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작년 7월부터 읽은 책들 후기임.
1. 이방인 - 알베르 카뮈
첫 책인 만큼 인생 책임. 행동만으로 모든 감정을 설명하는 독특한 묘사 덕분에 특유의 분위기를 살림과 동시에 주인공의 매력을 훨씬 부각시킴. 단순히 뫼르소라는 청년 하나를 이렇게 재밌게 표현했다는게 믿기지가 않을 정도. 마침 내가 유학생이라 뫼르소가 느낀 무감정의 감정이 어느정도 이해가 되어서 더 몰입한 듯.
2. 변신 - 프란츠 카프카
따지고 보면 이건 처음 읽은 책은 아님. 중2 때 읽었으니깐. 그럼에도 이펙트가 강했음. 주인공 그레고르보단 그 가족이 더 흥미로움. 그 중에서도 특히 여동생은 이 소설에서 가장 입체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함. 인간이 버려졌을 때의 처량함, 그 슬픔이 너무 부각됨. 가족이라는 사회를 이루는 가장 근본적인 집단에서 마저 효율성을 추구하게 되는 비극과 인간의 존재는 어디까지가 한계인지를 잘 표현함. 이 둘을 짧은 소설 안에 다 담았다는게 이 소설이 고전 명작이 된 이유인 듯. (워낙 해석이 각양각색인 소설이라 확언은 못하겠다.)
3. 데미안 - 에밀 싱클레어
에? 데미안은 헤르만 헤세의 책 아닌가요?
작가가 본인이 에밀 싱클레어라고 했다면 그건 에밀 싱클레어가 쓴 책이라고 생각함. 그게 몰입도 더 쉽고. 난 (정말 나를 위하시지만 자비는 없으신 어머니 밑에서 자란 덕에) 사춘기를 정말 조용히 보낸 케이스임. 오히려 그렇기에 그 당시에 내적으로 많이 힘들었고, 그래서 에밀 싱클레어가 겪는 내적 모순에 더 쉽게 공감함. 물론 지금은 사춘기가 다 끝났을 때 읽었기에 공감 수준으로 넘어갔겠지만, 만약 내가 이걸 사춘기 때 읽었다면 좀 읽기 힘들었을 듯. 나도 정신이 혼란한데 내적으로 나와 유사하게 비슷한 에밀 싱크레어의 심리를 읽었다면 더 혼란해졌을거야. 그 정도로 이 책은 사춘기 소년의 혼란스러운 정신과 그 정신이 하나의 완전한 인격체가 되어가는 과정을 잘 설명함. 무엇보다 이방인과 변신을 통해서 아주 울적해진 나의 소설 리스트에 활기를 불어넣어줌.
4. 모비딕 - 허먼 멜빌
주의: 원본을 그대로 번역한게 아니라 좀 줄인 듯. 확인은 안해봤지만, 도무지 이 작은 책에 모비딕이 다 안들어갈 것 같음.
재밌음. 복수라는 감정을 제 3인자가 잘 묘사한 소설임. 일단 소설은 1인칭인데, 주요 인물은 이스마엘이 아닌 성장이라고 생각함. 선장의 그 미친듯한 집착, 복수에 대한 열정이 아주 잘 묘사됨. 그렇다고 선장만이 살아넘치는 소설이냐? 그것도 아님. 모든 조연들이 사연과 신념이 있고 이게 바다에서의 여정이라는 점과 맞물려서 아주 흥미로운 소설이 됨. 마지막 엔딩이 좀 허무하지만, 충분히 설득력 있고 복수의 종말을 잘 표현함. 이건 더 깊게 안 적어야겠음. 원본이 아니라서 더이상 얘기하는건 이 소설에 대한 오만임.
5. 페스트 - 알베르 카뮈
이방인 이후 꽤 많은 책을 읽고 읽은 페스트. 사회 전체가 어찌 돌아가는지 묘사하는 와중에, 인물 하나하나가 입체적임. 사실 이건 알베르 카뮈의 소설이니 당연한거고, 이 소설의 백미는 화자를 정말 잘 활용한 소설이라는 점임. 분명 1인칭 소설인데 3인칭 소설처럼 적음. 그렇다고 이게 무시할 내용이냐? 의도적으로 계속
"이 소설은 1인칭이예요!!"
