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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밸러드의 단편 <달에 갔다 온 사나이The Man Who Walked on the Moon>을 읽었다. 우주 개발의 열띤 분위기 속에서 자신을 우주 비행사라고 거짓으로 소개하며 스스로의 고독을 하나의 우주 속에서의 고독과 동일시하는 사내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밸러드스러웠으면서, 이 <콘크리트의 섬>을 읽는 순간 머릿속에서 곧바로 연결되었다. 이 둘은 사실 크게 다르지 않은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 사내에게 달이라는 세계와 그 속의 우주 비행사인 자신이, 메이틀랜드에게 콘크리트 사이의 섬과 그 섬의 주인인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은 가치를 갖고 있었을 테니까. 밸러드의 많은 글들은 이렇다. 현대 사회 속의 일원이 어떤 식으로든 세례를 받으며 기존의 자신이 살아온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은, 그러나 타인에게는 너무나 달라 보이는 방식의 새로운 삶을 찾는다. 그 타인이 이 사내를 이해할 수 있었다면 애초에 이 모든 문제가 생기지도 않았겠지만.
<콘크리트의 섬>에서 메이틀랜드가 갇힌 이 현대의 섬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무인도가 원래 그랬을 만큼 격리되어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가 정말로 고난에 처해 있다는 것을 모르거나 그대로 무시하고 지나가며, 고속도로에서 빠르게 속도를 내며 지나가야 하는 이 구간에서 차를 세우는 것 자체가 저 지나가는 이들에게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요구기도 하다. 두 고속도로와 쓰레기장 사이의 삼각형 "섬"에 갇힌 메이틀랜드는,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을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그들에게 적개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동시에 그는 자신이 사회 속에서 유지하고 있던 인간 관계 역시 이 섬과 동일한 구도를 취하고 있음을 떠올린다. 그가 이곳에 격리된 이유는, 그가 마찬가지로 자신의 주위의 사람들이 자신의 실종을 곧바로 알아챌 수 없을 정도로 시공간적 거리를 두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며, 그들이 자신의 실종을 무시하는 이유는 저 지나가는 현대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물리 법칙과 사회 법칙이 동등한 차원에서 그를 격리한다.
그러니 문제는 그가 이곳에 갇혔다는 게 아니다. 오히려 상황은 반대가 된다. 그는 이 "섬"에 주거하고 있던 다른 이들, 백치 곡예사 노인과 히피스러운 여인을 알게 되고, 그들에게 도움을 받기도 하고, 그들을 굴종시키며 이 섬에 대한 통제력을 되찾는다. 그들의 존재를 알기 전에 속으로 외쳤던 "나는 섬이로다" 라는 선언은 결코 다시 이어지지 않고, 그들이 어떤 식으로든 이 섬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서서히 그에게로 되돌아온다. 그는 다시 이곳에서 자신의 사회적 섬을 새롭게 쌓아올리고 싶은 것이다. 생존에 대한 불안이 어찌나 빠르게 자신의 섬을 침범하는 인격들에 대한 불안으로 바뀌는지 이를 눈치 챈 순간에는 이미 한참 전에 그가 다른 것을 걱정하며 그것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 사후고지처럼 확인하는 단계에 있다. 그 쫓아냄을 방증하듯, 메이틀랜드는 결코 소설이 끝나기 전까지 안심하지 않는다. 그는 우리 독자들이 모든 갈등이 끝났음을 알고 안심하며 책을 덮기를 기다리듯, 아직은 섬에서 나가지 않겠지만 이 섬이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되고 몸을 완전히 추스르기만 한다면 곧바로 섬을 나가겠다고 독백하며 글을 닫는다.
당연히, 그는 섬에서 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삶의 형태는 사실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으며, 이 새로운 환경에서 새롭게 얻은 섬을 빠져나오려면 그가 원래 있던 현대 사회 속 섬에서 그러했듯, 어떤 식으로든 강제적인 힘이 필요할 테다. 밸러드의 뻔뻔함은 바로 이 동일함에 있다. <달에 갔다 온 사나이>가 어떻게 그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생겨나는 공허를 주목하고, 그것을 그대로 우주로 치환했는지를 생각해보면 <콘크리트의 섬> 역시 그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아마 밸러드가 조금 더 카프카스러운 괴팍함을 가지고 있었다면, 메이틀랜드의 부인과 그의 정부는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메이틀랜드를 차로 데리고 오고, 식사를 하거나 사랑을 나누고, 다시 그가 이 섬으로 돌아가는 것을 멍하니 지켜보았을 것이다. 그들의 관심사는 바로 거기에서 멈추고, 그의 섬은 그들에게 흑체나 다를 바가 없다. 거기까지 나아가지 않은 것을 아쉽다고 해야 할지, 상상의 여지를 남겨두었다고 해야 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좋은 글인데 전 글에 밀렸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