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에 읽은 책들은 의도하고 고르진 않았지만 내용이나 메시지적인 측면에서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신기했다

노인과 바다라는 책은 여러 매체나 일상에서 수 없이 인용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다는 게 찝찝해서
5월 말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다
하지만 귀찮음에 굴복해서 하루하루 미루고 또 미루다 결국
열정이 식어 한 페이지도 펼쳐보지 않은 채로 반납기간이 다가와 씁쓸한 마음으로 반납을 위해 책가방에 담아두었는데

그런 와중에 주문한 '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와 '지하생활자의 수기'가 도착해 두근두근하며 니체부터 펼치자 또 서문부터 저자가 노인과 바다를 인용하며 책을 시작하는 걸 보고
나는 실소하며 반납하려고 가방에 담아둔 노인과 바다를 꺼내서 다시 한 번 의욕을 불태우고 읽기 시작했다

짧은 책이지만 완독함에 뿌듯함을 느끼고 다시 니체를 펼치니 책 속에서 니체가 말하는 위험하게 사는 것 만큼 아름다운 것이 없다는 말과, 고귀한 인간은 자신의 적을 필요로 한다는 등의 주장이 청새치를 잡기 위해 사투하는 노인의 모습을 통해 더욱 아름답고 실감나게 다가왔다

지하생활자의 수기는 1부가 어렵다는 글들이 꽤 있어
스스로 읽고 싶어 산 책이지만 선뜻 펼치기가 두려웠는데
막상 펼쳐보니 이게 웬걸
좀 전에 읽은 니체에서 익힌 지식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었다

책에서 주인공은 복수심에 사로잡혀 성난 황소처럼 뿔을 드리우고 맹렬하게 돌진하는 류의 사람들은 벽에 부딪히기만 하면 간단하게 손을 들어버린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정작 주인공 본인도 그 벽을 무너뜨리지 못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이 모든 것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일개 평범한 사람들보단 훨씬 떳떳하고 훌륭한 사람이라며 합리화한다

니체는 지하생활자의 수기에서 주인공이 말하는 평범한 사람들을 두고
낙타로 비유한다
사막에서 무거운 짐을 지고 뚜벅뚜벅 걸어가는, 사회의 가치와 규범을 진리로 알면서 절대적으로 복종하는 사람들을 말이다

그리고 아마 주인공을 두고는 사자로 비유할 것이다
기존의 가치를 파괴하지만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지 못하는 사람
그게 주인공이었다

툭 까놓고 말해서 정말 한심하게 묘사되는 주인공이지만 낙타와 같은 사람들보다 더 존경할 만한 부분도 있는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거끼까지다
주인공은 그 이상으로는 나아가지 못했다

니체가 긍정하는 삶의 방식은 아이처럼 사는 것이다
삶을 무거운 짐으로 느끼지 않고 재미있는 놀이로 느끼며 사는 사람들
파괴와 창조, 승리의 기쁨과 패배의 슬픔이 반복되는 현세를 웃고 춤추며 긍정하는 자
니체는 이를 초인이라고 부른다

이 경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는 매순간
역경을 딛고 성장하며 아픔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다
하지만 책 속의 주인공은 끊임 없이 자기연민에 빠지며 지하에서 썩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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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는 초등학생 때 몇 번 읽고 그 이후로 읽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서
지금 다시 읽으면 또 어떻게 다가올까 싶어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여우와 어린 왕자의 관계를 보고 내 인간관계에 약간 현타가 왔다

나는 남을 진실되게 대하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평가하고 마는 인간이라고 스스로도 느끼고 있었다 심지어 친구 관계에서도 말이다

지인들과 거리적으로 멀어지게 되면 사람들은 나를 찾아줄까?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지자마자 즉시 떠오른 대답은 '아니'였다
나는 남을 이런 부분이 잘났고 이런 부분은 못났어 라며 저울질하고 나를 온전히 드러내지 못한다

책 속에서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일깨워 준다

난 관계로부터 오는 책임을 회피하고픈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모른 채 하고싶었던 사실을 여우한테 가르침 받았다
좋아서 사귀는 건데 못난 부분 잘난 부분이 뭐가 중요하지?
까탈스러운 장미를 정성껏 사랑하는 어린 왕자처럼
내 주변을 조금 더 사랑하고 먼저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이 될 필요성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