라고 소설이 스스로 강조함. 덕분에 독자는 이 사실을 계속해서 의식하게 됨. 그러니 당연히 독자들은 소설의 화자에 대한 반전을 예측할 수 있게 되고, 별 새롭지 않은 반전을 마주하게 됨. 근데 그 반전을 보여주는 과정이 너무나도 심적으로 공감되고 슬픔. 색다른 화자를 원한다면 강추함.
6. 인간 실격 - 디자이 오사무
취향이 아니라서 많이는 못 적겠음. 위의 소설들을 보면 알겠지만, 나는 배드 엔딩이든 해피 엔딩이든 주인공이 변화하고 각성해야한다고 생각함. 근데 인간실격은 그게 없음. 주인공이 너무 무기력함. 하지만 거기서 오는 괴리감과 자기 혐오가 이 책의 감성이고, 의도임. 그래서 중간중간의 대화들을 읽어보면 이런 부정적인 감정을 참 잘 살렸다는게 들어남. 표현도 좋고 스토리도 좋고 다 좋음. 근데 취향이 아니라서 추천은 못하겠음.
7. 별 + @ - 알퐁스 도테
낭만과 로맨스, 그리고 전쟁. 알퐁스 도테의 소설들은 아주 짧음. 대화를 표방하지만 거의 다 일방적인 정보 전달에 가까운 화자들이기에 인물들도 그리 많이 등장하지 않음. 많아도 5명이 안넘어감. 이 인물들의 사연 혹은 경험들이 낭만이 넘침. 게다가 프랑스가 독일에게 점령당한 시점인 글들도 있기에 한국인으로써도 이입이 쉬움. 50페이지도 안 넘는 글을 하나 읽으면 그 감성에 취해 하루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임. 아주 달달한, 근데 근본은 쓴 초콜릿을 먹는 기분임. 모든 분위기와 묘사 그리고 대사들이 로맨스적이지만 그 배경은 전쟁이기 때문에 어딘가 울적해지는 느낌임. 아, 물론 별은 그런거 없음. 그냥 설탕 덩어리 수준으로 달달함. (그래서 좋은 거지만.)
8. 연금술사 - 파울로 코엘로
이건 읽는데 3달 정도 걸림. 왜? 독일 유학생이라서 이건 독일어로 읽었거든. 그리 긴 소설이 아닌데도 엄청 오래 걸림. 제목만 보면 대단한 마법 혹은 과학의 발전이 생각나겠지만, 소년의 여정을 그린 소설임. 그렇기에 아주 멋진 마법은 (있긴 하지만) 기대하기 힘듦. 차라리 모비딕의 사냥 장면이 더 박진감 넘칠거임. 허나 이 소설의 "운명"에 관한 정의와 이를 대하는 사람들의 모습, 인간의 독립성을 아주 잘 설명함. 주인공이 여정을 떠나며 만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운명에 관한 확고한 신념이 있고 이를 통해 대화에서 소년이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줌. 배경이 스페인 -> 이집트 이렇게 이동하는 소설이라 그 배경도 상당히 흥미로움. 색다른 배경과 여정, 그리고 삶의 진로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함.
8. 죄와 벌 -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일단 너무 길고 복잡한 내용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말해주자면 소설이 그리 어렵지는 않음. 간단히 설명해주자면 당시 러시아는 소설이 길수록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었기 때문에 좀 억지로 늘린 느낌임. 그럼에도 전혀 읽을 때 힘들지 않음. 편집증에 걸려 다 죽어가는 주인공과 그 주인공의 철학, 빈민가에 사는 주변 인물들의 불완전성이 오히려 억지로 늘린 대화와 묘사 덕분에 더욱 강조됨. 쓸데 없는 말이 넘치고 쓸모 없는 행동 묘사도 많음. 그래서 주인공의 불안감에 미쳐가는 모습이 더욱 생생함.
게다가 주인공의 철학이 틀린 이유와 그렇기에 주인공이 이를 받아들이는 과정도 몰입감이 높기에 아주 재밌음. 스토리로 보나 그 의미로 보나 어느 면에서든 이입할 요소들이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 수준임. 읽어보고는 싶은데 어려울까봐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이 소설은 전혀 어렵지 않고 오히려 읽는 순간이 아주 즐거울테니 걱정 말고 읽으세요.
참고로 나는 당연히 죄와 벌이 겨울 배경일줄 알고 읽었는데, 여름 배경이더라. 그건 좀 깼다.
