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모리스 르블랑(1864~1941)은 프랑스의 미스터리 작가이다. 모리스 르블랑은 오늘날에도 괴도물의 대표 주자인 아르센 뤼팽이 등장하는 아르센 뤼팽 시리즈의 창작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이제 모리스 르블랑의 삶과 문학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자.
2. 모리스 르블랑은 1864년 11월 11일 프랑스 루앙에서 태어났다. 르블랑은 양모 가공업을 영위하는 부유한 집안에서 성장했고 아버지로부터 가업을 승계하라는 제안을 받았지만 어렸을 때부터 귀스타브 플로베르를 흠모하면서 열망하게 된 작가로서의 활동을 염두에 두고 있었으므로 이러한 제안을 거절한다.
3. 21세이던 1884년에 처음으로 프랑스 파리로 상경한 르블랑은 각종 문예지에 원고를 투고하여 게재했고, 1893년에는 귀스타브 플로베르와 기 드 모파상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첫 번째 장편 소설인 어떤 여자를 발표한다. 이 작품은 당시에 유행하던 심리주의 소설로서 프랑스 문단으로부터 많은 호평을 받았다. 이후에도 아르멜과 클로드(1897), 날개를 보라(1898), 결합된 입술(1901), 장난꾸러기 커플(1901), 레드 모(1904), 80마력(1904), 라피티, 연극(1906) 등의 작품들을 차례대로 발표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르블랑이 이 시기에 발표한 순문학 경향을 드러낸 일련의 작품들은 문학적으로는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대중적 인기는 그에 미치지 못했으므로 그는 경제적으로 상당한 궁핍함에 시달리고 있었다.
4. 이렇게 암울한 상황 속에서 르블랑은 정식으로 창간한지 불과 6개월 남짓이 된 월간지 <주 세 투>의 편집장인 피에르 라피트의 권유를 받고 1905년 7월 15일 자로 간행된 해당 잡지의 제 6호 지면에 아르센 뤼팽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아르센 뤼팽 체포되다'를 발표한다. 이 작품은 당대에 영국에서 커다란 인기를 구가하고 있던 추리물인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 시리즈와 괴도물인 어니스트 윌리엄 호넝의 A. J. 래플스 시리즈를 겨냥한 것이었는데 당시에 프랑스에서는 매우 드물었던 괴도물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아르센 뤼팽의 뛰어난 캐릭터성, 파격적인 스토리 라인을 갖추었기에 모리스 르블랑은 단숨에 폭발적인 대중적 인기를 얻고 스타덤에 오르게 된다. 다시 말해서, 단발적인 단편 소설에서 끝나지 않고 장편 소설과 단편 소설, 희곡을 모두 포함하여 60편에 달하는 장장 36년에 걸친 아르센 뤼팽 시리즈의 시작은 이처럼 무척이나 화려했던 것이다.
5. 물론 이와 같은 화려함 뒤에는 어두운 측면도 있었는데 먼저 아르센 뤼팽 시리즈의 초창기 작품에 해당하는 단편집인 '괴도 신사 아르센 뤼팽'에 수록된 한 발 늦은 헐록 숌즈, 또 다른 단편집인 '아르센 뤼팽 대 헐록 숌즈', 장편 소설인 '기암성'과 '813'까지 모두 4편에 걸쳐서 셜록 홈스와 존 왓슨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한 캐릭터인 헐록 숌즈와 와슨을 등장시킨 것을 언급할 수 있다. 사실 처음에는 르블랑이 원작자인 도일에게 패러디에 대한 허락을 정식으로 받으려고 했지만 곧바로 거절당했다. 그럼에도 르블랑은 자신의 작품에 그러한 캐릭터들을 그대로 등장시켰으며 결국 도일로부터 거친 항의가 담긴 편지를 받았다. 그 뒤에는 더이상 아르센 뤼팽 시리즈에서 헐록 숌즈와 와슨이 등장하지 않게 된다.
6. 아울러 아르센 뤼팽 시리즈로 막대한 부와 명예를 얻게 된 르블랑이지만 항상 만만치 않은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으며 자신이 발표한 다른 작품들이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이 커져갔다. 그래서인지 르블랑은 아르센 뤼팽 시리즈 안에서 아르센 뤼팽이 자살 또는 은퇴를 암시하는 것과 같은 결말로 자주 이야기를 끝내고 있기도 한다.
7. 그리고 르블랑은 1912년에 프랑스 문학계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프랑스 대통령이 수여하는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지속적으로 노년까지 정력적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가던 르블랑은 제 2차 세계대전이 한창 진행중이던 1941년 11월 16일에 프랑스 페르피냥에서 폐울혈로 별세했는데 향년 78세였다. 본래 르블랑의 시신은 1941년에 페르피냥의 생 마르탱 공동묘지에 안장되었지만 6년 뒤인 1947년에 파리의 몽파르나스 공동묘지로 이장되었다.
8. 모리스 르블랑은 주지하다시피 아르센 뤼팽 시리즈의 창작을 통하여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가스통 르루와 함께 프랑스를 넘어서서 세계의 미스터리 문학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작가로 손꼽히고 있다. 그가 창조한 아르센 뤼팽이라는 괴도 캐릭터는 후대에 등장한 수많은 괴도 캐릭터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끼쳤으며(예를 들어서 프랑스의 미스터리 작가인 피에르 수베스트르와 마르셀 알랭이 공동으로 창조한 팡토마스가 대표적이다.) 각종 창작물에서 빈번하게 활용되는 탐정과 괴도의 대결이라는 마르지 않는 클리셰를 처음으로 만들어 내기도 했다. 따라서 다르게 말하자면 모리스 르블랑은 생전에 커다란 영광을 누렸던 것에서 그치지 않고 사후 82년이 지난 현재에 이르기까지 미스터리 소설의 황금기를 언급할 때에 반드시 거론이 되는 거장 중에 한 명으로 남게 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부록: 아르센 뤼팽 시리즈의 목록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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