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취미로 브라질 선교사가 원주민을 위해 고안한 문자체계를 외운다던지, 립살리스와 하티오라속의 교잡종에 대해 조사하는 사람이 아니면 '재미'있게 읽기 어려운 매니악한 책임. 문헌과 잡설의 꼬리물기를 해쳐나가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낄수 없다면 가상의 문헌에 대해서는 재밌기는 커녕 불쾌하기만 할터임


그런데도 민음사 번역이 있다? 다른 고전들과 함께 도서관에 꽂혀있다? 호기심에 건드는 사람들은 대게 몇페이지 읽고 도로 꼽는다거나 아니면 억지로 다 읽고 짜증만 느끼고 돌아갈텐데, 포스트모더니즘의 고전이라는 이유로 그 자리에 꽂혀있다는 사실이 되려 기묘함. 핀천이나 미국 문화에 대해 배경지식이 없이 읽었다 보니까 이 책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 책인지는 모르겠음. 어느 깊이까지 이해할수 있는지도 모르겠고, 한국인이 독후감을 쓴다는게 작가가 의도한 혼란을 한층 더하는 해학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듬


나는 표지가 예뻐서 원서로 사서 악기바리로 읽었음. 영어로 보니까 책 전체에서 활자 냄새가 강하게 풍겼음. 등장인물의 이름이나 지역명같은 고유명사, 혹은 정보를 나열하기 위해 거기에 있는 역사적 트리비아가 아마 제 세상에서 수만가지의 세부항목을 담고 있을 다른 이름들과 엮여있고, 책 안의 맥락에서 마치 고유명사처럼, 가상의 세계임에도 불구하고 뻔뻔하게 언급되는 것이 마음에 들었음. 등장인물의 이름중에 캐릭토님이 섞여있고 아닌것들도 이상하게 형용사스러움. 어디까지가 장난인지 알수가 없음. 거기다 패러디가 겉표면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배경이나 tmi 속으로까지 파고들고, 책 바깥에서 독자의 상상력에까지 미치는 과다한 유머감각을 보여줌. 어질어질하게 웃김. 하지만 패러디라서 웃긴게 아니라 그 진지함과 뻔뻔함에 실소가 나오고, 또 그런 진지함을 패러디하고 있단 사실에 눈물이 나오게 웃기는 정말 마음에 드는 책이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