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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젤라즈니의 sf 중단편집이다. 사실 sf라고는 하지만 아시모프나 클라크 식의 일반적인 개념의 sf라기 보다는 판타지의 색채가 짙은 sf와 판타지 사이에 걸친 경계선 상의 장르라 할 수 있겠다. 테란보다는 프로토스 느낌이랄까


작품에서 등장하는 소재들도 판타지에 어울릴 듯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초저온에서 생존하는 고양이 모양의 생물체들, 긴 수명을 가진 파충류형 존재들 등등


작품들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이라면 문체라고 할 수 있겠다. 자칫하면 양판소스러운 가벼움이 보일 수 있는데 작가의 역량 덕분인지 유쾌함이 주를 이루는 문체다. 특히 <수집열>이나 <완만한 대왕들> 같은 작품에서는 그 문체와 어우러져 마치 코미디 한편을 보는 느낌을 준다.


작가의 여러 배경묘사들도 소설에 빠져 들게해주는 역할에 충실하다. 배경묘사가 없는 초단편들을 제외하고 중편에서 나오는 배경들을 보면 구름을 뚫고 높이 솟은 웅장한 산, 삭막한 고대 도시를 품은 사막, 물에 잠기는 공상과학풍 도시 등 이국적이고 외계적인 분위기를 보이는 배경을 작가는 노련한 글솜씨로 포장하여 독자들에게 전달해준다.


아쉬운 점이라면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작품이라 그런지 작가가 던지는 여러 장르에서 오는 질문들이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고 느껴진다. 신의 경지에 오른 인간, 거대한 존재와 싸우는 삶, 외계의 생물들과의 교류 등 지금와서는 식상할 수도 있을 내용들이라 생각한다.


대부분의 소설들이 맘에 쏙 들었지만 특히 좋았던 작품이 있다면 <이 죽음의 산에서>를 꼽겠다. 별까지 닿을 듯한 거대한 산에서 오는 웅장함, 갈수록 외계적인 모습을 보이는 존재들,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노을과 하늘의 풍경 들 읽는 내내 스스로가 좋아하는 요소들을 즐겁게 읽어내려간 기분이다. 아쉬운건 마무리가 맘에 들지 않았다. 복선은 있었지만 허무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독서를 시작하고 sf는 왠지 나와 맞지 않다고 생각했으나 젤라즈니의 작품들은 내 맘에 쏙드는 듯 하다. 앰버 연대기를 쓴 작가라는데 기회가 된다면 한번 찾아봐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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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단편집은 감상문 쓰기가 너무 어렵다. 작품들이 서로 다른 색깔이 있으니 묶어서 쓰자니 피상적인 비평만 하는 느낌이고 자세히 쓰자니 분량이 너무 길어지고. 아예 작가 자체에 대해 쓰자니 겨우 중단편집 하나 읽은거로 작가에 대해 쓰기엔 부족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