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에서 다음에 출간될 책으로 뭐가 있을까 하는 글을 봤는데, 그걸 보니까 실제로 한번 만들어보면 좋을 것 같아서 표지를 한 열 권 정도 급조해봤음. 사진은 전부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을 사용했는데 문제 되면 내려야 할지도 모르겠..
1) 유진오 <김 강사와 T교수>
사용한 사진은 한영수의 <서울, 명동>(1956-63).
사실 열 편 만들려고 했을 때 제일 마지막으로 결정한 작품임. 문지 전집에서 일제시대 작가는 이젠 거의 다 다뤘다고 봐도 무방함. 그래서 처음에는 나머지로 뭘 넣을까 하다가 일제 시기 좌파 작가 중 한 명을 아무나 고르려고 했는데, 이기영, 한설야, 최서해, 최명익, 허준을 빼고 나니까 남은 사람의 면면이 약간 애매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음. 굳이 고르자면 조명희, 안회남, 현덕 정도가 대표적인 것 같긴 한데.. 그냥 뜬금없이 유진오로 채우기로 결정함.
유진오는 해방 이후 법학자, 정치인으로서의 삶이 워낙 유명해서 그렇지 젊은 시절에는 소설가로서 활약한 바 있음.
2) 정비석 <성황당>
사용한 사진은 육명심의 <장승 시리즈-충청남도 공주 탄천면 송학리>(1986).
정비석을 고른 것은 문지 한국문학전집에 문학사적 비중이 적거나 거의 원히트원더 취급받는 작가들의 단편선이 의외로 몇몇 포함되어 있기 때문임. <화수분>의 전영택, <벙어리 삼룡이>의 나도향, <사랑손님과 어머니>의 주요섭, <제1과 제1장>의 이무영 등이 그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음. 이 양반들과 비슷한 이미지의 작가로 개인적으로는 계용묵과 정비석이 떠올랐는데, 개인적으로 <정비석 문학 선집>에 실린 단편들을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강해서 정비석으로 정함.
3) 안수길 <북간도>
사용한 사진은 강상규의 <영원을 향하여>(1963).
개인적으로 안수길이 아직까지 나오지 않은 게 이해가 안됨.. 개인적으로 안수길은 해방 직후 소설계의 김동리와 황순원의 투탑 체제 하에서 이들에 버금가는 3인자의 위상을 가진 작가라는 생각을 갖고 있음. 특히 <북간도>는 이 두 작가가 별로 보여주지 않았던 거대한 스케일의 장편이라는 점에서 당시의 소설 중에서도 참 읽을 맛 나는 작품 중의 하나임. 아마 실제로 출간된다면 이기영의 <고향>을 넘어서는 최대 두께의 책이 될 것 같음.
4) 장용학 <요한 시집>
사용한 사진은 히라타 미노루의 <백남준 발표회, 소게츠 아트 센터>(1964). (보자마자 <요한 시집>에 나오는 박치기 토끼가 생각나서 바로 이걸로 골랐음)
장용학 역시 왜 아직까지도 나오지 않았는지 궁금한 작가임. 다 아는 바와 같이 장용학은 전후세대 작가 중에 가장 문제적인 작가로 평가되고 있고, 전후 주요 작가들이 돌아가면서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받아갈 때 지혼자 문학상 한번 못받아본 철저한 비주류적 작가이기도 함. 개인적으로 이 양반의 소설을 엄청나게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조만간 꼭 나와줬으면 좋겠음.
5. 최정희 <흉가>
사용한 사진은 임응식의 <벽>(1960).
최정희는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지만) 여성 작가의 작품을 고른다면 누가 가장 좋을까 하는 생각 끝에 선택했음. 문지 한국문학전집에서 출간된 여성 작가 작품으로는 일제 시기의 강경애와 백신애, 전후세대 작가인 강신재와 박경리가 나온 바 있고 그 밖에 <근대여성작가선>이 출간되어 있음.
