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외침(간신히 알아들을 수 있는 어떤 메아리에 불과할 테지만)에 대답하고 우리 자신이 또 그 외침을 듣는 우주의 이 한 부분을 두고 하는 말이네. 그녀에게는 세상이 점차 소리를 잃어 가다가 끝내 그녀의 세상이 되길 멈춰 버렸네. 그녀는 완전히 자기 자신 속에, 자신의 고통 속에 갇혀 버렸지. 타인이 겪는 고통을 보고, 자신의 그런 자폐 상태로부터 빠져나올 수도 있지 않았겠냐고? 천만에. 타인의 고통은 이미 더는 그녀의 것이 아닌, 그녀가 잃어버린 세상에서 일어난 일일 뿐이네. 화성이 고통뿐이고 화성의 돌멩이들이 고통으로 아우성을 친다 해도 우리는 별 감동을 받지 않네. 화성은 우리 세상이 아니기 때문이지. 세상을 등진 사람은 세상의 고통에 무감각한 법이라네. 잠시나마 그녀를 고뇌로부터 빠져나오게 한 유일한 사건은 그녀의 어린 강아지가 병들어 죽은 사건이네. 그녀의 이웃은 분개했지. 그 아가씨가 사람에겐 정이 없고 강아지가 죽으니깐 운다고 말이네. 그녀가 강아지의 죽음을 슬퍼한 이유가 뭐겠는가. 이웃은 전혀 그러지 않는데 강아지는 그녀의 세계에 동참했기 때문이지. 개는 그녀의 목소리에 대꾸했지만 사람들은 대답하지 않았잖은가.”
불멸 | 밀란 쿤데라, 김병욱 저
이마골로기, 불멸, 관능 등의 테마도..
참존가에서는 이성이 닿을 수 없는 문학 만이 다룰 수 있는 서사의 부조리 자체가 참 좋았는데
불멸에서는 이런 테마들에 대한 사변이 더 폭넓고 깊이 있게 읽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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