식으로든 복잡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물론, 이 복잡도로 인하여 얻는 이득이 복잡도를 구현하기 위해 바쳐야 하는 비용과 크게 상쇄되지 않는 한에서, 다른 경쟁 관계에 있는 종들과 복잡도를 통해 상대적 이익을 얻을 수 있을 때에 한하지만.
굴드에 비하면 훨씬 더 목적론적인 사고관이 엿보이면서도, 여전히 도킨스의 시각은 충분히 객관적이다. 슬프게도 진화를 다루는 생물의 역사에서 객관성은 우리의 존재와 앞으로의 과정이 어떠한 식으로도 보장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생학은 자신이 직접 자연선택 과정에 손을 뻗어 인류를 다소 개량할 수 있으리라 믿었겠지만, 현실은 우리에게 그런 종류의 시도가 외려 안 그래도 유전적으로 취약한 인류를 더더욱 취약하게 만들 뿐이라는 걸 보여준다. 그리고 동시에, 이러한 진화 과정에서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문제들이 결코 해결되지는 않으리라는 짐작도 함께 하게 해준다.
흥미롭게도, <눈먼 시계공>은 DNA 시스템의 놀라운 복잡도가 어떻게 자연적으로 생성될 수 있었는가를 설명하기 위해 당시 이를 설명하는 학설, "무기 결정설"을 언급한다. DNA라는 상대적으로 복잡한 유전 물질이 생기기 전에, 규소질로 형성된 결정의 형태로 자연선택에 따른 이득을 넘겨줄 수 있는 유전 구조라는 것이 존재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이어지던 복잡성의 흐름에서 DNA가 생겨나 이 구시대적인 유전 물질은 조용히 사라졌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를 설명하며 약간의 공상적인 이야기로 어쩌면 DNA 역시 이후의 전자적인 유전 물질에 의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며 인간을 포함한 유기물의 역사가 끝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말을 한다. 아주 잠시나마, 특이점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미래'에 살짝 공감이 간다. 새로운 문명의 시작을 위해 조용히 내적 모순을 떠안고 사라지는 구시대의 종족에 대한 애수로서......
서평을 너무 읽기 불편하게 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