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현상학 서문(Vorrede)은 헤겔이 본문을 다 마친 후에 쓴 것인데, 그래서 정신현상학(학문의 체계 제1부) 전체에 대한 요약과 더불어, 학문의 체계 제2부에 해당하는 논리학(Wissenschaft der Logik)으로의 도정까지도 보여주고 있고, 개념의 노동, 부정적인 것에 머물기, 전체의 계기를 이루는 대립물의 대립, 사태의 자기운동, 자기 내로의 복귀, 형식주의 및 도식적 방법론 비판, 이치추론 사유의 문제, 진리의 전체성, 칸트 비판, 사태 속으로  들어가기, 정신현상학에서 논리학으로의 이행 등등 인상적인 주제들이 많았음.
책은 도서출판b에서 헤겔총서 2권으로 나온 『헤겔의 서문들』(에르빈 메츠케 주해, 이신철 옮김)로 읽었는데, 메츠케의 주해들은 꽤나 큰 도움이 되지만 그것도 헤겔 이전과 헤겔 철학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전제하긴 함. 번역은 거의 완전히 직역인 것 같은데, 김준수 교수님 번역본이랑 비교해 봤을 때 가끔 오역으로 보이는 부분들이 조금 발견됨. 이건 이신철 번역본이 Suhrkamp 사의 Werke판을, 그리고 김준수 번역본이 Felix Meiner사의 판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서 생기는 차이인 것 같기도 한데, 전체적으로 봤을 때 김준수 교수님의 번역본이 좀 더 매끄럽고 맥락을 잘 살린 것 같음. 두 번역본이 10년의 간격을 두고 있기 때문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