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여성 조직에서 파견되어 공공시설의 설비, 사용의 편리성, 남녀를 차별하지 않고 누구나 공평하게 이용할 수 있는지를 현장 조사 중인 두 명의 페미니스트가 어느 날 고무라 도서관에 찾아왔다. 그들은 도서관에 여성 전용 화장실이 없다는 점과 저자 분류 색인에 남자 저자가 여자 저자보다 먼저 나와있는 점이 양성평등에 어긋난다며 도서관 사서 오시마에게 시정을 요구한다. 오시마는 ‘작은 도서관까지 찾아와 화장실과 색인에 신경 쓸 시간이 있다면 전국의 여성 권리 증진을 위한 효과적인 다른 일들을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도서관의 발전을 위해 노력을 쏟고 있으니 우리가 하지 못한 일보다는 좋은 점부터 집중해줬으면 한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페미니스트들은 이런 오시마를 두고 ‘당신은 남성성의 비극적인 역사적 사례‘, ‘전형적인 차별주체로서의 남성적 남성’이라 일갈한다. 또한 ‘책임 회피이자 변명일 뿐이다, 화장실 문제나 열람 카드 문제는 물론 세부적인 문제일 뿐이나 세부가 없는 곳에 전체는 있을 수 없는 바, 세부적인 문제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이 사회를 뒤덮고 있는 자각이 부족한 사회의 부조리를 고쳐나갈 수 없다’고 반박한다. 흥미진진한 논쟁이 아닐 수 없다.
이를 가만 듣던 오시마는 ‘당신들의 주장은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 나는 전형적인 차별 주체로서의 남성적 남성이 아니다’고 말하며 자신이 여성임이 적시된 신분증을 보여준다. 오시마는 정신적으로 남성에 가까우며 여성으로서의 이차성징 또한 없었지만 생물학적으로 틀림없는 여자였던 것이다. 겉모습에 섣불리 남자라고 판단했던 두 페미니스트는 침묵하기 시작한다. 곧 논쟁이 끝나버리고 오시마는 소설 주인공 다무라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보다시피 이런 인간이다 보니 지금까지 여러 곳에서, 여러 의미에서 차별받아 왔어. 차별당하는 심정이 어떤 것인지, 그것이 얼마나 사람에게 깊은 상처를 주는 것인지, 그것은 차별당해 본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지. (중략) 그렇기 때문에 공평함이나 공정함을 추구하는 데에는 나도 남에게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해. 다만 내가 그것보다 더 짜증이 나는 것은, 상상력이 결여된 인간들 때문이야. T.S. 엘리엇이 말하는 공허한 인간들이지. 상상력이 결여된 부분을, 공허한 부분을, 무감각한 지푸라기로 메운 주제에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바깥을 돌아다니는 인간이지. 그리고 그 무감각함을, 공허한 말을 늘어놓으면서, 타인에게 억지로 강요하려는 인간들이지. 즉 쉽게 말하자면, 조금 전 도서관의 실태를 조사하러 온 두 여성 같은 인간들이라구. 게이든, 레즈비언이든, 정상인이든, 페미니스트든, 파시스트의 돼지든, 공산주의자든, 힌두교 신자든,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어. 어떤 깃발을 내걸든 나는 전혀 상관하지 않아. 내가 견딜 수 없는 것은 그런 공허한 사람들이야.’
이거 그거 아니냐 도서관에 여성전용 화장실 설치하라한거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