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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잃은 심리학자가 있었다. 가족들에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이었을까, 심리학자의 아버지는 수 킬로미터를 운전해 조용한 곳에 주차하고는, 수차례 전신을 짧은 칼로 긋고 마침내는 가슴에 칼을 찔러 세상을 떠났다. 아들은 아버지의 그림자 아래에서, 자신의 학문적 궁금증에서, 또는 자살자 유가족의 아픔을 담아, 목숨을 스스로 끝내려 하는 사람들의 사례들과 그들의 유서, 주변인들의 증언과 연구 결과를 하나하나 모아 아버지의 죽음에 실마리를 찾아 나가고자 한다. 이 책은 그렇게 탄생하였다.

자살이란 나약함의 표상이자, 수치스러운 행동이란 관념이, 아버지의 죽음 이후 끊임없이 나를 괴롭혔다. 아버지는 어떤 의미로든 나약한 분이 아니셨고, 오히려 육체적 고통에 익숙한 듯 금욕적 강인함을 발산하시곤 했다. - 16p 중

여러 차례의 부상 편력, 그리고 명백한 금욕적 강인함과 대담성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자살을 시도하실 때 서서히 단계를 밟아 올라가셨던 듯 하다. 심장을 찔러 돌아가셨지만 그 전에 몸의 다른 부분들을 먼저 찌르셨다. 이 사실은 (긴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써내려가기가 고통스럽다) 대단히 중요하다.
자살로 목숨을 끊는 모든 사람들은 단계를 밟아 자해의 수위를 높인 끝에 최후의 목적지에 닿는다. 오랜시간에 걸쳐 이루어지기도 하고 (차차 고통에 익숙해지면서), 또는 단기간 안에 치명적이지 않은 자살 방법을 먼저 시도해보는 경우도 있다. - 22p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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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라는 책이 있다. 1999년 4월 고등학교에서 총기난사 범죄를 저지르고 자살한 딜런 클리볼드의 어머니 수 클리볼드가, 아들이 범행을 저지르고 자살한 지 16년 간, 아이에 대한 그리움, 아이를 몰랐던 것에 대한 회한, 자식에 대한 여전한 사랑을 담아 집필한 책이다. 책에서, 수는 여러 정신의과학과 심리학자들의 책과 연구를 언급하는데, 그녀가 주로 인용한 주장들 중 하나에 토마스 조이너의 사상이 있었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를 읽으며, 그녀가 인용한 책들을 하나하나 노트에 체크하다가, 도서관에서 이 책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를 읽으면서도, 자기 파괴행위에 성공하고야 마는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과 안타까움, 동정은 오랫동안 내 생각 한 자리를 떠돌아 왔다. 군대에서 사고 예방교육을 받고, 학교에서 자살 예방교육을 받으며, "왜 어떤 사람들은 자기를 세상에서 지우고 싶어 할까?" 라는 궁금증은 계속 머릿속 한 켠을 차지해 왔다. 우리나라도 20~40대의 사망원인 1위 자리를 자살이 십수 년 간(아마 IMF 이후 계속) 왕좌를 차지하고 있으며, 자살을 막기 위해 각계각층에서 여러 활동을 하고 있지만, 원인에 대한 진지한 학문적 고찰과 통계적 분석은 미비하다.
대신 그 자리를 '힐링'이라는 한물간 주제가 서점가와 방송가를 차지하고 있다.
요즘은 또 반힐링, 실리주의 바람이 부는듯 하지만, 최근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면 힐링 퇴치는 요원한 일인듯 싶다.



