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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유석 판사가 쓴 개인주의자 선언이라는 책을 읽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읽은 시간이 좀 아까웠는데, 새로운 견해나 인사이트랄 게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말은 내용 자체는 흠잡을 곳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저자는 1부에서 반지성적 서열화에 기초를 둔 집단주의의 반대 개념으로서의 개인주의를 주창한다. 저자는 그러한 ‘개인’은 근대적 의미의 합리적 개인이어야 하며, 합리적 개인이라 함은 자신이 자신의 자유를 요구한 만큼 타인의 자유 또한 존중하고 용인할 줄 아는 개인이라고 말한다. 

1부가 친근하게 씌어진 한 개인주의자의 선언서라면, 이어지는 2부와 3부는 판사 문유석의 (사회비판적) 일기장이라고 할까. 개중에는 개인주의자 선언이라는 제목을 단 이 책에 왜 같이 묶인 건지 알 수 없는 이야기들도 적잖이 있다. 주로 판사로서의 경험과 유학 시절의 이야기를 들어 사회의 모순을 꼬집고 비판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식이다. 그러나 다소 나이브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는 대체로 반박하기 어려운, 그렇기 때문에 당연한 주장을 펼친다. 또한 인용하는 서적들도 전문적인 학술서라기보다 스티븐 핑커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나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마음>, 서은국의 <행복의 기원> 같은 교양서적이 대부분이다. 물론 이들 모두 훌륭한 작가에 훌륭한 서적이지만, 대중서로 쓰인 만큼 그 내용이 어디선가 들어본 듯 익숙하고 새삼스럽지 않다. 이렇듯 인용한 텍스트 자체가 당연하고 쉽기 때문에, 그의 글이 당연한 말들의 단조로운 나열처럼 느껴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듯하다. 제목에 적힌 개인주의에 이끌린 독자에겐 차라리 얼마 전에 출간된 슈티르너의 것을 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