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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싸를 죽여라>는 2010년대 이후 포챈과 텀블러(한국으로 치면 디씨, 일-베, 트위터)와 대안우파, PC로 대표되는 미국의 온라인 문화전쟁에 초점을 맞춘 책으로, “한 세대의 정치적 감수성을 형성한 온라인 문화전쟁의 궤적을 그리”고 “오늘날의 문화전쟁을 몇몇 역사적 맥락에 위치시키”는데, 탁월함!
2017년에 미국에 출간되어 화제가 된 책이다 보니 시효가 지난 이야기라고 느낄 수도 있고, 마무리가 힘이 빠진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나는 재밌게 읽음. 여기 나오는 기괴한 사건들과 잔혹한 인간들의 끔찍하고 악랄한 행위에 소름이 좌악좌악 돋고 등골이 오싹한데, 무더운 여름에 이만한 공포논픽션이 없다. ㅋㅋㅋ
이 책을 읽다 보면, 3가지가 눈에 들어온다. 1) 미국의 정치지형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단순화하기 어렵다. 기존의 우파가 우파한테 까이고, 기존의 좌파도 좌파한테 까이고, 모두까기와 괴상한 연대가 동시에 존재. 좌파들 사이의 숙청 놀이야 워낙 유명하고, 한국에선 좌파로 묶이지만 문화적 리버럴과 경제적 좌파의 입장차는 결코 무시할 게 못 됨. 계급정치와 사회자유주의는 상상 이상으로 적대적이고 악의에 차 있음. 또한 보수들도 천박하고 품위 없다고 진저리치는 대안우파가 있고, 2,30대 대안우파들도 자기들끼리 싸우고 엿먹이는 일이 비일비재. 좌우파 모두, 실제로 무엇을 하느냐에 대한 논의가 들어서야 할 정치의 자리, 비판적 사고와 발언의 자리를 무너뜨리고, 문화정치적 스탠스를 강조하고 혐오로 결집해, 조롱하고 공격하고 협박하면서 집단적으로 상대를 괴롭히는 문화로 대체.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며, 사소한 꼬투리를 잡아서 적으로 타깃팅된 사람의 평판과 커리어와 삶을 망가뜨리는 “변태적 자경단주의”가 득세하게 되었는데, 더 끔찍한 건, 애먼 사람에 대한 공격으로 경력을 쌓고 그걸 자신의 브랜드로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2) 위반, 반문화, 저항이라는 건 내용을 무엇이로든 채울 수 있는 텅 빈 형식이다. 서구에선 전후, 그리고 1960년대에 위반, 전복, 신랄함, 반권위주의, 비순응, 반문화, 저항이 좌파와 결합되고, 쿨한 대중문화와 진보를 자처하는 철학을 비롯한 것들이 앞장서 위반을 무분별하게 옹호해오며, 도덕적 금기를 위반하는 사람을 영웅처럼 격상했는데, 지금 “사이코패스를 해방의 상징으로 보는 시각과 강제된 도덕성의 거부는 우익 트롤링문화의 미학과 에토스를 관통한다.”
리더 없는 익명의 온라인문화는 새로운 공론장을 만드는 데 실패했으며, “전통적인 미디어가 쇠퇴함에 따라 문화적 감수성과 예절을 사수하던 게이트키퍼들도 타도되었다.”
“비순응주의, 자기표현, 위반을 위한 위반과 반권위주의 그 자체”, “좌우를 불문하고 이드와 개인의 해방 이외에는 그 무엇도 믿지 않는” 감성으로 점철된 문화가 절대적 헤게모니를 차지하며 우리 시대의 정치적 감수성을 이룬다는 주장은 내게 익숙한 감성을 확인사살하기에 모골이 송연. “이제 그만 지극히 최근의 너무나 현대적인 반문화의 미학적 가치와 그에 기반한 패러다임을 내려놓고,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라는 저자 앤절라 네이글의 제언에 밑줄을 좌악 긋자!
3) 대안우파의 여성혐오는 순응을 비롯해 부정적으로 여기는 가치들을 여성으로 젠더화한 혐오다. 온라인 대안우파의 핵심이 여성혐오, 반페미니즘, 포르노그래피 문화이고, 저자는 온라인문화에서 나타나는 여성혐오로 박사학위논문을 썼다는데, 이에 대한 분석이 기대보다 약하다고 느낌. 그들이 전통을 옹호할 때 굴레와 의무를 빼놓은 채 혜택만 누리려 하며, 성혁명의 과실을 최대한 누리려 하면서 여성의 성적 선택권과 자유는 짓밟는 등 “여성 문제에 관한 뚜렷한 자기모순은 대안우파 전체를 관통하는 것”이란 분석이 있음.
하지만 여기서 재미있는 분석은 2번과 연결되는 것임. 저자는 온라인 대안우파가 순응, 도덕적 제약, 얄팍한 대중문화, 소비문화, 개인의 정체성과 사진에 기반한 인스타그램 같은 주류 소셜미디어와 주류 온라인문화의 특징일 허영심 등 부정적으로 여겨지는 온갖 가치들을 ‘여성적인 것’으로 젠더화한 다음, 그것을 공격적으로 반대하고 혐오함으로써 “전통적인 남성의 역할과 페미니즘적인 새로운 남성의 역할을 모두 거부하는 ‘저항적 남성성’”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라 분석함. “서구 남성성의 좌절과 실패” 속에서 “남성우월주의와 반페미니즘을 가로지르며 길들임이라는 여성적 영향력에 대한 거부와 불안”이 있고, 온라인 대안우파는 위반과 포르노그래피, 폭력의 재현들을 대항하는 힘으로 삼아 그것들을 계속 강화해나간다는 것.
