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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작품들의 약스포가 포함되었을지도?
도련님, 이방인, 식물들의 사생활, 싯다르타, 지하생활자, 모두 다 예쁜 말, 반딧불이, 금오신화, 수레바퀴 아래서, 마요네즈, 첫사랑/귀족의보금자리/무무(투르게네프)
1. 도련님
가볍다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세키의 초기작. 사실 상황만 보면 오죠나 가즈코 뺨칠만큼 불행한 주인공이지만, 자신의 처지에 무감한 듯 몰락해가는 집안을 담담하게 서술해간다. 소세키 특유의 냉소적인 유머가 더해지며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최근 번역에선 기요 할멈을 중요한 인물로 부각시키던데, 주인공의 유일한 가족이라고 할만한 기요 할멈의 비중은 아쉽게도 얼마 되지 않았다. 뭔가 기요의 다소 이상할 정도로 보이는 사랑이 조금 더 부각되었어도 되지 않았을까 싶지만, 적당하고 담담한 감동에 만족스럽게 넘기기로 한다. 다음에 읽은 건 풀베개.
2. 이방인
두 번째 읽는 이방인. 날씨 더울 때 읽어서 그런가 수영 장면 같은 게 유독 와닿았다. 처음 읽을 땐 몰랐는데 초중반의 알제에서의 사사로운 분위기가 제법 좋았다. 단문을 구사하는 카뮈지만 가끔씩 풍경 묘사할 때 두드러지는 문장력이 굿. 비약이지만 카뮈가 그리고 싶었던 건 바로 이 장면들 속에 있지 않았을까. 감옥에서 뫼르소는 단 하루만 바깥에서 살고 와도 감옥에서 평생 살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바깥에서의 풍경을 그려보며. 어쩌면 카뮈가 생각한 삶이란 그런 걸지도. 결말부는 완전히 이해할 수 는 없었지만 뒤에 실린 풍부한 해설로 다시 읽는 재미가 있었다. 이 정도로 깊게 다룬 해설들이 즐비한 걸 보면, 카뮈가 확실히 당대 유망한 작가긴 했던 모양. 시지프 신화는... 언제 읽냐.
3. 식물들의 사생활
다섯 번째로 읽는 이승우 센세 작품...인데 뭔가 이전에 읽었던 작품이랑 은근 작풍이 다르다고 해야하나... 분위기가 다르다고 해야하나... 초반에 엄청 매운맛으로 시작하는데 이 부분이 참 어려웠다. 특히 주인공이 박부길 씨 뺨 칠 정도로 찌질한 면모를 보여주는데, 음... 그래도 중반 정도 넘어가면 이승우 특유의 신학적 모티프가 작가의 철학관과 이어지며 굉장히 좋았다. 특히 다른 작품이랑 다르게 아버지 캐릭터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게 다소 신기한 부분. 따로따로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사랑하고, 그렇기에 뭔가 성스러운 그런 세계관을 괴상하다면 괴상한 한 가족을 통해 보여준다. 이때 마침 철학사에서 신학 부분 읽고 있었는데 스콜라 철학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보이는 부분이 드러나서 재밌기도 했음. 다음엔 사랑의 생애 읽을까...
4. 싯다르타
헤세랑 너무 안 맞는 거 같다. 음. 다 좋은데 뭔가... 뭔가.... 데미안- 수레바퀴-싯다르타 쭉 읽었지만 데미안 처음 읽었을 때 빼곤 천착해서 읽은 작품이 별로 없는 듯싶다. 근데 재미없게 읽었냐면 그건 또 아닌데. 뭔가... 더 읽어봐야겠다. 엄청 좋다. 이런 느낌이 잘 들지 않는다. 내용 자체는 좋은 내용이다. 브라만의 아들 싯다르타의 생애를 조망하며 여러가지 질문을 던진다. 형이상학적이고 추상적인 부분이 많이 보이고, 헤세 특유의 미니멀리즘?스러우면서도 삶을 향한 통찰이 깊게 드러난다. 그런데, 어, 아쉽다. 다 읽고 나면 꼭 아쉽다, 헤세는.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읽어보면 좀 다를까.
5. 지하생활자의 수기
말하자면, 독자여, 그러니까 지하생활자는 이런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진보하는지. 인생은, 전적으로 자유로운지, 도덕은, 올바르고 타당한지, 지상의 삶은, 아름다운지. 독자여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여러분께서는 삶이란 사랑스러운 것이라 말할지도 모른다. 여러분이 말하는 삶의 사랑스러움이란 그저 삶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삶은 얼마나 역겨운가, 독자여. 그러나 그렇기에 아름답지 않은가? 인간은 역겨움에서 벗어날 수 없는 법이다. 이건 공리이고 테제인 법이다... 운운. 그러나 사실 이건 자기 변명에 지날지 모르지. 그래 그렇다... 변명이다! 그야 그는 매춘부 한 명 품을 수 없는 좀생이에 불과한 것 아닌가. 그것이 수기의 또 다른 전제인 셈 아닌가. 뭐... 아무렴. 우린 모두 지상과 지하를 오가는 것에 불과할지도.