9. 광장/구운몽 - 최인훈
드디어 한국 소설이 등장함. 솔직히 읽기 힘들었음. 나름 또래들에 비해서 아는 단어가 많다고 자부하는 사람이었는데, 읽다보니 그런 말이 쏙 들어가게 됨. 아니, 단어가 어려운게 아니라 그 장면들 사이사이의 연결점을 찾기 힘들었다고 해야하나. 배경은 해방 이후 -> 한국 전쟁 전후 이렇게 다룸. 그렇기에 인물들이 북한 사투리를 쓰기도 하고, 그걸 자연스럽게 여기기 때문에 분명 한국 소설인데도 어딘가 판타지를 읽는 기분임. 흔치 않은 경험이었음. 둘 다 주인공의 몽상 혹은 회상을 지속적으로 쓰면서 시도 넣음. 허나 이 현실과 몽상의 경계를 정확히 구분해주지 않기 때문에, 보면서
'언제부터 이게 비현실이었던거지?'
싶은 순간이 한두번이 아님. 글의 손을 잡고 쫄래쫄래 쫓아가야하는데 중간에 손을 놓쳐서 마트 한 가운데에 멍하니 서있게 된 기분.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그냥 읽었음. 글을 따라가길 포기하고 한 순간 순간에 집중해서 읽으니 오히려 더 재밌었다. 굳이 사건의 진행 과정을 이해하는 것보단, 그냥 술술 읽는게 더 즐기기 좋을 듯. 1년 뒤에 재독할 땐 달라야겠지만...
10. 수레바퀴 아래서 - 헤르만 헤세
내가 독일 학교 생활과 한국 학교 생활을 둘 다 해봤기에 이해가 가능했던 책. 솔직히 이거 한국 학생이 읽었으면 주인공이 미성숙하고 비현실적인 소년으로 보일 것 같음. 재미는 있음. 결론은 좀 애매하다 싶긴한데, 전에 데미안 때도 결말은 열린 결말이었으니 이건 그러려니 했다. 솔직히 내가 이젠 학교, 학업 관련해선 생각을 그만둔 사례기 때문에 읽으면서도 그닥 공감되거나 슬프진 않았음. 단지 그 시절 청소년들을 너무나 차갑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던 성인들의 그 행동이 너무 잔인하게 느껴졌을 뿐. 뭐랄까... 스릴러 영화 보면서 누가 죽으면 그 죽는 장면이 무섭지 죽어가는 사람이 불쌍하단 생각은 거의 안드는, 그런 기분이었음. 개인적으로는 학생들보단 학업을 다 끝낸 성인이 보는게 더 좋을 것 같은 책임. 내용 이해는 데미안보다 어렵진 않고, 오히려 훨씬 쉬운 편임. 같은 사람이 썼다는게 신기할 정도로. 그래서 읽는데 하루 30분 써서 1주일 걸렸나 그럼.
10.5 날개 - 이상
읽다가 말았음. 정확히는 날개는 다 읽었는데, 나머지 소설을 다 못읽음. 나는 날개가 그나마 이해하기 쉬운 수준의 소설일거라는걸 예상도 못했어... 어찌 이리 어려운 글을 만든건지... 그래도 재미는 있다. 이상 특유의 의식의 흐름 기법 덕분에 주인공의 비사회성이 더욱 돋보이게 되었고, 마치 그 당시의 사람들을 관찰하는 듯한, 아예 외계인이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을 관찰하는 기분의 글이 마음에 들었음. 너무나도 순수하기에, 허나 너무나도 무기력하기에 날 수 없는 주인공의 비애가 잘 느껴짐.
'인간 실격은 싫으면서 이건 왜 좋아함? 국뽕임?'
날개와 인간 실격의 가장 큰 차이는 날개의 주인공은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르고, 사회를 이해하지 못했기에 나오는 비사회성이 재밌는거고, 인간 실격의 주인공은 다 알면서, 자신이 왜 잘못되었는지 알면서도 계속 잘못된 길로 가는게 이해가 안되던거임. 그게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함.
11. 롤리타
이 소설은 전략 패키지 게임 같음. 초반, 후반은 정말정말 재밌는데 중반이 아주 지루하다 못해 쓰러질 것 같음. 글이 쓰여질 당시의 유명 문학 지식들과 고전 문학의 패러디, 영어를 이용한 언어 유희 (정작 작가 본인은 실패했다고 했지만)로 중반부가 가득 차있는데, 일단 난 영어를 쓰는 사람도 아니고, 고전 문학은 읽은지 1년된 초짜인데다가 패러디는 알아들을 수 없으니 정말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그럼에도 이 소설의 흥미로운 부분은 다른 곳에 있었는데, 전개가 정말 뺄 곳이 없다.
