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을 공간도 없는데 책을 또 사버리고 말았다

보다시피 책은 예쁜데 읽다보니까 이상하게 밋밋한 느낌이 들어서 다른 번역본이랑 비교해 봤어

일일이 상상하면서 읽기를 선호하는 사람은 구매 전에 참고해 봐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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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밍버드(김서령 역)

"아, 저거 보세요. 사과꽃 속에서 왕벌 한 마리가 톡 튀어나왔어요."


알에이치 코리아(유자화 역)

"어머, 이것 보세요. 큰 벌이 사과꽃에서 굴러떨어졌어요."


현대지성(오수원 역)

"어머 저기 보세요. 큰 벌이 사과꽃에서 나왔네요."



(원문은 Oh, look, here’s a big bee just tumbled out of an apple bloss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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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슈가 아이를 안아 마당에 내려주는데 아이가 속삭였다.


허밍버드(김서령 역)

“들어 보세요, 나무들이 잠꼬대를 해요. 기분 좋은 꿈을 꾸나 봐요!”


알에이치 코리아(유자화 역)

“나무가 잠을 자면서 하는 말을 들어보세요. 행복한 꿈이라도 꾸고 있나 봐요.”


현대지성(오수원 역)

"나무가 잠자리에 들면서 이야기하는 걸 들어보세요. 분명 멋진 꿈을 꾸고 있을 거에요!"



(원문은 Listen to the trees talking in their sleep, What nice dreams they must h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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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것에 딱 맞는 이름을 붙여줄 때의 'thrill'을 느껴본 적 있냐는 앤의 물음에

매슈가 벌레를 봤을 때 그렇다고 하자


허밍버드(김서령 역)

"아이 참, 그건 제가 말한 짜릿함하곤 달라요."


현대지성(오수원 역)

"그건 제가 말한 것과 완전히 다른데요."



(원문은 Oh, I don’t think that can be exactly the same kind of a thr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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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밍버드(김서령)

그러고는 소중한 물건들이 몽땅 들어 있다는 여행 가방을 단단히 쥐고, 소녀는 매슈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알에이치 코리아(유자화 역)

그런 다음 아이는 자기의 소중한 물건이 모두 다 들어 있다는 융단 가방을 꼭 쥐고 매슈의 뒤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


현대지성(오수원 역)

아이는 이렇게 속삭인 다음 전재산이 담긴 가방을 꼭 쥐고 매슈를 따라 집으로 들어갔다.



(원문은 Then, holding tightly to the carpet-bag which contained "all her worldly goods," she followed him into the 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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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밍버드(김서령 역)

"아저씨를 보자마자 ‘우린 영혼이 닮은 사람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알에이치 코리아(유자화 역)

"전 아저씨를 처음 보자마자 영혼이 통하는 친구라고 느꼈어요."


현대지성(오수원 역)

"전 아저씨를 보자마자 저랑 마음이 맞는 분이라는 걸 느꼈어요."



(원문은 I felt that he was a kindred spirit as soon as ever I saw h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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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밍버드(김서령 역)

"장미꽃처럼 발그레한 얼굴빛도 별처럼 사랑스러운 보랏빛 눈도 저는 마음으로 다 그려 낼 수 있어요."


알에이치 코리아(유자화 역)

"전 제가 아름다운 장미꽃잎 같은 피부색을 가졌고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사랑스러운 눈을 갖고 있다고 상상할 수 있어요."


현대지성(오수원 역)

"장미꽃처럼 발그레한 얼굴과 사랑스러운 보라빛 눈을 가졌다고 상상하면 돼요."



(원문은 I can imagine that I have a beautiful rose-leaf complexion and lovely starry viol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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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을 해본 적이 없다는 마릴라에게


허밍버드(김서령 역)

"아, 마릴라 아줌…… 아니, 마릴라, 도대체 얼마나 재미없게 사신 거예요!"


현대지성(오수원 역)

"어머! 커스, 아니 마릴라 아주머니. 정말 안타까워요!"



(원문은 Oh, Miss—Marilla, how much you miss!)





앤 대사 위주로 몇 개 가져와봤다

이 외에 다른 부분들도 비교해봤는데

대체로 허밍버드판이 더 원문 어감을 잘 살렸고 문장과 단어들에도 감성이 넘침

동서판도 좋다고 들었는데 그건 비교를 못해봤네


이번에 나온 현대지성판은 표현의 디테일을 싹둑 잘라버리기도 하고 앤 대사가 조금 딱딱하게 다가오는 감이 있다

단어가 건조하다고 해야할지

문장 흐름은 최고로 깔끔한데 사용된 단어에 아무런 재치가 없는...

마치 비문학만 읽던 사람이 동화를 번역한 것처럼 조금 심심하다


앤의 전매특허인 거창한 표현도 다 순화되어서 생동감이 2% 부족하게 느껴져

절제된 만큼 쉽게 읽히기야 하지만 앤에 있어야 할 감성까지 절제된 것 같아


다른 번역본에선 '영혼의 단짝'이나 '영혼이 닮은 사람'이라고 돼있는 부분들도 그저 '마음이 맞는 사람'정도로만 표현되어 있다든가

벌이 꽃에서 '굴러 떨어졌다.', '톡 튀어나왔다.'처럼 앙증맞은 문장 역시 현대지성판은 그냥 '나왔다.'라고 한다든가(어째 직역보다 밋밋하냐... ㅜ)

싱그러운 단어들이 바짝 말라있는 듯해서 아쉬울 따름임





짤막평)

앤의 거창한 표현들이 너무 얌전하게 번역됐다

잘 읽히게 하기위해 되도록 색깔 없는 단어만 썼다는 인상이 강하다
















"하지만 거창한 생각은 거창한 단어로 표현하는 게 맞지 않아요?"

("But if you have big ideas you have to use big words to express them, haven't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