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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재야의 한국인 "제임스초이스"이다.


시적 언어로서의 한국어는 비록 제1급의 거장들을 많이 갖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매우 커다란 잠재력을 갖고 있는 말이다.


특이하게도 의성어, 의태어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달해 있으며 색채를 통한 감정 표현도 매우 발달해 있다.


(노르스름, 누르스레, 거무죽죽 등의 접미사가 붙는 표현은 특정한 색깔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주로 색깔을 통해 느껴지는 감정과 감각을 표현한다)


그리고 어순이 굴절어에 가까울 정도로 극히 자유로운 편에 속하며, 교착어의 특성상 조사, 접미사가 극히 다양하게 발달되어 있고, 극히 미세한 어미 변화만으로도 어감이 크게 달라진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한자 문화권의 영향을 받아 한자어+토박이말의 조합이 변화무쌍하게 발달했다.


원래 보통 중심부는 주변의 영향을 잘 안 받는 데 비해 주변부는 중심부의 영향을 항구적으로 크게 받으므로, 오히려 주변부에서 중심+주변 문화의 결정적인 융합이 일어나 중심부의 문화 다양성을 능가하는 경우가 많기도 하다.


문제는 시적 한국어의 이러한 잠재력을 어느 정도 활용할 줄 아는 작가조차도 요즘엔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것?


"언어 그 자체"로서의 시적 한국어에 대한 담론은 내 기억에 근래 문단에서 본 기억이 없는 것 같다.


외국어로 번역되기 쉽도록 전략적으로 쓰겠다는 집필 전략이 이야기되는 판이니.....


사실 시적 한국어는 번역하기 어려운데, 한국어에서 극히 발달된 요소들이 외국어에서는 거의 발달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대로 현대 한국어는 번역을 통해 발달되어 왔기에, 외국 문학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경우에는 그만큼 손실이 일어나지는 않는 편인 것 같다.


현대 한국어 문법도 번역을 통해 충분히 정교하게 발달해 있는데, 예를 들어 러시아어와 비교하자면 러시아어에는 시제가 쿨하게 3개뿐이다.


즉 시제가 과거 현재 미래 이렇게 딱 3개로 나뉘어 있는 것이다. 현재 진행형 이런 거 없다.


시제만 놓고 보면 진행형과 완료형이 구분되지 않으므로, 모든 동사들이 자체적으로 완료형, 불완료형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래서 거의 모든 동사를 기본적으로 2개씩 외워야 하는 것이다. Читал(읽었다), прочитал(다 읽었다) 이런 식으로.


그럼에도 я читаю книгу(나는 책을 읽는다)만 놓고 보면,


화자가 지금 책을 읽고 있다는 것인지, 책을 읽곤 한다는 것인지가 확실히 구분되지 않으므로, 명료하게 하기 위해서는 자주 등의 빈도부사를 삽입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으면 문맥에 따라 눈치;;로 알아듣기를 요구할 수도 있다.


그럼 러시아어는 시제가 3개밖에 없어서 모든 동사를 2종류로 구분해서 쓰는 문법 구조를 가졌으므로 불명료한 언어인가?


러시아어의 예를 든 까닭은 어떤 언어가 문법 구조에 따라 더 명료하고 덜 명료하고를 판단할 수가 없으며, 언어 표현의 명료함은 문법보다는 문화적 환경이나 발화자 개인의 표현력 등에 따라 좌우된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필자의 번역 경험에 따르면 한국어는 거의 마술과 같은 풍부함을 갖춘 언어이고, 2020년대의 시적 한국어가 밋밋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다면, 그것은 한국 작가들과 번역자들의 한국어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앞으로의 의미 있는 문학적 흐름은 이런 조건을 개선하려는 목적을 반드시 다소간 가져야만 하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