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카시는 인간 실존에 대해 심도있는 고찰을 하게 만드는 작가다. 그의 소설을 읽으며 만연체와 같은 촘촘한 풍경, 심리묘사와 더불어 마치 잠든 관객, 청중을 깨우는 듯한 '멈춤(공백)'은 그의 소설에 독자의 주관적인 이야기를 불어넣어 매끈하고 단단한 줄기, 혹은 가지에 잎사귀를 덧붙이며 그의 소설을 더 풍성하게 감상할 수 있게되는 요인이 된다. 이러한 매카시의 특징의 정수를 하나만 꼽자면 <로드(The Road)>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소설 <로드>는 매카시가 자신의 아들과 자기가 황폐해진 세상에 남겨졌다는 가정 하에 아들을 생각하며 쓴 작품으로 아들의 사랑과 실리를 추구해야하는 상황 속 메마른 '선'을 갈망하는 아들의 순수한 마음이 독자를 눈물짓게 하는 소설이다.
여기서 이런 <로드>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게임이 하나 있었으니, 흔히 <라오어>라고도 불리는 <더 라스트 오브 어스(The Last of Us)>다. 이 글에서는 <라오어>(뒤로는 <더 라스트 오브 어스>를 <라오어>라고 통일하여 지칭)와 함께 매카시와 이 작품이 녹여내고자했던 인간실존에 대한 내 주관적인 생각을 서술하고자 한다.
1.과거가 낳은 자식과 현재에 낳은 자식
두 작품은 황폐화된 세상에 남겨진 아이와 아버지라는 상황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황폐화 되기 전을 기억하고 있는 아버지는 검은 숯덩이마냥 그을린 추억을 회상하고 그리워한다. <라오어>의 주인공 조엘 밀러(Joel Miller)은 좀비 바이러스를 피해 도망치다가 군인들에게 감염 의심자 취급을 받고 도망치다 친딸을 잃게 된다. <로드>의 주인공의 아내는 불타는 세상 속에서 아이를 낳게 되고 황폐해진 세상에 불안감을 느끼다 주인공과 말다툼을 하게되고 그를 떠나게 된다. 망가진 세상은 두 주인공에게 세월을 뺏어가게 되었다. 그렇게 조엘은 밀수업을 하며 무기력한 삶을 연명하게되고 아버지는 아들을 데리고 살기위해 미국을 방랑하게 된다. 그러면서 잃어버린 세월은 추억을 만들고 그들의 생각에 큰 영향력을 끼친다. 아버지는 이야기 중간에 예전 친척들과 함께 살았었던 집에 가며 아이의 눈으로는 그저 엉망이 된 집에 불과하지만 그에게는 지금까지 살고 있는 것처럼 한치의 먼지도 없는 새 집처럼 느끼며 좀처럼 떠나지 못한다. 동시에, 조엘 또한 의뢰를 받아 목적지에 도착할 동안 맡게된 엘리 윌리엄스(Ellie Williams)에게서 자신의 딸로서 여기게 되고, 엘리에게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들려주며 점점 가까워지게 된다.
과거가 사라진 이들에게 향수병만큼 괴로운 것은 없을 것이다. 특히 그 향수가 돌아오지 못한다면 더더욱. 이들의 무기력증은 향수에 있다고 생각된다. 폐허가 된 집, 죽은 딸. 그것들은 그들에게서 더이상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향수의 무기력증만을 보며 우리 일상에 지장을 준다고 하지만, 향수를 떠올리며 그 때의 삶을 재현함으로서 스트레스를 치유할 수 있는 역할을 주기도 한다. '가족'은 그들에게 있어 가장 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요인이며 '아이'와의 시간은 그런 향수의 무기력증을 깨뜨리고 삶의 활기를 되찾아주게된다. 특히 아이에게 자신의 과거 얘기나, 자신이 예전에 했던 행동을 아이에게 되물림 해주는 것(예:로드-콜라, 라오어-미식축구). 그것은 그들은 과거를 느끼며 현재를 이어나가게 해준다.
