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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구치 류스케의 '드라이브 마이 카'에는 안톤 체홉의 '바냐 아저씨'가 비중있게 나오는데

그 영화의 엔딩은 그 연극의 엔딩을 고스란히 옮긴 거라서 솔직히 체홉빨로 칸에서 상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님. 

아무튼 그냥 읽어도 감동적임(영화도 그냥 읽는거나 다름없음)

바냐아저씨는 오십 세 가까운 남자인데, 이십년 넘게 죽은 여동생 남편의 영지만 돌보다가

결혼도 못하고, 여전히 가난하고, 이제와서 덧없이 지나간 삶을 후회함

소냐는 바냐의 죽은 여동생 딸. 

못생겨서 좋아하는 동네의사한테 거절당하고(그는 소냐의 새엄마를 좋아함)

아빠도 새엄마랑 떠나버리고

바냐삼촌이랑 시골에 남아서 열심히 일만 함. 삼촌이 지나간 삶을 후회하고 괴로워하니 소냐가 그를 위로함

(영역본 밖에 없어서 내 느낌으로 의역해봤음)



어떡할까요 [잠시 멈춤] 

살아야죠 

네, 살아야죠, 바냐 삼촌. 

우리 앞에 놓인 기나긴 날들과 

기나긴 밤들을

살아내야죠. 

운명이 우리에게 내린 시련을 꿋꿋이 견뎌야죠. 

다른 사람들을 위해 쉼없이 일하고,

지금이나 우리가 늙어서나....

그러다 우리에게 마지막 시간이 다가오면

그때 우리 겸허하게 받아들여요. 

무덤 너머에서, 우리 말하는 거에요.

우리가 사는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우리 삶이 얼마나 괴로웠는지

그럼 하나님께서 우리를 불쌍히 여기실거에요.

아, 나의 사랑하는 바냐 삼촌

그때 비로소 우리는 밝고 아름다운 삶을 볼거에요. 

그때 우리는 기쁨으로

지금 여기 우리의 슬픔을 돌아볼거에요.  

부드러운 미소로...

우린 잠들겠죠. 

나는 믿어요, 삼촌. 열심히, 진심으로 믿어요. 

[소냐, 삼촌 앞에 무릎을 꿇고 자신의 머리를 그의 손 위에 얹는다. 지친 목소리로 그녀가 말한다.]

우린 잠들겠죠. 

[텔레긴이 나지막하게 기타를 연주한다]

우린 잠들겠죠. 

우린 천사들의 부름을 듣겠죠. 

우린 보석처럼 빛나는 천국을 보겠죠. 

모든 나쁜 것들과 우리의 모든 고통이 

세상을 감싸는 거대한 연민아래 사라지는 걸 우리는 보게 될 거에요. 

우리 삶은 평화롭고 보드라운, 달콤한 손길 같을 거에요. 

나는 믿어요. 

나는 믿어요. 

[그녀는 눈물을 닦아낸다]

나의 불쌍한, 불쌍한 바냐삼촌, 울지 말아요 [눈물을 글썽이며]

삼촌은 행복이 뭔지도 모르고 행복을 기다리기만 했죠, 바냐삼촌!

우린 잠들거에요.

[그녀가 그를 끌어안는다]

우린 잠들거에요.

[바깥 정원에서 야경꾼의 종소리가 들린다. 텔레긴의 나지막한 연주가 계속된다. 소냐의 외할머니는 팜플렛 여백에다 뭔가를 끄적인다. 늙은 유모는 스타킹을 뜨개질한다]

우린 잠들겠죠. 

[천천히 무대의 막이 내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