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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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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판타지 소설을 좋아한다. 애드거 앨런 포의 단편선이나 카프카의 소설들, 보르헤스의 단편을 좋아한다. 해리포터도 엄청 좋아하고. 그러나 대다수가 생각하는 판타지 소설은 사실 톨킨이나 이영도의 소설인 거 같다. 아쉽게도, 나는 톨킨이나 이영도의 소설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판타지는 예측불가하고, 개연성이라곤 없으며, 신비와 환상이 가득한 세계이지 화려하고 멋진 세계관과 정교하게 짜여진 서사가 중심인 책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그야말로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판타지 소설 중 하나이다. 단 한 순간도 예측할 수 없는 전개와, 다들 나사가 한두개씩 빠져있는 인물들, 순간순간 빵 터지게 만드는 유머들까지. 뭣보다, 빡통 앨리스가 좀 커여워서 많이 웃겼음.

하지만 예전에 앨리스를 읽었을 땐 이정도로 재밌진 않았다. 다들 그렇듯이 아이일 땐 어른을 동경하고, 어른일 땐 아이를 동경하는 법이다. 그 땐 괜히 상실의 시대 데미안 이런 책들이 더 간지나고 작품성도 높다고 생각했으니까. 영화도 올드보이 이런 거 봐야지 멋있는 줄 알았음. 정작 어른이 되니 픽사 애니메이션이 더 재밌는데. 암튼 그러다가 최근에 앨리스를 다시 읽게 되었다.


진짜 역대급 꿀잼이었다. 마치 카프카의 성을 읽는 기분이었다. 군데군데 웃음이 터지기는 하는데 가끔씩 섬뜩한 장면도 나오고, 전반적으로 나사가 빠져있는데 의외로 현실을 관통하는 장면들도 나온다. 앨리스와 체셔 캣의 대화나 애벌레와의 대화는 ㄹㅇ 조현병 환자 대화 같아서 섬뜩했고, 처형을 밥먹듯이 하지만 그 누구도 죽지 않았다는 말은 권력은 누구에게 있는가를 생각하게 만든다.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인지 알 수 없는 세계. 이해할 수 없는 부조리와 이유 없는 규칙들이 가득한 세계. 그리고 그 안에서 우스꽝스럽게 자기들의 역할을 수행하는 환상의 세계. 앨리스의 백일몽이 만들어 낸 정상과 비정상이 뒤섞이는 이 세계는 그 자체로도 매우 흥미롭다.


하지만 뭣보다 이 책을 재밌게 만든 이유는 앨리스의 빡통짓이다. 쥐 앞에서 고양이 얘기를 하지 않나, 새 둥지에서 계란 먹었다는 얘기를 하지 않나 빡통짓이란 짓은 다 하고 다니는데 의외로 고집도 있어서 여왕이든 왕이든 좀만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태클을 거는 마이페이스의 끝판왕에다 은근 자기가 똑똑하다고 생각하는지 역사나 단어 같은 거 아는 거 나오면 꼭 한마디씩 뱉는다. 좀 커여운듯ㄹㅇ. 


그런 이유로, 이제부터 누가 나한테 최고의 판타지 소설이 뭐냐고 묻는다면 난 조금의 주저도 없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꼽을 거다. 드라큘라? 반지의 제왕? 프랑켄슈타인? 다 꺼져 커여운 앨리스가 최고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