이 소설은 장르가 참 애매모호하다. (많이 어긋났지만) 로맨스적인 묘사를 쓰는데, 상황은 범죄 소설이며, 주인공들의 행적은 하나의 여정을 보여주듯 하다가, 어딘가에서 정착한다. 놀랍게도 이 혼잡한 전개와 묘사에서 "언어 유희", "모순" 이 키워드만으로 매끄럽지만 핋수적으로 만든다.
예를 들어보자,
"험버트가 언어학자가 아닌 롤리타"가 상상이 되는가?
"험버트와 롤리타가 여행을 가지 않는 전개"가 상상이 되는가?
"험버트가 선량한 시민인 롤리타"가 상상이 되는가?
이처럼 정말 온갖 어렵고 난잡한 주제를 이 소설은 정말 완벽히 조화하는데 성공했고, 납득이 가능한 스토리를 만들었다. 괜히 러시아 3대 명작 소설이 아니다.
12. 위더링 하이츠
당시에 봄이었기에 로맨스 (비스무리한) 소설인 롤리타에서 바로 위더링 하이츠로 넘어갔다. 이 소설은 롤리타와 반대로 아주 직설적인 묘사를 통해 인믈을 묘사하는 것에 온 신경을 다하기에 롤리타와 비슷하 분량을 가졌음에도 1/3 정도의 시간만을 들여 완독하는데 성공했다.
개인적으로 이 인물 묘사가 정말 간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주인공의 성격도 입체적이고, 주인공에게 중심 스토리를 알려주는 서술자도 입체적이며, 그 중심 스토리 속 얽힌 군상극도 아주 입체적이다.
내용적인 후기를 말하자면,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관계는 사랑보단 필연의 관계라고 생각한다. 그 전에 나의 개인적인 신념을 말하자면, 난 인간은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경험도, 감정도, 시작과 끝도 모두 다른 인간이 어찌 서로를 완벽히 이해할 수 있겠는가? (이 신념을 더 자세히 얘기하고 후기를 잇고 싶지만 이 글은 후기가 중심축이니 생략하겠다.) 허나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은 판타지적이게도 완벽히 서로를 이해하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사랑은 그 사람이 나와 다름에도 포기할 수 없고, 도달할 수 없는 일심의 영역까지 가기 위하여 노력하는 인간의 사회적 본능이라면, 캐서린과 히스클리프는... 뭔가 더 초월적인, 그래서 인간으로써 서술할 수 없는 그런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작품 내내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이 온갖 민폐를 끼치면서도 "어차피 너네는 내가 말해줘도 왜인지 이해 못해!!"라고 말하는 것이다. 애초에 이런 관계가 세계관에서 유일한 관계인데, 이걸 외딴 절벽에서 어찌 말하겠는가?
라고 말하면 로맨스 소설에 너무 말도 안되는 판타지를 넣은게 아니냐 싶겠지만, 애초에 유령과 심령 현상이 나오는 소설인데 뭐... 이렇게 해석해도 상관은 없다고 생각한다.
13. 노부인의 방문
이건 독일어로 읽었다. (원문이 독일어이기에 학교 숙제로 읽은 것이다.) 사실 그로테스크의 원조격이라는 식으로 학교에서 설명을 들었기에, 좀 더 잔인하고 자극적인 이야기를 상상했으나, 사회상 그 자체의 무서움이 더욱 강한 소설이었다. 물론 눈 먼 고자가 닭처럼 같은 말을 반복하는 장면은 좀 그로테스크하긴 했다. 과장되고, 비현실적이지만 상황을 통제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러나 계속해서 절망하게 되는 그 희망과 무능력함 사이를 마구 교차시키는 희극이다. 이런 면에서 이 희극은 장면적 그로테스크가 아닌, 상황적 그로테스크를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는 것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군상극같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개인적으론 군상극과는 정 반대로 인물 1명의 절망을 담아낸 희극이라 생각한다. 다양한 사람의 반응보단 그저 한 명의 인간이 과거의 죄로부터 복수를 당하는 이야기다. 보다보면 여간 잔인한 희극이 아닐 수 없다는 느낌이다. 그리 긴 희극은 아니기에 이만큼만 적겠다. 관심이 생긴다면 읽는 것을 추천한다. 군중심리, 복수, 그로테스크 등의 키워드에 관심이 있다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14. 이상 단편집
오랫만에 이상 단편집을 다시 시도했었다. 단어를 더 많이 알게 된 것도 아닌데,문해력이 좋아진건지 뭔진 몰라도 더 잘 읽혀졌다. 개인적으로 한국 일제강점기의 일상적 모습을 잘 녹여낸 글들이 아주 재밌었다. 일제의 탄압보단 기술 혁명의 단계를 밟고 있는 조선의 전통적 모습과 산업 혁명 때의 서구의 모습이 섞인 그 세계관 자체의 묘사가 더 자세했기에, 일제강점기라는 (아주 아주 아주 중요했기에) 자주 쓰인 테마보다 그 풍경 자체의 모습을 담아낸 것이 더욱 흥미로웠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일제강점기가 진부하다던가, 사골이라던가 그런 뜻이 아니다.) 김유정의 작품을 보는 기분이다. 실제로 둘이 친했으니 당연히 영향을 자주 받았겠지만. 11번이나 12번보다 적을 말이 적다. 그만큼 담백하고 이상 그 특유의 묘사법이 인상깊기에, 많은 말을 붙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과연 이상은 박제된 천재가 맞다.
