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계속해서 작품을 읽다가 답답한데 쓸 곳이 없어서 이곳에 토로.

예전에 커뮤를 하다가 한국 문학을 노란장판 감성이라 하는 거 뭘 모르는 거다 한국 여성작가들이 두각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불편하지 않으면서도 작품성 있는 거 많다라는 논조의 글을 읽은 적이 있었다. 그 글을 읽으면서 그런가 보다 했고 이후 그 말을 믿고 한국 문학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내가 느낀 문제의식은 이 나라 문학계에 '소설'이라는 게 있는가, 얄팍하게 자기 일상만 파고드는 신변잡기식 에세이 말고 진짜 인류 보편적 문제의식과 정서를 공유하는 문학이 있는가라는 것이다.

나는 트위터, 인스타, 대형커뮤 등 여러 커뮤를 전전했었는데, 가끔 작품을 읽다 보면 이게 커뮤나 포스타입에 올라오는 팬픽 망상글인지, 트위터에 신변잡기식으로 올렸던 글을 짜깁기한 글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페미니즘이 문제다 어쩌구 하는 댓글 쓰려면 뒤로. 그것은 문제가 아니며, 그보다는 더 근본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으니까.

전에 황석영 작가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요즘 한국 문학은] 서사와 세계관이 모자라 작품에 철학이 빠져 있다. 모두 무난하고 문장과 구성이 좋지만 작품들이 다 똑같다." 소재는 아주 기가 막히게들 포착한다. 한 줄 소개글도 기가 막히다. 안 사고 못 버틸 만큼. 단편도 가끔 봐줄만하다. 그런데 장편으로 가면 한국 문학계에서는 읽을 것이 없다.

한국 문학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도시에 사는 (퀴어) 여성의 심란한 일상.' 물론 작품에 따라 중산층일수도 서민일수도, 시스헤테로여성일수도 있다. 그러나 기본 골조는 같다.

우선 내면의 상처가 없으면 작품을 쓰지 말라는 무언의 약속이라도 한 건지, 캐릭터들은 모두 내면의 상처가 있으나 그 상처의 해소조차 얄팍하게 묘사되는 것이 전부다. 그리고 그 불안정한 캐릭터가 들여다 보는 건 자신의 내면과 가족과의 관계 바운더리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즉 한국소설들은 현실을 그린다면서 죄다 자폐적으로 자신과 주변 가족 얘기만 그리는데서 끝난다. 작가란 사람들이 자기 내면에만 관심 있고 외부세계, 사회 바깥을 보질 않는다. 조금 더 뻗어나간다 해봤자 일제강점기 여성의 이야기, 최근 나온 거로는 독일 파독 간호사로 간 여성들의 이야기. 할머니 이야기, 엄마 이야기, 다시 자기 이야기.

'특별'한 감성을 얹고, '특별'한 설정을 얹고, 주인공이 마주하는 상황과 현상을 끊임없이 나열하나 그곳에 어떤 깊이 있는 성찰은 없다. 작가 혼자 주절주절 늘어놓는 얘기에 독자는 그런가? 그런가? 하다가 이야기가 끝날 뿐이다. 인류사에 새로운 것은 없고 인류 문학을 관통하는 보편적인 모티프가 있는 거 누가 모르나. 같은 이야기라도 다른 기표로서의 작가 표현 보는 거, 좋다. 그러나 그 다른 기표를 깠을 때 그 안의 기의가 늘 그게 그거인 같은 내용물이라면 읽는 사람으로서는 더 이상 기대할 건덕지마저도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읽는 사람 중 주류가 그런 걸 원하니 계속 그런 양산형 힐링 소설(을 가장한 에세이)만 나오는 거겠지. 네이버에서 소설 아닌 에세이만 읽는 사회란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말이 딱이다. 더구나 성인 독서율 연 평균 0.8권도 안 된다는 나라에서 뭘 바라겠나. 세계문학을 파는 게 답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