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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뭐냐?"


"철거 계고장예요"


"기어코 왔구나."


어머니가 말했다.


"그러니까 집을 헐라는 거지? 우리가 꼭 받아야 할 것 중의 하나가 이제 나온 셈이구나!"


어머니는 식사를 중단했다. 나는 어머니의 밥상을 내려다보았다. 보리밥에 까만 된장, 그리고 시든 고추 두어 개와 졸인 감자.


-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그 시절 그녀에게 가족이란, 이를테면 아침을 나눠먹는 관계에 지나지 않았다.


자명종이 울리면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그녀와 동생들은 식탁에 둘러앉아 서로의 추운 얼굴을 흘끗거리며 더운밥을 나눠먹었다.


그 전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니 아무 일도 없었다고 믿어야만 이만큼의 평온이라도 지켜진다는 걸 침묵 속에서 동의하며, 노동하듯 입안의 음식을 꾸역꾸역 씹어삼켰다.


- <조해진, 유리>








정작 살이 빠진 쪽은 여자였다. 혼자 살게 되면서부터였을 것이다.


여자는 버스를 기다리다, 생선을 고르다, 화분에 물을 주다 몽유에서 깬 사람처럼 화들짝 주위를 둘러보곤 했다.


괜찮냐는 말을 듣는 날이 잦아졌다. 혼자 챙겨 먹는 저녁은 점점 부실해지더니 급기야 찐 감자 한 알로 굳어졌다.


동쪽으로 쪽창이 난 반지하의 부엌에서 감자를 꾸역꾸역 먹는 저녁이면 한 네덜란드 화가의 그림 속에 들어앉은 듯했다.


- <김경욱, 천국의 문>








왠지는 모르겠는데, 개인적으로 이런 장면들 읽고나면 하루종일 그 장면이 상상되면서 혼자 과몰입해서 먹먹해집니다.



이런 장면에서 '꾸역꾸역'이라는 단어를 쓰면 그 단어의 힘이 더 세지는같아요.



특히 난쏘공에서 나온 저 장면은 학생일 때 읽었는데도 가끔씩 불현듯 떠오릅니다. 이유는 저도 잘 몰?루겠네요.



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