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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독자적인 제목을 갖고 있으나 실상은 후속편이다.

'양을 쫓는 모험'의 후속편.

그러므로 전편을 읽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과거..



한참 옛날에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의 숲)'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분위기에 취해 한동안 빠져있던 기억도 난다.

그리고 상당한 시간이 흘러

세상을 좀 더 경험하고 사람을 좀 더 경험하고

실패를 좀 더 경험한 후에 이 자리에 서게 되었다.

나 자신에 대해 약간 알게 되었다고 말 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댄스댄스댄스'의 화자는 글을 써서 먹고사는 자유기고가이다.

일거리가 들어오면 닥치는대로 글을 쓰는 프리랜서.

스스로는 눈을 치우는 제설작업이라고 표현한다.

뚜렷한 목적성을 갖고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그저 눈이 쌓이면 그것을 치우는 일을 하는 사람.



그렇게 흘러흘러 삶을 살아가다

돌고래 호텔을 만나게 되었고

양사나이를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양사나이에게 얘기한다.

마음을 열고 정직하게 이야기한다.


"나는 어찌어찌 생활을 유지하고 있지만

어디에도 갈 수 없어요.

그렇게 나이를 먹고 있습니다.

누구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마음의 떨림을 상실했습니다.


나는..

조금씩 조금씩 딱딱하게 굳어져 갑니다."

.
.
.

"춤을 추는 겁니다."



양사나이는 대답했다.



"음악이 울리고 있는 동안은

어떻든 계속 춤을 추는 겁니다.


춤을 추는 거에요.

계속 춤을 추는 겁니다.


왜 춤추는가 하는 건 생각해선 안됩니다.

의미 같은 건 생각해선 안돼.

그런 걸 생각하기 시작하면 발이 멎습니다."




춤을 추는 거다. 음악이 계속되는 한은




그렇게 유키를 만나고

고혼다를 만나고

그리고 유미요시를 만난다.



아메를 만나고

딕노스를 만나고

준을 만났다.


플로어를 돌며 사람을 만난다.

열심히 춤을 춘다.

되도록 다른 이들이 감탄할 만큼

춤을 춰보자.




화자는 말한다.

당시 그가 살고 있던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고도의 자본주의 사회'



이곳에는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살 수 있는 세상이니까

내 주변의 사람들과 끊임없이 비교하게 된다.



고혼다처럼 뛰어난 외모로 태어나

마세라티와 벤츠를 몰 수 있는 사회


화자처럼 평범한 눈치우기 작업을 하며

중고 스바루를 몰게 되는 사회



그러한 두 사람이 동창으로 만날 수도 있는 사회.


하지만 내 눈에 비친 고혼다는



조그마한 화자의 집에서 안주를 만들어

함께 술을 나누며


편안하게 대화하던 그 시간의 그 모습이

가장 행복해 보였다.



행복에 있어 물질은 중요한 요소이다.

절대적 빈곤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건 아주 어렵다.

그러나 정신적인 부분도 중요하다.




유키는 화자와 함께 있을 때 행복감을 느낀다.


화자에게 유키는 유키이기 때문이다.


21살 차이의 어린 소녀도 아니고

욕망으로 들뜨게 하는 여성도 아니다.

그저 유키일 뿐이다.


물론 유키는 아름답다.

아름다운 유키이다.




화자는 유키와 대화한다.

무언가를 얻으려는 목적으로 대화하지 않는다.


대화 자체를 즐거워하며 대화한다.

그러한 행복감은 유키에게 전해지고

유키 역시 화자와의 대화를 즐거워하게 된다.



행복감이란 것은 전해지기도 하는데

그렇게 되어도 나의 행복은 줄어들지 않는다.



고급 외제차 안에서 불행할 수도 있고

중고 스바루 안에서 행복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정신적인 부분은 매우 중요하다.




'댄스댄스댄스'의 배경이 되는 시간대가 아마도

1980년대 초반일 것이다.

그것이 맞다면 올해로 40여년 흘렀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계속 소설을 쓰고 있다.



촛불 하나 켜진,


작은 골방에서 글을 쓰는 작가를 상상해 본다.



양가죽 옷을 입은 채 몸을 굽히고 글을 쓰며

배전반 처럼 독자들을 연결시키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글을 쓰는 작업이 그에겐 춤을 추는 것이리라.


익숙한 스텝을 밟으며 타인이 감탄할 만큼

열정적으로 춤을 춰 왔으리라.


주변 사방이 캄캄한 어둠에 막혀 두려움에 떨며

일어서지도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는 누군가에게

음악 소리가 전해지기를 원하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