2.우리는 시시포스를 즐겁다고 상상해야한다
삶하면 떠오르는 것은 분명 '반복'일 것이다. 근데, 그냥 반복도 아니라 '힘든 반복'이라 우리에게 더 고통스럽게 다가올 것이다. 조엘과 엘리, 아버지와 아들은 인류 역사상 최악의 상황을 반복하고 있다. 누군가 날 급습하지는 않을까? 내 아이를 데려가진 않을까? 갑자기 폭탄이 날아오지 않을까? 같은 불안은 약과요, 누가 있는지도 모를 집에 들어가 식량을 구하거나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밀림을 헤쳐 나가는 것은 고역 중의 고역일 것이다. 근데, 이걸 죽을때까지 계-에-속해야 한다. 그러면 우린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냥 숨어살다 아사로 죽는게 낫지 않을까?'라고, 그리고 이것은 우리가 자살을 긍정하는 것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자살은 <시지프 신화>의 중요한 논제로서 나온다.
일단 <시지프 신화>를 결부시키기 전 그들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도록 하자, <로드>에서 부자는 노다지 벙커를 발견하게 된다. 어쩌면 그들이 죽을때까지 버틸 수 있는 정도의 식량과 포근한 침대를 비롯한 여러 가구들... 그러나 아들의 간곡한 부탁에도 아버지의 결정에 따라 이들은 부탁에도 떠난다. 만약 조엘이라면 엘리를 목적지로 데려가는 이유가 있어 떠났겠지만 이 부자에게는 목적지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 도대체 왜 떠난 것일까?
난 앞에 <시지프 신화>그리고 그 책의 저자인 알베르 카뮈(Albert Camus)가 답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카뮈는, 앞서 말한 <시지프 신화>에서 "우리는 시시포스를 즐겁다 상상해야한다"로 삶에 대한 문제의 해답을 제시한 적이 있다. 이게 무슨 소리냐, 대부분 알겠지만 시시포스는 제우스에게 벌을 받아 끝없이 산에 정상까지 돌덩이를 올려야하는 벌을 받은 사람이다. 근데 그 돌덩이가 정상까지 가면 반대쪽으로 떨어지고 그는 다시 돌을 정상까지 올려야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무의미하다. 그럼 이런 무의미한 생활을 극복하려면 어찌해야 되는 걸까? 그렇다. 앞에도 말했듯 우리는 이 반항(투쟁)을 이어나갈 수밖에 없으며 그에 따라 계속해야하는 것이다. 이것으로 미루어 보이 그가 그런 선택을 한 이유는 자신이 아직 움직이는 한, 자신의 노동을 조소히는 신들을 농락하기 위해 반항하며 삶을 이어나가며, 더 나아가선 아이에게 '삶'을 가르치기 위한 한편의 교육이었을 것이다.
3.마치며(Epilogue)
한 가지 고백할게 있다면 나는 <라오어>를 3년 전에 하고 <로드>를 샀으면서도 정작 읽은 것은 작가의 부고 소식을 듣고 나서다. 하지만 그렇기에 <로드>는 매카시의 작품 중에서 내게 가장 인상이 깊게 남은 작품이며 그의 문체의 집합이라고도 불릴 수 있을 정도로 320pg이란 짧은 분량의 거대한 사진집처럼 느껴지며 그의 아들에 대한 사랑이 진하게 울려퍼졌다.
<라오어>는 3년 전이라 말한 것을 보면 알겠지만 발매일 보다 한참 늦은 시기에 플레이한 것이다. 책 읽느라 바빠 정작 게임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로드>라는 책을 알게 되어 플레이 해보게 되었다. 이번 [매리대]를 참여하며 다시 한번 이 게임에 느낀 점은 매카시가 책을 쓰며 자신의 아이에 대한 '사랑'을 담았듯 이 게임또한 그 '사랑'에 충실하며 어쩌면 새로 태어난 신생아 아이를 받았을 때의 불안과, 그럼에도 불구한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는 정언명령과도 같은 순수한 '사랑'. 그걸 느끼며 <로드>의 지평을 앞서 말했듯 주관적 이야기를 붙여 가장 멋지게 커진 나무같은 작품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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