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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베스트 -

⟨유신 그리고 유신⟩ (홍대선)

지금 읽고 있는 책 -

⟨미셸 푸코, 1926~1984⟩ (디디에 에리봉)
⟨프로이트 I⟩ (피터 게이)
⟨조선·동아일보의 탄생⟩ (장신)


⟨아시아·태평양전쟁⟩ (요시이 유타카)

이와나미 신서 일본 근현대사 시리즈 6권. 전쟁사를 다룬 책은 아니고, 전시 일본 정치사를 주로 둔 책임.

인상적이었던건 전시 일본의 정치 체제를 '일본제 파시즘'이라고 분명히 규정한다는 점. 이 책에서는 마루야마 마사오 이래의 전통적인 위로부터의 파시즘을 선언하고 있음. 전시 일본국체에 관한 논쟁이 매우 활발하다고 알고있는데, 일본을 파시즘국가로 규정하느냐가 타당하든 아니든 딱 규정해놓고 글을 전개하다보니 읽기 편했음.

그리고 식민지 조선에 관한 서술을 일반적인 한국인이 인식하는 것 이상으로 신랄하게 묘사한다는 점, 그리고 개인적으로 전쟁 그 자체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본인으로서는 군사학적 서술이 최소화된 것도 좋았음.

다만 제일 아쉬웠던 건 사변에서의 천황의 책임이 티가 날 정도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간다는 것. ('일본국민이 천황제에 반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정도로만 서술되어있음) 저자가 정통 사회사학자인데도 막상 전시 사회·문화에 관한 서술이 풍부하지 않았던 것. 그리고 아무래도 조선인 병사나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문제에 대한 서술이 배제돼있다는 것 정도. 이건 의도적으로 무시했다기보다 일본 대중서의 한계가 아닐까 생각...


⟨유신 그리고 유신⟩ (홍대선)

동아시아사에서 심심찮게 등장하는 '유신'이라는 것에 관한 비교사적 역사서. 일본의 메이지 유신, 쇼와 유신, 10월 유신 등 들어보긴 많이 들어봤지만 본격적으로 '유신'을 조명한 책은 처음이었음.

메이지 유신과 기타 잇키의 쇼와 유신에 관한 서술도 뛰어나고 재밌지만, 이 책에서 무엇보다 뛰어난 부분은 후반 부분의 박정희와 김재규의 10월 유신에 관한 서술.

이 책에서는 박정희를 마치 사반세기전 기타 잇키처럼, 공산주의 혁명정신, 정통 보수주의, 극단적 민족주의 등이 뒤섞인 상당히 입체적인 유신 지사로 묘사하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음. 그 어떤 책보다 그의 만주국 육군 시절 경험을 조명하는 것도 그렇고.

한국사를 통틀어서 박정희만큼 인상적인 인물도 없는 듯. 개인적으로 박정희라는 인물에 대한 본인의 평가는 상당히 단편적이었는데 이를 재고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음. 박정희에 관한 저작을 더 읽어보고 싶지만 이 책만큼 그의 정신세계를 깊게 분석한 책이 있을까 모르겠음.

또 흔히들 김재규의 혁명이 실패로 돌아갔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에서는 김재규를 일제 하 교육을 받은 사람다운, 문학적인 지사 정신으로 무장한 사람으로, 그의 유신은 그의 죽음으로서 비로소 완성되는 것으로 묘사한게 재밌더라. 메이지 시대의 종언과 함께 배를 가른 노기 마레스케 대장처럼, 사세구 한수 남기고 총살로 생을 마감한 기타 잇키처럼.

유신이라는 일종의 유교 기반의 동아시아적 정신세계를 다루다보니, 마치 문학 읽는 느낌처럼 술술 넘어갔음. 처음엔 저자가 철학 전공자지 정통 역사가가 아니라 약간 반신반의했는데, 근 1년간 읽은 역사서 중에 가장 재밌었던 듯. 오히려 역사와 철학에 한 발씩 걸치고 있는 저자라서 이렇게 좋은 책을 쓸 수 있었던 걸지도? 7월에는 한상일 교수의 ⟨쇼와 유신⟩을 읽어볼까 생각 중.


⟨한일 학병세대의 빛과 어둠⟩ (김윤식)

요즘 상당히 즐겨읽는 김윤식 교수의 책. 옛날에 독갤 연재글에서 보고 알라딘 보관함에 넣어 놓았었는데 어쩌다 얻게돼서 읽었음.

학병세대가 여러모로 참 특이한 세대인게, 완전한 일제 하 일본어 교육을 받고 한국어로 문예를 써내려간 세대라는 것. 일본의 전쟁에 제일 직접적으로 참여한 세대라는 것. 학병세대라는 존재 자체를 거의 몰랐는데 생각보다 한국사에서 정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깊었음.

다만 지지난달에 읽은 동 저자의 ⟨내가 읽고 만난 일본⟩도 그랬지만, 아무래도 학술서에 가까운 책이다 보니, 가라타니는 몰라도 아마베니 마루야마니 하는 일본 지성사에 대한 조예가 얕은 본인으로서는 후반부 이해하기가 상당히 어려웠음. 나중에 재독해야만 할 듯.

