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전에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다 읽고 이런 저런 생각하다가
갑자기 하루키 소설 관련된 추억이 떠올라서 끄적이고 자려고 함
나도 여자친구도 지방 소도시에서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작년에 대선이다 지선이다 선거가 2번이나 있었잖아
여자친구가 선거 업무 담당자라서 주말 또는 공휴일에도 선거 시스템 관련해서 점검하려고 출근을 했는데
작년 설 연휴 때도 출근을 해야한대서 나도 굳이 약속도 없고 해서 같이 출근을 했어
설 연휴면 아직 한창 겨울이잖아
시골 한적한 면사무소인데 안에 석유난로가 있어 (물론 히터도 있기는 해)
여자친구 일할 동안 난로 앞에 의자 가져다 놓고 편하게 기대 앉아서
하루키 일인칭단수를 읽었어 그 때 처음 읽은 건 아니고 그냥 시간 죽일 게 책밖에 없는데 눈에 보이는 책 챙겨 간 거야
명절 연휴의 여유로움, 시골이 주는 편안한 정취, 석유 난로의 따사로움과 이따금 코를 찌르는 석유 냄새
면사무소 창문 사이로 비치는 주황빛 햇살, 멀리서 들려오는 자동차 바퀴의 지면과의 마찰음
텅빈 사무실에 울리는 타자기 소리
돌베개에 속의 단가
위드 더 비틀스의 비틀스 앨범을 든 소녀의 모습 등
잊혀지지 않는 순간이 됐어
기회가 될지 모르겠지만 꼭 다시 한번은 설 연휴는 아니더라도 겨울에 면사무소 가서 난로 틀어놓고 책 읽고싶음
별 거 없는 이야긴데 그냥 끄적여봤음
다들 잘자
일인칭 단수는 번역서 나오기 전 원서로 읽은 첫 책이라 좀 더 애틋해 특히 위드더비틀스
원서로 읽을 수 있다니 부럼당..나는 일본어 하나도 모르는데 일본 여행 갔을 때 원서 한권 사왔어 표지도 이쁘고 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