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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영도좌와 민희좌가 판타지 양대산맥인 거 부정할 사람 없지만

그 양반들이 창조해낸 인물들은 깊이는 있되 입체적이진 않았던 거 같음.

좋게 말하면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인물들을 창조해냈고(그거도 사실 대단한 능력이지), 그나마 영도좌의 할슈타일 후작이 입체적이라 할 수 있을텐데 이나마도 그작자가 작중에서 죽었다 살아나는 체험을 하고 사람이 좀 바뀐 케이스라 공감하긴 좀. 설득력있게 제시되지도 않고.

반면에 민소영 작가의 홍염의 성좌와 북천의 사슬에서 나오는 인물들은 입체적이고 인간적이라, 우리 실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인물에 대한 호불호와 인간관계의 미묘함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힘이 있었음. 여기서 인간적이라함은 독자 중 누군가에겐 공감이 안 갈 수도 있고, 또 작중 인물들도 그 양반을 좋아할 수도,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임. 본인에게 그 인물이 이득이 되건 손실이 되건 상관 없이

말하자면 이런 입체적인 주인공들 성격과 품격에 기반한 이야기 전개가 민소영 작가의 특징이라 할 수 있겠고, 상당히 설득력 있게 인물상이 제시됨. 매력적이기도 하고.

인물에 기반한 이야기가 전개되다보니 이야기는 굉장히 협소하게 몇몇인물들의 영웅적 행보로 대다수의 국면이 해결되는 특징이 있음.

이게 일반적으로는 단점이라 할 수 있겠지만 흥미가 우선이라 할 수 있는 장르소설 쪽에서는 또 장점이라 할 수도 있을 거 같아 특징이라 하겠음.

작가가 30대 초쯤에 쓴 책으로 알고 있는데 아마 작가의 인간관계 경험에 기반한 심득이 묻어나오는 거로 생각함. 그만큼 오히려 좀 더 늦은 나이에 보면 맞말한다고 느낄만한 구절이 많음. 인물들 심리에 관해서는 말이지.

참고로 당시 30대 초반의 인간관계 경험은 요새로 치면 30대 후반쯤 되야 깨우칠 수 있는 질과 양인 거 같음. 이건 순전한 나의 주관적 의견임.


하여튼, 양대본좌는 앞서 말한 그 둘이겠지만 민소영 작가도 인물에 기반한 드라마를 구성해내는 데에는 흥미로운 재능이 있다고 인정하게 되었음.

나같은 독자에게는 두고두고 읽을 책이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일단 시간 떼우기로 너무나 잘 읽어서 좋았고, 정말정말 너무너무 좋았고 충실한 시간떼우기였음. 이렇게 충만한 시간 뗴우기는 정말이지 오랜만이었다.

나보다 더 감성이 풍부한 사람은 두고두고 읽어도 좋을 수 있는 판타지 소설계의 수작이라 할 수 있는 거 같음. 일단 두고 두고 보려면 나이는 좀 어려야 할 거 같다는 개인적인 선입견이 있음. 뭐랄까... 인물들은 입체적이지만, 반대로 이야기는 평면적인 면이 있어서 그럼. 인물들의 입체성을 낱낱이 파헤쳐놓은 만큼 이야기 전개는 절묘한 맛은 있지만 평면적이 되어버렸달까? 그래서 어린 친구들에겐 두고두고 볼만한 이야기지만 어른이 된 사람들에게는 새롭지 않을 거 같아.

당신이 독서 본연의 재미를 잃은 사람이라면, 한번 찍먹을 시도해볼 것을 강추하고 싶을 정도로 엄청나게 즐거운 4일이었다. 이북으로 읽었는데 여가시간 모두를 폰에다 머리박고 있었음. 그야말로 몰두하고 몰입했다는 거.


홍염의 성좌가 후반부로 갈수록 로맨스물화되어 나에게는 조금 매력이 떨어져간 반면, 북천의 사슬은 주인공이 연애를 거부하는 금욕자라 남녀간의 인간관계는 안나오고 금욕자가 인세를 헤쳐나가는 지혜에 가까운 처세는 엿볼 수 있다.

두 작품 모두의 단점으로는 전투장면이 헐거워보이고, 마치 어릴 때 본 애니메이션처럼 물리법칙을 무시하는 전투 장면이 자주 나온다는 것과, 음~ 작가 본인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는 것처럼 보이는 작중 인물들의 어떤... 감상에 치우친 행동들이 있음. 그걸 좋아하는 사람이더라도 봐도 좀 과하다고 인정할 거 같단 생각이 들 정도로.

단점이라고 콕 집을건 아니지만 남자들의 브로맨스 장면이 넘쳐흐르는 거도 어떤 독자들에겐 힘든 일일 수도 있고, 아무래도 20년 된 작품이라 그런지 여성과 남성의 인식이 약간은 그시절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음.

이건 전통적 남성상, 여성상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초기 피씨통신에서 어린 사람들이 부족한 자신의 경험을 커버하려고 만들어낸 어떠한 성별적통념이 있는데, 그건 뭐 예를 들면 비극적 여성 캐릭터들은 대체로 윤간을 당하고, 비극적 남성 캐릭터들은 대체로 자신의 연인을 그런 위기에서 못지키고... 이런 게 그 시대의 유행이었음. 그리고 민소영작가의 남성상, 여성상은 거기에 대한 빡침이 좀 엿보이고 그래서 거기에 대한 반론으로 제시한 캐릭터들로 느껴졌음.

하지만 이게 20년쯤 된 책들이다보니 그런 반론도 오히려 좀 어설퍼보인다고할지 좀 부족하다고할지, 그런 느낌이 들었음. 가령 남성적인 리더쉽있고 터프한 미인인 대공이 스커트를 안입는다고 한숨을 쉬는 남성들의 모습같은 거?

그러나 그 시대의 인터넷작가들이 가지는 생각을 탐구하는 데에는 또 좋을 거 같고 ㅇㅇ.



시간여행 잘했다. 중고생 시절로 돌아가 방학 때 판소 끼고 주말밤을 지새는... 그런 아주 아름아운 추억이 다시 떠오르는 재미있는 경험이었음.

오히려 눈마새 피마새같은 탑티어보다 더 이런 여행에는 제격인 작품이랄까. 탄탄한 내공보다는 순간적인 파괴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었음. 몰입하기 좋은 이야기에, 끝없이 감성을 설득력 있게 몰아부치는 작가의 스타일이 그렇다는 거.

민소영 작가가 본인내공에 비해서는 인기가 덜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쉬운 부분이야. 우리나라 대여점 문화에 더불어 주소비층이 거지층(미성년자)였던 데다 판타지 소설에 대한 선입견까지 있던 시절이라.... 당시 판소 작가들은 정말 안쓰러웠단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