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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중앙일보에 실렸던 안정효 번역가 집안에 대한 기사 링크
"가족 구사 언어 총 25개…'유엔본부'라 그래요" (naver.com)
과거에는 인정효 선생 x 박광자 교수를 두고 부부 번역가라고들 했었습니다.
마르케스의 작품들과 알렉스 헤일리의 '뿌리', 그리고 허만 우크의 '전쟁의 바람' 등...
1970년대와 1980년대 독서계를 강타한 작품들이 안정효 선생의 손에서 번역되었습니다.
그 부인 박광자 교수가 번역한 책 중에서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베르사유의 장미' 초역본(까치)이 많이 읽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1980년대 초중반 학원사(주우)에서 나오던 세계문학전집 단행본 중에
마거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펄 벅의 '대지' 3부작이 안정효 번역으로 처음 접한 책이었습니다.
고려원에서 잇달아 내던 카잔차키스 선집이 주로 안정효 & 이윤기 번역으로 출간되면서, 안정효 번역서를 더 신뢰하게 되었구요,
아이리스 머독 '바다여 바다여', 윌리엄 사로얀 '인간 희극', 존 어빙 '가아프가 본 세계', 조셉 헬러 ' 캐치 22' 등도 안정효 번역으로 읽었습니다.
실은 이윤기와 안정효의 번역에 대한 생각과 방식은 거의 정반대라고 해도 무방할만큼 차이가 크다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카잔차키스 선집이 이 두 번역가에 의해 출간되는 것이 꽤 희한하게 생각되기도 했었죠.
이윤기는 정역보다는 의역이 많은 번역자였고, 특유의 유려한 만연체 문장으로 독자를 현혹한다는 평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윤기의 번역문이 찰지게 읽히므로 좋아할 수 있지만, 원작의 원문과는 거리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안정효의 번역 철학은 이와 정 반대로, 되도록 원문과 1:1 대응이 되도록 완벽한 단어와 문장으로 번역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습니다.
번역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담은 책도 여럿 냈고, 자신이 생각하는 오역 사례를 따로 모아 책으로 출간할 정도로 정역을 평생 추구했습니다.
이 때문에 안정효의 번역은 이윤기에 비해 훨씬 딱딱한 문장일 수 밖에 없었고, 그것이 자신의 번역 철학임을 밝히면서 초지일관하였습니다.
고려원에서 나온 카잔차키스 선집을 하나하나 읽어 나갈 때, 이윤기 역본과 안정효 역본의 전혀 다른 글맛을 번갈아 즐기는 경험도 각별했죠.
이후 안정효의 창작 소설 '하얀전쟁'이 미국에서 크게 성공하고, 한국에서도 3부작으로 출간되는 일이 벌어집니다.
그리고 '하얀전쟁', '은마는 오지 않는다',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미늘' 등 4편의 장편이 작가의 대표작으로 각인됩니다.
안정효는 본래 번역보다 창작을 먼저 시도하였고, 대학생 시절에 이미 '은마는 다시 오지 않는다' 초고를 완성했다고 합니다.
본래 창작이라는 것은 1) 주제의식도 중요하고, 2)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도 중요하고, 3) 감칠맛나는 문장력도 중요할 진데,
안정효의 창작 소설은 앞의 1), 2) 영역은 상당한 점수를 줄 수 있지만 3) 문장력은 동년배 한국작가들에 비해 뛰어나지 않습니다.
안정효도 나름 괜찮은 작품을 써냈지만, 그와 동년배로 같은 시기에 활약한 작가들의 면면은 이문구 황석영 최인호 이문열 등입니다.
- 번역가 안정효는 초일류로 다들 인정했지만, 작가 안정효를 이문구 황석영 최인호 이문열 등과 같은 선상에 놓기는 사실상 어려웠죠.
안정효 선생을 처음 번역가의 길로 이끈 사람이 이어령 교수라고 하였는데,
이어령 교수는 작년 2022년에 작고하였고 안정효 선생도 올해 2023년 작고했습니다.
문학사상사 (그리고 이상문학상) 자체가 본래 이어령 교수에 의해 만들어졌고 상당 기간 그의 입김이 강했기 때문에,
안정효의 초기 번역본 중 상당수가 문학사상사에서 출간되었고 아직도 40년 넘게 절판되지 않고 계속 나오는 책들도 있습니다.
이어령 안정효 두 사람이 잇달아 1년 차이로 세상을 떠나는 것을 접하니, 한 시대가 닫히는 느낌을 받습니다,
개인적으로 안정효 번역본 중 최고로 치는 것은 허만 우크의 '전쟁의 바람'이었습니다 - 밤새워 정신없이 읽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실은 '전쟁의 바람' 속편 '전쟁과 추억' 역시 안정효 번역으로 읽을 수 있기를 바랬는데, 이제는 영영 불가능한 일이 되었습니다.
- 지극히 개인적인 입장에서,저는 이 부분이 가장 아쉽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잘읽었습니다~글 좀 자주 써주세요!^^ - dc App
개인적으로는 영어 관련한 방법론에 관한 글이 더 기억에 남아요. 영어 소설을 최소 100권은 읽어라, 그리고 사전을 찾지 마라 등등...안정효 선생께서 추천한 100권 목록을 참조하면서 처음에 한 권씩 읽었던 기억이 나요.
어우 정말 오랜만에 글 남겨주시니 반갑기 그지 없습니다... 되도록 그간 쓰신 글과 같이 간간이 읽고 싶었는데.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