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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그럴싸했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모 인터넷 서점에서는 이 책에 오늘의 책’, ‘강력추천딱지를 붙여놨다. 책을 살 이유는 충분했다. 제목 좋고, 추천 붙고. 흡사 세상 다 살아보고, 모조리 학습하고, 무언가 깨달은 노교수가 말년에 짐짓 크흠하며 인생의 비기를 한자 한자 손글씨로 써내려 간 듯 한 제목이었다. 프롤로그는 제목이 주는 기대에 부응했다.


그리하여 나는 어려운 시절이 오면, 어느 한적한 곳에 가서 문을 닫아걸고 죽음에 대해 생각하곤 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불안하던 삶이 오히려 견고해지는 것을 느꼈다. 지금도 삶의 기반이 되어주는 것은 바로 그 감각이다. 생활에서는 멀어지지만 어쩌면 생에서 가장 견고하고 안정된 시간. 삶으로부터 상처받을 때 그 시간을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말을 건넨다. 나는 이미 죽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버티고 살아갈 수 있다고.


책을 읽기 시작해서 얼마안가 저자가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또 깜짝 놀랐다. 새해를 대하는 저자의 마음가짐 때문이었다.


그러나 새해에 행복해지겠다는 목표나 계획 같은 건 없다. 역사상 가장 뛰어난 권투 선수 중 한사람이었던 마크 타이슨은 이렇게 말했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처맞기 전까지는.”


벼락과 같은 인용이었다. 저자는 로마의 오비디우스와, 카이사르에서 죽음에 대해 설파 하다가 시공간을 초월 한 것이었다. 1000년의 세월을 지나 유럽에서 신대륙을 건너 벼락같이 타이슨을 불러낸 것이었다. 아아 타이슨과 새해의 계획이라니. 저자는 새해의 계획이란 힘든 것임을, 지켜질수 없는 것임을, 잘못 했다간 큰일 날 일인 것임을 상기시킬 줄 아는 사람이었다. 아아 타이슨이라니.


이 책은 기꺼이 실용서이기도 하다. 저자는 김영민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다. 실용과는 솔직히 거리감이 느껴지는 직군이다. 그럼에도 그는 칼럼을 통해 실용을 전파한다. 실용은 올해 꽤 핫 했다고 한다.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칼럼이다.


당숙이 너 언제 취직할 거니?”라고 물으면 곧 하겠죠, 라고 얼버무리지 말고 당숙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추석 때라서 일부러 물어보는 거란다라고 하거든, “추석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엄마가 너 대체 결혼 할거니 말 거니?”라고 물으면 결혼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거기에 대해 얘가 미쳤나?”라고 말하면, “제정신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정체성에 관련된 이러한 대화들은 해묵은 잡귀와 같은 오지랖들을 내쫓고 당신에게 자유를 선사할 것이다. 칼럼이란 무엇인가.


정치학과 교수인 만큼 정치에 대해서 쓴 글도 꽤 있지만 그 부분이 얼마나 좋은지 굳이 쓸 필욘 없을 듯하다. 타이슨과 실용칼럼 추석이란 무엇인가만으로도 이 책은 소임을 다했다. 추천드린다.


여담으로 모 인터넷서점의 오늘의 책이란 딱지는 이 책 좋습니다와 동의어가 아니다. 실례로 한국남자들이 전역 후에 여자들에게 억울하다며 징징댄다고 주장하는 그 책오늘의 책이다. 안타깝께도 오늘의 책에는 똥과 된장이 섞여 있는 것이다. 혹자는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알겠냐 말할 것이다. 변명을 해야겠다, 똥을 먹어보니 된장이 더 맛있는 줄 알겠더라. 이 책은 된장이더라.