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독서인에게는 꽤 중요한 질문인듯. 생각해보면 분야로서의 인문학을 내용으로 하는 책이 있고, 지향점으로서의 인문학을 표방하는 책이 있음. 인문학이란 개념 자체가 굉장히 애매하기 때문에 인문학 책이 무엇이냐 하는 질문 역시도 어려운 문제가 된다 생각함. 게다가 인문학으로 분류되는 분야중 일부는 실제로는 인문학이 아니라 독립된 필드로 인식되고 있는데, 주로 정치학이나 법학, 철학의 일부분야가 그러한듯함. 예를들어 자유론이나 군주론, 도덕경 같은 철학 고전은 철학인 동시에 인문학으로 인식되는데, 오늘날의 철학분야의 책들은 철학책으로는 보여도 인문학책으로는 보이지 않는경우가 있지. 예를들어 심리철학이나 논리학, 인식론같은 분야가 그렇지. 이를테면 그런데 이런 분야라도 과거의 저작들은 인문학으로 인식될수도 있는듯함. 예를들어 같은 인식론이리도 '현대인식론' 류의 책은 철학으로 여겨지는 반면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은 철학이면서 인문학으로 여겨지는듯함. 한편 어떤 책들은 철학도 인문학도 과학도 아닌 어떤것들의 경계선상에 있음. 괴델에셔바흐같은게 그렇지. 그런데 생각보다 이런 책이 꽤 많음. (꼭 geb 같은 스타일만을 말하는것은 아님)


정리해보면

1. 인문학 분류에 속하지만 인문학 서적으로 인식되지 않는 책들이 있다.
1-1. 이것들은 주로 현대철학이다. 근대이전 철학이 인문학으로 인식되는것과 달리 현대의 철학은 인문학으로 여겨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주제의 지나친 전문성이 이유가 아닐까 함. 여기서 강조하고싶은건 '주제의' 전문성임. 수준이 아니라. '심리철학 초보자 안내서' 같은 책은 대중서 수준으로 쓰여있어 어렵지 않지만 주제 자체가 전혀 대중적이지 않음. 일반 독자들이 인문학이란 개념에 기대하는 어떤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지식과 지혜랑은 거리가 있기때문일까.
1-2. 그 외에 법학, 정치학은 고전들만 인문학으로 취급되는듯 하다.

이상에서 알수 있는 사실
언제 쓰인 책이냐가 중요함.





그리고 이게 진짜 하고싶은말인데
지향점으로서의 인문학을 표방하는 책들이 있다. 이 책들은 전형적인 인문학 서적으로 취급되진 않는데 독자가 스스로 분류를 해보려고 하면 결국 인문학에 넣을수밖에 없게되는듯함. 주로 도서관에서 '총류' 에 꽂혀있는 책들이 이런경우가 많음. 도서분류상으로도 분류를 못하겠다 이거지.

참고로 괴델에셔바흐의 경우 서울시 도서관 통합검색으로 어떻게 분류되어있는지 알아본결과


001 총류- 지식 및 학문 일반

100 철학

102 철학-잡저

138 철학-철학의 체계-과학주의

170 철학-논리학

410 자연과학-수학


도서관마다 다 다르게 분류해놨음을 알수있었다.
어떤 분류든 크게 틀린건 아니지.



결국 내가 하고싶은말이 이것임.
어떤 책들은 저렇게 기존 도서분류법으로 분류하기 힘들고, 이것은 우리가 책을 분류하는 방식, 나아가 세상을 분류하는 방식이 불완전하다는것을 의미한다고.


그리고 내 생각에 geb는 훌륭한 인문학 책임. 다만, 누군가가 인문학 책을 추천해 달라 할때 그 사람에대해 잘 모른다면 추천해줄수는 없는 책임. 예를들어 예술영화 매니아인 사람이 예술영화를 보지 않는 사람에게 영화를 추천해달라는 말을 듣는다면 예술영화를 추천하지 않듯이. 이경우 영화를 추천해달라 한 사람은 예술영화같이 지루하고 노잼인 영화를 기대한게 전혀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그가 추천해달라고 말할때 사용한 영화라는 말은 예술영화를 제외한 영화라는 개념이라고 봐도 좋음.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문학을 알고싶다, 인문학 책을 추천해달라 할때는 그 사람이 생각한 인문학이란 개념은 그사람이 가지고 있는 기대와 관련있음. 그러니 현대인식론이라든가 심리철학이라든가 하는 책을 추천하면 제대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은것이지.

그런이유로, 대부분의 상황에서 인문학이란 말은 비문학 고전이란말과 동일시 되고 있고, 굉장히 협소한 하나의 '장르' 로 취급되고있음. 그렇기때문에 인문학 책이란 말은 두가지 의미를 갖고있는것이 되는거지.

첫번째 의미는, 인문학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기대하는것, 비문학 고전.


두번째 의미는, 진정한 의미의 인문학. 인간에대한 이해.

혹시몰라서 말해두는데 첫번째 의미로 사용되는 인문학이 가짜 인문학이라는건 아님. 다만 보통 사람들이 인문학에 대해 갖고있는 인식과 기대에 부합하는것들이 첫번째에 해당한다는것.



결국 두번째 의미에서 인문학이라 할수 있는 책들은 처음에 말했던 두번째 부류와 같음. 지향점으로서의 인문학을 표방하는 책들. 혹은 인문학의 지향점과 동일한 지향점을 가진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