6. 모두 다 예쁜 말들
얘는 3부작 다 읽으면 따로 써보고 싶은데, 장면이나 파트 하나하나가 인상 깊고 마음에 들었다. 미국적이면서도 실존적이고 서구적이면서도 제3세계스러운... 음, 좋은 작품이라 딱히 할 말이 없을 때가 있는데, 얘가 그런 작품 같다. 빨리 국경을 넘어 읽어야지.
7. 반딧불이
단편집이라 딱히 할 말이 없다. 어릴 때 읽었던 건데 다시 읽으니까 깨달았는데, 나 하루키 좋아할지도? 기시감이 쎄게 드는 게, 확실히 하루키가 지금 작가들 세계관에 큰 영향을 준 듯하다. 그래서 놀숲 언제 읽냐고 아 ㅋㅋ
8. 금오신화
국문학 GOAT. 김시습의 장점은 중세 작품 치고는 보기 드물게 재난이나 불가피하게 맞이한 죽음, 이별에 대해 다소간의 고찰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이별이나 슬픔의 정향을 치세나 서정이나 철학에 매몰되지 않고 '보여준다'는 점. 김시습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전형적이면서도 환상적이고 서정적이면서도 서사적인데, 이것은 우리에게 시의 정경이나 향취, 풍경, 당시의 치세, 역사보다는 한 사람들의 '생'으로 존재한다. 막연하게나마 당시에 존재했던 여러 의식(왜란 이후 떨어진 사람들의 삶, 사랑을 갈구하는 젊은이들, 사후에 대한 고민, 당대의 이세계물이라고 할 수 있는 용궁 설화 등등)들의 집합처럼 보인다. 짧고, 과도기적이지만 매우 좋은 작품들.
9. 수레바퀴 아래서
싯다르타 전에 읽은 작품. 개인적으로 데미안보다 이걸 더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추상적인 부분이 굉장히 적음에도, 말하고자 하는 바가 확실하게 보이고, 또 그게 피상적으로 느껴지지 않아서 좋았음. 그래도 역시 헤세는 아쉽다. 뭔가... 그냥 초기 작품들이 다 짧아서 그런가.
10. 마요네즈(전혜성)
문학동네 신인상 2회 수상작. 김영하 소설가가 데뷔한 그 상이다. 무려 20년전 작품인데, 그때 특유의 '모-단'함이 그대로 엿보인다. 가족 서사+자전적+여성 서사인데 당대 공지영, 은희경 이후 유행하던 시조가 어떤 식으로 나타나는지가 보이는 듯? 사실 잘은 모르지만... 음, 좋은 작품이냐고 한다면 '그럴 수도 있었겠는데, 글쎄.' 읽기 힘들었냐고 한다면, '확실히 조금...' 그러니까 좋은 점이 엿보이긴 하지만, 2000년대 작품이라는 느낌이 너무 크게 두드러졌다. 시대를 잘 탔었다고 해야하나. 하긴 지금 시대 기준의 혹평일지도 모르겠다. 구성이나 문장은 어느 정도 짜임새가 있는 편이었으니. 내가 동시대 작품이랑 지나치게 비교하면서 읽은듯.
11. 첫사랑
킹갓 투르게네프 선생님의 작품.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읽다가 투르게네프 읽으면 정화되는듯한 느낌이 든다. 분명 막장력은 비슷한데 이상하게도 투르게네프는 섬세하게 상황을 조명하며, 중얼거림이나 사색적인 부분보다는 전체적인 장면을 그려내는 부분이 탁월하다. 민음사 판본에는 첫사랑에 귀족의 보금자리, 무무가 추가되어 있다. 이 두 편도 굉장히 좋음. 특히 귀족의 보금자리는 '아버지와 아들'과도 맞닿아있는 작품이라, 같이 읽으면 훨씬 좋을 것 같다. 무무는 '사냥꾼의 수기'랑 읽어보면 좋을 듯. 도스토옙스키 하나 읽고 투르게네프 하나... 이런 식으로 읽으면 밸런스가 맞을 것 같다.
읽고 감상문 안 쓴 작품들 정리
몇 개는 다시 써야겠다
어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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