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철학은 인물 중심이 아니라 분과/질문 중심임.


뭐 플라톤을 정복한다, 칸트를 정복한다, 니체를 정복한다 이런 식으로 철학자 도장 깨기 하지 말고


철학의 한 메이저한 논쟁, 질문을 중심에 두고 공부하는 식으로 가는 걸 추천함. 철학자가 아니라 질문을 중심에 두셈.


철학과에서 진짜 자기 전공에 미쳐있는 교수님들도 칸트에 미쳤다고 해서 한 학기 내내 칸트만 하는 수업을 개설하는 경우는 별로 없음. 인식론, 윤리학, 해석학, 기호논리학 이런 식이지.


이런 식으로 큰 질문, 분과를 중심에 두고 철학을 공부하는게 내가 그 주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가치를 지지하는지 알게 될 가능성이 높음. 철학자 중심은 그냥 지식 자랑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함.


세분화가 극단적으로 이루어진 현대철학이 아니고서야 대부분의 철학자가 이 분야도 건드리고 저 분야도 건드리는데 그 분야 하나하나에 대한 지식이 충분히 쌓인 게 아니면 한 철학자 도장깨기가 큰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음.


걔가 어떤 맥락에서 이런 주장을 하는지, 크게 봐서 어떤 가치와 어떤 가치의 대립인지를 알아야 하는데, 일반인 레벨에서 한 철학자 도장깨기 한다고 읽어도 그런 거 파악이 힘들잖아. 피상적으로 그냥 이렇게 주장하는구나~에 그치지 내 생각이 뭔지 확고해지고 어떻게 바뀌고 이런 게 일어날 가능성 자체가 적음.


물론 철학자 공부하지 말란 말은 아니야.. 질문 중심으로 철학자들 논쟁하는거 쭉 따라가다가 보면 유독 자꾸 생각나고, 내 세계관이랑 잘 맞는 거 같고, 너한테 뭔가가 느껴지는 철학자가 생길 수 있음. 그 사람은 도장깨기 들어가도 재밌게 할 수 있어.   




동양철학 교수들 수업하다가 동양철학이 왜 발전이 느리냐 이야기, 한탄 가끔하는데


동양철학은 서양철학처럼 긴 시간에 걸쳐 많은 철학자들이 주장한 내용들이 분과/질문 별로 정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가 공통적으로 많이 언급됨. 주제나 분과로 묶이지가 않으니까 논쟁이 안되고 주석만 단다 이거임. 예컨대 공자면 공자의 주장들은 윤리학, 정치철학, 논리학 뭐 이런 식으로 분류가 잘 안되어 있고 걍 '공자'임..


어쨌든 철학을 지식 자랑이 아니라 인생의 길잡이로 삼고 좀 유의미한걸 얻어가려면 물론 인물중심도 효과가 없지는 않겠지만은 역시 질문/분과를 중심에 둬야 너랑 철학책이랑 제대로 된 티키타카가 되고 뭘 더 얻어갈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