15. 1984 - 조지 오웰
동물농장에 이은 1984. 조지 오웰의 소설은 대게 아주 정치적이고 그 메세지를 숨기려는 시도조차 없었기에 손쉽게 이 소설의 메세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전체주의와 공산주의, 그리고 소련을 향한 지속적인 비판은 동물농장 때보다 더욱 노골적이고 잔인해졌다. 동물농장은 우화의 형태를 띄기라도 했지, 이 소설은 괜히 3대 디스토피아 소설이라는 타이틀을 괜히 얻은게 아니라는 느낌이다. 인간이 멸종에 가깝기 때문이 아닌 너무 많아서 극단적으로 통제를 해야하는 상황, 모두가 행복해보이지만 모두가 절망적인 상황인, 그 참혹한 디스토피아를 참으로 잘 보여준다. 세계관 또한 아주 끈덕지게 보여주기에 그 세계관을 이해하고 빠져드는 것도 매우 쉽다. 고유명사를 아주 많이 쓰는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거부감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조지 오웰의 그 능력을 아주 잘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나는 전체주의와 같은 사상을 애초에 반대하는 사람이기에 이 소설 속 윈스턴 (주인공)의 입장을 이입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옛 것을 좋아하고, 과거를 탐하고, 자유와 개인의 아름다움을 계속해서 쫓는 윈스턴의 모습은 꽤나 꽉 막힌 세계인 남중 남고의 세계와 외로움에 시달릴 수 밖에 없는 유학 생활을 모두 겪어본 나로써 공감되는 모습이었다.
이렇게 말하면 슬슬 알아차렸겠지만, 그렇기에 3부와 결말은 좀 읽기 힘들었다. 페스트에서 소년에게 백신을 테스트하는 장면 이후 이렇게 충격적이었던건 오랫만이었다. 여름엔 역시 공포지.
디스토피아에 관심이 있다면 추천한다. 다만, 재난적 디스토피아가 아닌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적 디스토피아임을 명시한다.
개인적으로 죄와 벌, 이방인, 변신 이 3개는 좀 더 자세히 적고 싶은데, 귀찮다. 더 적을 의욕이 없음.
다음은 아주 예전에 출판된 비둘기라는 소설이다. 그 후 돈키호테를 1984 독어판과 함께 병행할 예정이다. 소설 3개 정도를 완독하면 다시 후기를 적겠다.
물론 이건 나의 "감상"이기에 나의 취향과 선호가 100% 반영된 것이다. 누구든 이방인이 노잼일 수 있고, 인간 실격이 재밋을 수 있음. 그냥 참고만 하길 바란다. 그럼 난 이만
ㅈㄴ 알차게ㅜ읽었내 - dc App
롤리타에서 컷!
근데 러시아 3대 소설은 뭐냐
러시아 3대 문호 이야기인데 찾아보니 작가가 다르다. 이름을 잘못 외워서 착각한 듯. - dc App
모비딕 뭔 판본을 본겨 ㅋㅋㅋㅋㅋ 어린이 모비딕?
오랫만 > 오랜만
다 명작들이고 좋은데. 수레바퀴 아래서는 명작이라기 보다는 주인공 한스가 너무 갸엾게 느껴짐..
좋은 감상이다 - dc App
추천
굿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