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진스키(유나바머)를 비판할 때 주된 레퍼토리가 "똑같은 소리만 몇십년 동안 반복한다." "논의에 발전이 없다."라서 이에 대해 반박해보고자 함.

1. 동어반복이 나쁜건가?

어떤 이론이나 사상이 "새로울게 없으니" 타당하지 않다는 주장은, 일종의 새로움에 호소(Appeal to novelty)하는 논리적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고 볼 수 있음.

카진스키의 저서들이 "반기술"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공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넓은 의미에서 카진스키의 저서들의 많은 부분들이 겹치는 것 역시 사실임.


동어반복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성립하려면, 동어반복이 나쁜 것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함. 하지만 동어반복 자체는 나쁠게 전혀 없음.


뉴턴의 고전역학이나, 맥스웰의 전자기학은 그것이 등장한지 100년도 넘었는데 여전히 학계에서 널리 통용되고 있음.


그럼 고전역학이나 전자기학에 대해 논하는 것은 동어반복에 불과하니 거부해야하나? 그냥 헛소리임.


애초에 교수들이 젊은 시절 박사 논문으로 다루었던 주제를 평생에 걸쳐 반복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동어반복이라는 비판은 억까라고 볼 수 있음.


2. 과연 카진스키의 사상에 발전이 없었나?


카진스키의 저서들을 출판 순서대로 나열하면 "산업사회와 그 미래", "기술의 노예", "반기술 혁명"인데,


카진스키의 "기술의 노예"에서는 분명히 "산업사회와 그 미래"에서 언급하지 않았던 데스먼드 모리스, 마틴 셀리그만의 이론을 동원해 "권력 과정"과 "대리 활동"의 개념을 더욱 구체적으로 정의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음.


그리고 "반기술 혁명"에서는 "산업사회와 그 미래"와 "기술의 노예"에서 다루지 않았던, 철인정치와 자기증식 체제에 대한 논의를 자연선택과 복잡계 이론을 동원해 구체화하고 있지.


따라서 카진스키의 논의에 "발전이 없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님.






첨언하자면, 카진스키 뿐만 아니라 재러드 다이아몬드 같은 세계적 석학한테도 몇십년 째 동어반복한다는 둥 발전이 없다는 둥 비아냥거리는 모습을 여러차례 목격한 바 있는데


이쯤이면 학자들이 문제가 아니라 학문을 받아들이는 현대인들의 태도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싶음.


본래 학문이나 이념의 수명은 개인의 수명보다 긴게 일반적일텐데, 모든 것이 빨라지고 인스턴트화된 현대 사회에서


학문이나 이념조차도 패스트푸드 처럼 소비하려 드는 현대인들의 태도야 말로 병리적인 것이고


이거야 말로 또 하나의 연구 대상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