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현생에서는 책 읽는 사람한테 대부분 "나도 독서 좀 해야되는데.." 이런 소리를 하지 

그게 뭐가 좋냐는 질문은 잘 안하잖아? 


근데 유일하게 군생활할때 서울대 다니는 후임이 뜬금없이 저 질문을 했는데 되게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남 

그때 내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읽고있었는데, 

괴테 이전의 원시적이었던 독일어와 괴테의 영향력을 셰익스피어랑 같이 엮어서 설명했었음. 


그랬더니 역사적인 사료로써 중요한 가치가 있는건 이해하겠는데 

그걸 읽고 즐기는거랑은 전혀 다른 얘기 아니냐고 되물었는데 여기서 좀 숨이 턱 막히더라 





그 친구랑 대화하면서 나온 얘기는 

말 그대로 그냥 역사적으로 가치있는 유산이라는 점과 고전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랑은 다르다.


고전을 통해 당시 사회상들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도, 문자로 된 묘사보다 재현해놓은 삽화, 사진, 다큐 따위를 보는게 훨씬 더 직관적이고 유효하지않냐

솔직히 말해서 무슨 크림색 무슨재질의 블라우스 이딴 복잡한 묘사들을 막연하게 독자들이 상상하는 것과 실제 당시 세계와의 괴리도 심하다. 


고전 문학들이 인간과 삶의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평도, 

결국 이후에 수많은 작품들에 영향을 줘서 비슷한 구조로 딜레마나 문제들을 주제의식으로 삼는 작품들이 많은데

고전을 통해서 얻을수있는 특별한 그런건 못 느낀것같다. 그냥 여기가 원조구나~ 하는 느낌정도였다. 


현대인들이 쓰지 않는 과거의 문체로 쓰인 텍스트가, 현대인의 관점으로 봤을 때 

당시 독자들에게 읽히는 방식과 다른 방식으로 읽힐수도 있지 않느냐? 

한 세대만 지나도 같은 언어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른데, 독자와 같은 시대에 쓰이는 글들이 오히려 오독의 가능성이 적지 않느냐 



이런 이야기들이었음. 





근무 끝나고 나서도 한참 얘기했었는데 

그 친구의 주장을 바꿀만큼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를 하진 못 했고 


나도 이 기회에 스스로를 돌이켜보니

'오래 살아남은 작품들' 자체에대한 순수한 흥미본위

그리고 그런 작품들을 내가 읽는다는 행위에서 느껴지는 지적 허영 혹은 만족

이런 요소들도 꽤 크다고 인정했었음


시간이 상당히 오래 지났고 

가끔씩 책을 다 읽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때마다 

이 질문을 다시 떠올리곤 함. 


그 친구에게 이 책을 추천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무어라 말하며 추천해야되나? 


아직 잘 모르겠음.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책. 그 중에서도 현대문학이나 웹소설, 장르소설이 아닌 고전문학이어야만 하는 이유는 없는게 아닌가 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내리진 못 하겠음. 



당연히 취미라는건 개인적인 취향과 호오의 영역이라 

이유가 있어서 좋아하는 것이 아니지만. 


모두가 입을 모아서 

'고전문학 속에 삶의 답이 있다.' 

'고전을 읽어야만 한다! 하버드는 그런다더라.' 


라면서 극찬을 아끼지 않지만


그 친구와 나눴던 그 치밀한 문답들에 대해서

나는 여전히 속 시원한 해답을 내릴 수가 없음. 



그럼에도 계속해서 읽고 또 읽으며 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