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에서 작가 특유의 과학적 상상력은 절정에 이르렀으나 문학성은.. 정확히 말하자면 '드라마'적인 요소는 1, 2부에 비해 굉장히 부족해졌다고 느꼈다.(그렇다고 1, 2부가 엄청난 글빨과 문학성을 지녔다는 의미는 아님) 1, 2부에서는 다채로운 조연이 등장해 각자의 시선에서 인류가 맞이하게 된 위기를 풀어 나가는 매력이 있었지만 3부에서는 오로지 청신이라는 인물에게만 포커스가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듯 함. 물론 그래비티 호와 블루스페이스 호의 이야기가 있고 원톈밍과 웨이드, AA라는 인물도 있지만 전자는 초반 이후로는 비중을 급격히 잃어버리고 후자는 웨이드를 제외하면 오로지 청신에게 도움이 되기 위한 단순한 인물상임. 청신 자체도 수동적이고 유약한 인물이다 보니 인물 관계도 단조롭고 행동도 단조롭게만 느껴지지. 1, 2부에서 했던걸 3부에서는 하지 않은 것은 작가의 능력 문제라기 보다는 의도한 바 같은데.. 억겁의 시간을 관통하는 본작 특성상 보편적인 도덕관념을 가진 평범한 인물을 내세워 그녀가 느끼는 바를 독자들도 느끼게끔 하는게 작가의 의도 같다. 작품 내에서도 청신이란 인물의 문제를 자각하고 있는지 인류가 2번씩이나 막대한 피해를 입은 것이 그녀에게 책임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서술하고 있으며 우주의 사회관에 대해 가장 부합하는 인물은 웨이드로 나타나지.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주인공인 이유는, 이 냉엄한 우주의 질서 속에서 인간성을 간직하는 것이 마냥 의미 없는 행위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웨이드가 주인공이었다면 최후반부의 감동을 느끼기 힘들었겠지.
내 생각에, 1, 2부가 합쳐서 완성된 이야기라면 3부는 세계관의 개괄 같은 격의 소설임. 작가가 생각하는 우주의 사회관, 생명체가 자신의 모행성을 변화 시킬 수 있다면 우주적으로는 문명이 어떻게 우주를 변화 시킬 수 있는 지에 대해서 스스로의 상상력을 극한까지 끌어 올려 서술한 것이지. 그 것만큼은 정말로 휼륭하게 해냈다. 물론 삼체라는 소설에서 중요한건 인물의 묘사 같은게 아니기도 함. 삼체에서 나타나는 '우주적인 묘사'를 범접할 수 있는 작가는 얼마 없다.. 읽어본 사람들은 알거야.
확실히 1.2부 주연에 비해 청신은 매력이 너무 없어요ㅠ
글 엄청 잘 쓰시네요. 아주 공감가는 내용입니다.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