그리고 선우휘와 이병주가 너무나도 읽고싶어졌다... 불꽃으로 시작할까 소설 알렉산드리아로 시작할까 관부연락선으로 시작할까 고민 중... 아니면 학병세대를 다룬 김건우 교수 ⟨대한민국의 설계자들⟩부터 읽어야 하나.


⟨선셋 리미티드⟩ (코맥 매카시)

내게 문학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가르쳐준 故 코맥 매카시 옹의 명복을 빕니다.

근데 솔직히 잘 모르겠음... 내가 비종교인이라 그런가 성경 안읽은 씹새끼라 그런가 서양인에게 '신'이라는 관념이 어떻게 다가오는지 도무지가 이해안됨. 마지막에 흑인은 백인의 말에서 대체 어떤 경험을 한건지.


⟨술꾼⟩ (류이창)

의식의 흐름 좆같네... 오상원 ⟨유예⟩ 이후 처음으로 읽어본 의식의 흐름 기법 소설. 하지만 독린이에겐 너무 어려웠다. 소리와 분노는 언제쯤이나 읽어볼 수 있을지... 진짜 술마시고 독서하는 느낌이었음. 왕가위 영화보는 것 같은 느낌이기도 했고. (실제로 왕가위는 류이창에게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고)

취한건 주인공이 아니라 홍콩 전체이다. 주인공은 취해있지만 작중 제일 깨어있다.

그래도 당대 홍콩에 사는 지식인의 무력함이 소설 내내 절절히 느껴지긴 했음. 아마 시대상을 고려했을 때, 본토에서는 한참 새 시대의 혁명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홍콩 이주민인 주인공은 어떤 이유에서 본토를 뛰쳐나왔든 혼란이 컸을거라고 생각함. 자본주의에 대한 충격은 우리나라의 지식인 계급 탈북자와 비슷할 것이라 이해하면 되려나.

김용이 아닌 홍콩 문학은 처음 알게된 것 같은데 좋은 경험이었음. 홍콩 문학, 대만 문학 등도 또 유명한게 있을라나? 이 책 읽고 중국 본토가 아닌 중문학에도 관심이 가기 시작함.


⟨스노든 게이트⟩ (글렌 그린월드)

오바마 행정부 당시 에드워드 스노든의 프리즘 폭로 사건을 다룬 책. 저자가 스노든의 폭로를 영국 가디언지에 직접 실은 그 저널리스트임.

"현실은 영화보다 더 영화답다"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듯. 스노든의 폭로 과정과 그 이후 전개는 진짜 첩보영화 한편 보는 기분이었음. 중반부의 세세한 폭로 내용 소개는 좀 지루했지만.

현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고, 지금도 당연히 벌어지고 있을거라는게 좀 소름돋지만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 인터넷이야말로 현대의 판옵티콘인가. 이게 푸코가 말한 감시국가가 끝내 도달한 지점인가...


⟨천황과 도쿄대 1⟩ (다치바나 다카시)

역시 내가 일본 지성사에 관한 이해가 얕아서 그런가 크게 인상적이진 않았다. 벽돌을 읽긴 읽었는데 내가 그냥 텍스트를 읽은거지 독서를 한건 아닌듯... 남은 건 그냥 수많은 이름들 정도.

제목만 보고 '천황'과 '도쿄대'라는 일본국체를 이루는 두 핵심을 치밀하게 탐구한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딱히 그런건 아니고... 도쿄대학사와 전전 쇼와시대의 전반적인 재구성에 가까운 책.

일종의 도쿄대와 관련된 일본 미시사를 탐구하다보니 일본 근현대사에 대한 이해가 정말 깊은 사람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책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적으로 ⟨일본사상사⟩, ⟨국체론⟩, ⟨쇼와 유신⟩, ⟨제국대학⟩, 읽을 수 있다면 ⟨근대초극론⟩까지는 읽고 그제서야 도전해볼 수 있는 책이 아닐지.

제대로된 평가는 위 책 중 안읽은 책들 다 읽고, 2권까지 읽어보고 나서야 할 수 있을 듯한데 문제는 알라딘 되팔렘들 때문에 2권 구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는거... 언젠가 다시 궁금해지면 도서관에서 빌려봐야겠음.


⟨미국을 노린 음모⟩ (필립 로스)

2차대전 대체역사물 소설은 PKD ⟨높은 성의 사내⟩, 로버트 해리스 ⟨당신들의 조국⟩ 이후로 처음. 앞의 두 소설보다 더 상당히 치밀하게 짜인 소설이라는 느낌이 들었음.

필립 로스가 유대인이라는 것을 깊게 탐구한 것은 유명한데, 이 책에서는 나치 치하의 유대인이 되니까 더 재밌네 ㅋㅋㅋ 읽고 기대한 바에 비해 정말 명작이며 뛰어나다는 생각까지는 안드는데, 그래도 정말 재밌고 페이지 술술 넘어가는 소설이긴 한듯.



이번달엔 본인 기준으로는 상당히 많이 읽은 편이고, 그만큼 만족스러운 독서를 했다. 그 중에서도 ⟨유신 그리고 유신⟩을 읽을 수 있었던게 제일 좋았고. 7월달 독서계획은 푸코 평전 좀 빨리 끝내고 피터 게이의 벽돌 몇개나 좀 건드려볼 예정이고, 문학은 소세키 읽을까 카프카 읽을까 고민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