저자는 자살행위를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천천히 한꺼풀씩 벗겨가면서 분석한다.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심각한 자살행동은 '자살에 대한 욕망'과 '자살 능력' 의 결합으로 생겨난다. '자살에 대한 욕망'은 앞 세대 연구자들의 여러 참고할 만한 분석을 기초로 하여, 조이너는 '자신이 짐이 된다는 느낌'과 '좌절된 소속감'으로 자살욕망을 크게 분류해 설명한다.
그리고 그 대전제에서 자살에 영향을 끼칠수 있는 요소들을 하나하나 분석해 나간다. 유전적 요인, 신경생물학적 특이점, 충동성, 어린시절의 불행, 정신적 장애, 약물과 중독물질의 남용, 식욕, 기분, 공황장애 들의 연구결과들을 하나하나 따져간다

다만, 이 책은 본질적으로 '학술서'라서, 읽는 이에게 속 시원한 해결책이나 원인분석을 던져주지 않는다. 자살이란 주제애 대한 저자의 접근은 마치 연필심으로 초미세 조각품을 만드는 생활의 달인처럼 세심하고,혹시라도 자신의 글이 자살을 생각하는 독자를 자극할까 조심하는 듯 하다. 대신, 작가는 이런 자살에 대한 연구가,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인간 정신에 대한 이해에 기여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게 믿는다.

솔직히 나는 이 책을 온전히 다 이해하지 못하였다. 어쩌면, "우리의 뇌가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간단했다면, 우리는 우리 뇌를 이해하기에 너무 단순해서 우리 뇌를 알 수 없을 것이다"라는 격언처럼, 자살 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간단하다면 자살 행동은 쉽게 예방하여 현대 사회에서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었을 것이다. 지금도 인간에 대한 이해를 위해, 그리고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나, 자살로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주변인(가족, 친구, 배우자, 연인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이 우울한 분야에서 빛을 비추고 앞장서는 사람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조그만 관심과 격려일 뿐이다.

덤으로, 이 책을 읽고 자살행동에 대해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보다 먼저 나온 칼 메닝거의 "자신을 배반하는 인간(man against himself)" 이나 에밀 뒤르켐의 "자살론" 같은 선대 연구자들의 책을 한번 먼저 읽고 보는 것이 더 유익할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 작가가 쓴 책으로는 "자살, 차악의 선택" 이나 "심리부검 : 왜 사람들은 자살하는가" 도 좋은 책이다.


나처럼 자살을 연구하는 이론가와 과학자들은, "왜 이 분야를 선택했느냐?"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병적이고 우울한 주제가 아니냐는 뜻일 터이다.
내가 이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할 것인지는 이제 짐작이 될 것이다. 내 아버지와 내 가족, 그리고 다른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겪어온 고통을 예방하고 경감시키기 위해 일하는 상황에서 우울이란 가당치 않다. 단지 그것만으로 자살을 연구할 충분한 이유가 내게는 있다.
이유는 또 있다. 예술가와 작가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한 채 소멸해가는 것들이 긍정적이고 선한 것을 포함한 인간 본성애 대해 말해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핬다. 자살 위기와 같은 극단적 상태와 조건들은, 자살 경향성을 경험한 사람은 물론, 일반적인 인간의 본성을 조명해줄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기능장애가 없었다면 드러나지 않았을 심리적 현상들이 있다. 사고로 기억을 상실한 사람들에 관한 연구는 정상적인 인간의 기억 과정에 대한 이해에 크게 기여해왔다.
이와 마찬가지로, '왜 어떤 사람은 자신의 삶을 끝맺고 싶어하는가' 에 대한 이해는, 일반적인 인간 본성 이해에 기여할 것에 틀림없다. 어디에든 소속되고, 어디에든 사회에 기여하고픈 욕구는 인간으로서 존재에 필수적인 부분이다. - 273p 중




세줄 요약

1.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에 많이 인용되어서 읽어보게됨

2. 빡빡한 학술서라서 온전히 이해 못함.

하지만 본인이 자살자 유가족으로서 자살이란 문제를 규명하고자 한 저자의 의지는 확실히 읽을 수 있었음.

3. 이 책 읽으려면 "자살론" 이나 "자신을 배반하는 인간", "우울증의 해부" 같은 먼저 나온 연구저서를 읽고 이해하는게 편함

한국인 작가가 쓴 책은 "자살, 차악의 선택" 이나 "심리부검 : 사람은 왜 자살하는가" 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