다시 한 번, 주류에 대한 경멸, 대중과 대중문화에 대한 하위문화적 우월의식은 온라인 우파뿐만 아니라 좌파에서도 드러나는바, 인터넷세계가 대항-문화의 스타일과 감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전쟁판이 열렸다는 분석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음. 경멸과 혐오와 대화의 거부는 자기들의 존재적 우위를 가까스로 유지하기 위한 선택임.
이 책은 마크 피셔가 창립을 주도한 출판사 제로북스에서 나와서 그런지 그의 영향이 강하게 느껴짐. 문화적 리버럴에 비판적인 경제적 좌파의 무게감, 그리고 온라인세계와 자기 세대, 또 다음 세대들에 대한 근심과 애정. 앤절라 네이글은 마크 피셔의 비공식 제자처럼 현상을 분석하고 글을 쓴다.
논의를 전개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용서 중에 사이먼 레이놀즈가 그의 아내와 함께 쓴 책도 있고(2번 인용됨), 온라인문화에 대한 분석을 위해 음악 하위문화를 참고하자는 노골적인 얘기도 나옴. 이를 통해 앤절라 네이글이 아마도 10대와 20대 초반 시절에 마크 피셔, 사이먼 레이놀즈 등이 블로그친구로 이어져 있는 2000년대 대중음악-철학-정치-동시대 문화비판 블로그 네트워크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짐작할 수 있음. 그때 얼치기였을 앤절라의 어리석지만 진지한 질문에 블로그 사람들은 친절한 댓글을 달아주었을 수 있고 몇 번의 심도 있는 토론이 오갔을 수도 있음. 그 속에서 앤절라는 자신의 문제의식과 삶의 방향, 비전을 다듬어나갈 수 있었을 것임. 온라인세계의 문제들은 오프라인으로도 번지지만, 온라인세계의 영향력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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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풀가동!
이 책 이렇게까지 잘 서평한 건 처음 보는 것 같음 ㅊㅊ
ㄱㅅ 하지만 사람들이 일부러 서평을 안 했던 이유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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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문단은 내 상상이고 짐작임; 물론 그런 배움과 토론이 오가던 블로그 네트워크가 있었다는 건 사실이고. 그러니까 팬픽 쓰던 중학생이 게임시나리오작가가 되었단 얘기지?
정말 재밌게 읽은 책인데 한가지 아쉬웠던건 섹스시장에서 내쫓긴 베타메일들의 빈곤함이 페미니즘 전장의 주요쟁점 중 하나인걸 정확하게 짚으면서도 그들의 팍팍한 삶에 관한 얘기는 하나도 안하더라
미국 좌익이 쓴 책이니까 그리고 달리 말하면 남성 일반이 좌익하고 상당기간 극단적으로 반목하는 미래는 피할 수 없다는 얘기임 이 책이 그나마 '이해'해보려고 나름 노오력한 책이라는 걸 고려하면 그 수준의 이해 시도도 하고싶어하지 않는 일반 미국 좌익은 뭐 말할 것도 없고
211.245 책 다시 읽고 와라 ㅋㅋㅋㅋㅋㅋㅋ
저자는 남학생들의 학업성취도 저하, 높은 자살률, 남성을 경멸적으로 대하는 문화 등의 ‘현실’에 대해 비판적 논의와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음. 그리고 베타메일의 팍팍한 삶이라고 말하는 순간 “취약성과 자학의 과시”, 피해의식을 정체성의 근거지로 삼는다는 점에서 저자가 밝힌 텀블러좌파의 핵심 감수성과 동일해지는데
위반의 감수성, 집단공격의 악랄한 감수성과 함께, 이 자기밖에 없는 피해의식의 정체성정치에서 좀 탈피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저자가 이 책에서 계속 하는 얘기더라
앤젤라 네이글이 '공정한' 남성인권운동에 관한 자신의 지지를 밝히는 대목은 아마 6장 초반에 한두단락일건데... 내가 보기엔 그게 좀 부족하다는 것임. 네이글이 하는 얘기, 반문화의 감수성과 파편화된 정체성정치를 극복해야 한다는 요지에 대해서는 나도 이견이 없음. 하나 어떤 그룹으로서의 정체성을 온전히 부정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당장 네이글도 스스로를 페미니스트 진영에 속한다고 말하고 있는걸? 실제적 삶의 양상과 그 삶을 주조하는 구조를 두루 고찰하고, 문제가 있다면 건전한 정치로 해소하는게 과제겠지. 이 지점에서 내가 볼땐, 이제 젊은 여성보단 젊은 남성에 대해 더 많이 얘기하고 고찰해야 한다는 것임. 물론 그건 애초에 이 책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긴 함. 그냥 앞으로의 문화정치의 방향에 관한 내 생각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