페미가 판을 치는 문학계 풍토가 아니었으면 나오지도 못했을 <근대여성작가선>은 차치하고라도, 여러 여성 작가 중에 백신애를 먼저 택한 것이 나로서는 조금 신기했음. 개인적으로는 일제 시기 여성 작가 중에 강경애, 박화성, 최정희가 삼대장이라고 생각하고 백신애는 지하련과 함께 그 다음 비중으로 보았던 편이어서..
암튼 최정희는 박화성과 함께 여성 소설가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문단 원로로 남아 활동했던 인물이고, 초기 이상문학상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음. 말년의 소설집인 <찬란한 대낮>은 문지에서 출간한 것이어서 이쪽과 인연이 있기도 함.
6. 김성한 <바비도>
사용한 사진은 홍일의 <기둥 3>(1996). 뜬금없지만 뭔가 화형대의 이미지랑 비슷해 보여서 골라봄.
이 뒤로는 모두 전후세대 작가를 골랐음. 대체로 문지 한국문학전집은 신소설에서 전후세대 작가들까지 다루고 60년대 이후의 작가들은 문지 소설명작선이나 문지클래식으로 출간되는 경우가 많아서(유일한 예외가 허윤석의 <구관조>임) 여기 넣으면 이상할 것 같음.
문지 한국문학전집에서는 그동안 전후세대 작가 작품으로 앞서 언급한 강신재, 박경리 외에 손창섭, 선우휘, 이범선의 단편선이 나왔는데, 그 밖에 이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되는 작가들을 가져와봤음.
7. 서기원 <암사지도>
사용한 사진은 전미숙의 <기억의 풍경-경북 고성>(1994). <암사지도>가 대체로 집 안을 배경으로 하는? 분위기로 기억에 남아서 이걸로 가져와봤음.
8. 오영수 <갯마을>
사용한 사진은 김영수의 <떠도는 섬 25>(1997-2004).
오영수는 평생 단편만 쓴 작가로 알려져 있음.
9. 하근찬 <수난이대>
사용한 사진은 김한용의 <상량식>(1960). <수난이대>의 마지막 장면인 다리와 두 남자의 이미지?를 찾으려다가 어찌어찌 이걸로 고름..
하근찬은 최근에 전집이 나오고 있어서 문지에서 바로 또 나오기는 어려울 듯.
10. 이호철 <판문점>
사용한 사진은 김녕만의 <판문점>(1989).
이호철은 전후 등장한 작가 중에서는 가장 연배가 내려가는 편임. 그래서 분명히 대표적 전후 작가로 평가는 되지만 뭔가 전후에서 60년대 작가에 걸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 같음. 문지 한국문학전집에 실릴 만한 작가 중에서는 가장 마지막 작가에 가깝지 않을까 싶은데, <한국현대희곡선> 같이 개뜬금없는 픽을 보면 그렇지만도 않을 것도 같고.. 요건 앞으로 지켜봐야 할 듯.
이 ㅅ끼들 이걸 개추를 안주네
구관조 언급하는 분 처음봄ㄷㄷ
재출간된 게 신기할 정도로 힙한 책이긴 하쥬..
얼마전에 김강사와 T교수 읽었는데 개인적으로 진짜 숨겨진 명작이라 생각함
잘만들었누 - dc App
최인훈이 신진 작가들이 농촌 소설을 구상할 때 빠지기 쉬운 전형으로 성황당 문학 운운했던 게 저거였구나
그래도 발표 당시에는 이태준이 <봄봄> <날개> <비 오는 길> <무녀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작품으로 평가했음
정말 멋지다
장용학이 안 나왔었구나 ㄷ
존나 힙함추
저런 사진은 어디서 보는거임?? 화집처럼 출간되는거임??
저 작품들은 그냥 현대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찾은거..
개추박박추
유 굉장이 느낌있네you!
바비도 아직도 안나온게 이해 안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